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악화 미리 잡는다”…서울대병원, 새 예측 지표 제시

김민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7-07 18:13:22
비후성 심근증 환자 925명 추적…좌심방 저장 변형률 16.9% 미만 시 위험 3.6배
기존 좌심실 박출률 한계 보완…정기 심장초음파로 통한 '고위험군' 선별 기대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비후성 심근증 환자가 말기 단계로 악화될 위험을 심장초음파 지표로 조기에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에 주로 활용되던 좌심실 박출률보다 더 이른 시점에서 심장 기능 저하 가능성을 포착할 수 있어, 고위험 환자를 선별하고 치료 시기를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관·곽순구 순환기내과 교수. [사진=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은 순환기내과 김형관·곽순구 교수 연구팀이 비후성 심근증 환자 925명을 대상으로 ‘좌심방 저장 변형률’의 말기 진행 예측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7일 밝혔다.

 

비후성 심근증은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유전성 심장질환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거나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을 수 있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심장 펌프 기능이 떨어지는 말기 단계로 진행한다. 말기 단계는 좌심실 박출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를 말하며, 심부전과 돌연사 등 중증 심혈관 사건 위험이 커진다.

 

문제는 기존 지표만으로는 질환 악화를 조기에 잡아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좌심실 박출률은 심장 펌프 기능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지만, 비후성 심근증에서는 병이 진행되는 동안 정상 범위를 유지하다가 심장 구조 변화가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감소하는 경우가 있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23년까지 비후성 심근증으로 진단받고 1년 이상 추적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은 환자 925명을 분석했다. 추적 관찰 기간은 중앙값 기준 6.5년이었다.

 

분석 결과 전체 환자 가운데 35명, 3.8%가 말기 단계로 진행했다. 10년 내 누적 말기 진행률은 4.4%였다. 말기 단계로 악화된 환자들은 이후 약 2년 안에 29%가량에서 치명적인 심혈관 사건이 발생해, 조기 위험 선별의 필요성이 확인됐다.

 

연구팀이 주목한 지표는 ‘좌심방 저장 변형률’이다. 이 지표는 좌심방이 혈액을 받아 저장했다가 심실로 보내는 과정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준다.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고 부담이 누적되면 좌심방도 점차 뻣뻣해지는데, 좌심방 저장 변형률은 이 변화를 좌심실 박출률보다 앞서 반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서 좌심방 저장 변형률이 1%포인트 낮아질 때마다 말기 진행 위험은 약 10% 증가했다. 연구팀은 위험도를 가르는 기준값을 16.9%로 제시했다. 좌심방 저장 변형률이 16.9% 미만인 환자는 16.9% 이상인 환자보다 말기 진행 위험이 3.6배 높았다.

 

특히 나이, 심부전 증상, 좌심실 박출률, 좌심방 크기, 심첨부 심실류 등 다른 위험 요인을 고려해도 좌심방 저장 변형률은 독립적인 예측 인자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심장자기공명영상, CMR 검사를 받은 환자 491명을 대상으로 추가 분석도 진행했다. 심근 섬유화 정도를 보여주는 지연조영증강 수치를 함께 고려한 경우에도 좌심방 저장 변형률은 말기 진행 위험을 독립적으로 예측했다. 좌심실 박출률과 지연조영증강 수치만 활용한 모델에 좌심방 저장 변형률을 추가하자 예측력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향상됐다.

 

이번 연구는 고가의 정밀검사 없이 정기 심장초음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를 통해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악화 위험을 조기에 가려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실제 진료 현장에 폭넓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환자군과 의료기관을 넓힌 후속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비후성 심근증은 시간이 지나며 심장 기능이 악화될 수 있어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중요하다”며 “좌심방 저장 변형률은 고가의 정밀검사 없이 심장초음파로 확인할 수 있는 만큼, 고위험 환자를 조기에 선별하고 적절한 치료 시점을 판단하는 데 유용한 지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European Heart Journal-Cardiovascular Imaging’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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