불닭 글로벌 성공 무임승차?…하림 ‘불소스’ 베끼기 논란 확산

심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6-10-30 11:03:27
하림, 미국서 BUL SAUCE 상표 등록…불닭과 명칭·패키지 유사성 논란
삼양식품 “대응 방안 검토”…하림 “정식 심사 거쳐 등록, 문제없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 "하림, 제품 포장이나 상품 구성 등서 차별점 있어야"

[메가경제=심영범 기자]하림그룹과 삼양식품이 해외 라면 시장에서 브랜드 유사성 논란으로 맞붙었다. 하림그룹 계열사가 미국에서 'BUL SAUCE(불소스)' 상표 등록을 마치고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가운데, 제품명과 포장 디자인이 삼양식품의 글로벌 히트 상품인 '불닭볶음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글로벌 매운맛 라면 시장을 개척해 온 상황에서 후발 주자인 하림이 유사한 명칭과 디자인을 내세워 해외 시장에 진출한 것을 두고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 하림그룹과 삼양식품이 해외 라면 시장에서 브랜드 유사성 논란으로 맞붙었다. 하림그룹 계열사가 미국에서 'BUL SAUCE(불소스)' 상표 등록을 마치고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가운데, 제품명과 포장 디자인이 삼양식품의 글로벌 히트 상품인 '불닭볶음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사진=하림글로벌 인스타 캡쳐]

 

양사의 입장은 엇갈린다. 삼양식품은 관련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하림은 미국 특허상표청의 정식 심사를 거쳐 상표 등록을 마친 만큼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 미국서 상표 등록 마친 하림…불닭과 명칭·패키지 유사성 논란

 

3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하림홀딩스는 지난해 6월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BUL SAUCE' 상표를 출원해 올해 1월 20일 등록을 마쳤다. 하림산업은 해당 상표를 활용한 라면 제품을 지난해부터 미국 일부 한인 마트와 유럽 유통망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제품의 브랜드 명칭과 패키지 디자인이다. 불소스라는 이름은 삼양식품의 영문 상표인 'BULDAK'과 앞부분의 'BUL'을 공유한다. 여기에 일부 제품의 포장 디자인까지 불닭볶음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하림의 일부 불소스 제품은 분홍색을 바탕으로 검은색 용기와 조리예를 배치하고 붉은색 로고와 불꽃 그래픽을 사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색상 조합과 디자인 배치가 삼양식품이 2025년 리뉴얼한 '까르보불닭볶음면' 등 주요 제품의 외관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을 통해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삼양식품은 미국에서 영문 'BULDAK' 상표를 2021년 12월 등록했다. 미국 시장에서 제품 판매를 시작한 시점은 2019년 1월이다. 이후 불닭볶음면은 해외 소비자들에게 한국식 매운맛을 대표하는 제품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특히 해외 소비자에게 제품명과 패키지는 브랜드를 구별하는 주요 수단이다. 한글을 읽지 못하는 소비자도 색상과 로고, 제품 이미지 등을 통해 상품을 인식하는 만큼 포장 디자인의 유사성이 소비자 구매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삼양식품 대응 검토…하림은 “정식 심사 거쳐 등록”

 

삼양식품은 이번 논란을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앞서 삼양식품은 주요 해외 시장에서 경쟁사 제품과 제3자의 무단 선점 및 유사 상표 출원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소스 브랜드와 관련 제품 역시 보도 이전부터 파악하고 국가별 법률과 유통 현황,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해 왔다는 설명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날 "관련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며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 유사성에 대해서는 국가별 법률 체계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디자인 유사성은 국가마다 다르게 평가될 수 있어 여러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는 전략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삼양식품이 주목하는 부분은 상표 등록 여부와 실제 판매 제품의 소비자 오인·혼동 가능성이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상표권 등록이 완료됐다는 사실만으로 제품 외관과 관련한 모든 법적 쟁점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반면 하림은 상표 등록 절차를 근거로 유사성 논란에 선을 긋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불소스 상표 등록과 관련해 "미국 특허상표청에서 정식으로 심사를 받아 등록됐다"며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등록이 됐겠느냐"고 반문했다. 소비자 혼동 가능성 등 일각에서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전혀 문제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 특허상표청의 등록 기록을 보면 불소스 상표 심사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2일 'Letter of Protest Evidence Reviewed'라는 절차상 기록이 남아 있다. 제3자가 제출한 관련 증거를 검토했다는 의미다. 다만 이후 심사관은 추가 조치 없이 상표 등록을 승인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상표 등록과 제품 외관에 대한 법적 판단이 반드시 동일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상표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사업자의 것과 구별하는 표지다. 반면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는 제품 포장이나 용기, 색상, 전체적인 시각적 구성 등 상품의 외관을 통해 소비자가 특정 기업의 제품이라고 인식하는 요소를 보호하는 개념이다.

 

미국에서 제품 외관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경우 단순히 일부 색상이나 그래픽이 비슷한지만 보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인 디자인이 어떤 인상을 주는지, 해당 외관이 특정 브랜드를 식별하는 기능을 하는지, 실제 소비자들이 상품의 출처를 혼동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이 주요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불소스 상표가 미국에서 정식 등록됐다는 사실과 삼양식품이 제품 디자인의 유사성을 문제 삼을 수 있는지는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향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상표 자체의 유사성뿐 아니라 제품 외관의 전체적인 인상과 소비자 인식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 [사진=하림 글로벌 인스타 갈무리]

 

◆ 전문가 “후발 기업, 제품·유통망 차별화 필요”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후발 기업의 제품 차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불닭볶음면 입장에서는 표절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며 "하림은 제품 포장이나 상품 구성 등에서 차별화를 꾀해 삼양식품의 불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을 선택할 때는 맛과 가격뿐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와 포장 디자인도 중요한 구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는 브랜드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가 많아 제품의 외관과 명칭이 구매 판단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

 

이 교수는 유통망 차별화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하림이 삼양식품이 개척해 놓은 유통망을 이용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다른 유통망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며 "삼양 입장에서도 기존 시장을 활용한다는 인식이 줄어들면 불만이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식품업계에서 반복되는 미투(Me too) 제품 전략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미투 제품은 이미 시장에서 성공한 상품의 콘셉트와 맛, 디자인 등을 참고해 유사한 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소비자 수요가 검증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제품 개발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초기 판매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을 처음부터 개척하는 것보다 기존 제품을 통해 형성된 소비자 수요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특히 식품업계는 소비자 기호 변화가 빠르고 신제품의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경쟁사의 성공 사례를 참고한 제품 출시가 반복돼 왔다.

 

최근 로제 라면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 5월 농심은 '신라면 로제'를, 오뚜기는 '로열라면'을 같은 날 출시했다.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콘셉트의 제품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두 제품을 비교했고 온라인에서도 시식 후기와 비교 콘텐츠가 확산했다.

 

이처럼 유사한 제품의 출시는 시장 전체의 관심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경쟁이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소비 수요를 만들고 관련 카테고리의 시장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미투 전략이 브랜드와 디자인 영역으로 확대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존 제품의 맛이나 콘셉트를 참고하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를 떠올릴 정도로 명칭과 패키지가 유사해지면 후발 기업의 독자적인 정체성이 약화할 수 있다.

 

선발 기업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구축한 브랜드 자산을 후발 기업이 유사한 외관과 콘셉트로 활용한다는 인식이 확산할 경우 소비자 신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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