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위기의 파페치 인수, 명품도 로켓배송될까

김형규 / 기사승인 : 2023-12-19 17:02:17
명품업체·백화점 입점 플랫폼…주가 30% 폭락에 도산설까지
인수 후 '5억달러 수혈' 회생…"명품 생태계와 결합" 시너지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쿠팡이 세계 최대 규모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 인수 소식을 알린 가운데 로켓배송으로 잘 알려진 쿠팡의 유통 시스템과 파페치가 이끌어온 온라인 명품 생태계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쿠팡의 모기업 쿠팡Inc는 "최고의 온라인 럭셔리 기업인 파페치 홀딩스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파페치는 샤넬·에르메스 등 1400여 명품 브랜드를 글로벌 190개국 이상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이다.
 

▲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사진=연합뉴스]

 

쿠팡Inc는 이날 파페치 인수 소식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했다. 또한 투자사 그린옥스 캐피탈과 함께 파페치의 모든 비즈니스와 자산을 인수하는 목적으로 합자회사인 '아테나(Athena Topco)'를 설립했다.

이에 아테나는 인수대금 명목으로 파페치와 대출 계약(브릿지론)을 체결하고 5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아테나의 지분은 쿠팡Inc가 80.1%, 그린옥스 펀드가 19.9%로 나눠 갖는다.

파페치는 지난 2018년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2021년 초 시가총액이 230억 달러(약 30조원)에 달했을 만큼 명품 유통업계 강자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지난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보도를 통해 이 회사가 최근 과한 사업확장과 명품기업들의 유통시장 직접 진출 등 여파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온 사실이 알려졌다.

파페치의 시가총액은 최근 2억 5000만달러(한화 약 3200억원)로 2년 사이 약 100분의 1토막 수준까지 폭락했고 주가는 이번 주에도 30% 이상 하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올해 말까지 파페치가 5억 달러(약 6500억원)의 자금을 구하지 못할 경우 도산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포르투갈의 사업가 주제 네베스가 2007년 영국에서 창업한 파페치는 명품 거래를 중계해주고 30% 수수료를 받는 사업 모델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뉴욕증시 상장 후 한 이탈리아 패션 업체 인수에 6억7500만달러(약 8800억원)를 투자하고, 미국 백화점 니먼 마커스 지분 매입에 2억 달러(약 2600억원)를 들이는 등 무리하게 몸집을 키운다는 평을 받았다.

아울러 업계는 최근 명품기업들이 외부 플랫폼 대신 직접 온라인 유통까지 뛰어드는 경향을 보이자 파페치의 사업 영역이 축소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까르띠에, 몽블랑 등 명품 브랜드 모기업 리치몬트 그룹은 과거 파페치에 거액을 투자했었으나 신규 투자는 없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 2018년 뉴욕증시 상장 당시 건물 외관에 걸린 파페치 CI [사진=연합뉴스]

 

도산설까지 겪게 된 파페치는 당초 사모펀드 아폴로 매니지먼트 등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알려졌으나 19일 쿠팡의 인수가 확정됐다.

네베스 파페치 창업자 겸 CEO는 "확고한 투자 의지를 보여준 쿠팡과 파트너가 돼 매우 기쁘다"며 "커머스를 혁명적으로 변화시켜온 쿠팡의 검증된 실적과 깊이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전 세계 수백만 고객 뿐 아니라 브랜드, 부티크 파트너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파페치는 이번 쿠팡의 인수에 따라 2018년 뉴욕증시 상장 이후 5년 만에 비상장 회사로 전환될 예정이다.

김범석 쿠팡Inc 창업자 겸 CEO는 이와 관련해 "앞으로 파페치는 비상장사로 안정적이고 신중한 성장을 추구함과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브랜드에 대한 고품격 경험을 제공하는 데 다시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파페치의 명품 유통망과 쿠팡의 사업 시너지 효과도 점쳐보고 있다.

파페치는 자사 플랫폼 외에도 '오프화이트' 등 '뉴 가드 그룹'의 명품 브랜드를 갖고 있고, 영국 명품 부티크 '브라운스'와 미국 '스타디움 굿즈' 등 유통업체도 보유 중이다. 이러한 파페치 인수에 따른 효과로 쿠팡이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쿠팡Inc 관계자는 "쿠팡의 탁월한 운영 시스템 및 물류 혁신과 명품 생태계를 이끈 파페치의 선도적인 역할이 결합해 전 세계 고객‧부티크‧브랜드에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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