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판 최고 연 5.5% 등장…예금자보호·만기·중도해지 조건 따져야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증권사 발행어음 시장이 9개사 경쟁 체제로 확대되면서 여윳돈을 굴리려는 투자자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 후발주자들이 특판 상품을 앞세워 고객 확보에 나서면서 금리 경쟁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비교할 조건도 많아졌다. 은행 예금과 달리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고 상품별 금리와 만기, 중도해지 조건이 다른 만큼 자금 사용 시점과 발행사의 신용도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메리츠증권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서 발행어음 업무가 가능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9개사로 늘었다. 기존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KB증권에 키움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이 잇따라 합류한 데 이어 메리츠증권까지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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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이미지 제작 |
◊ 후발주자 특판 가세…‘최고금리’만 보면 안 돼
인가를 받은 9개사와 현재 실제 상품을 판매하는 증권사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메리츠증권은 금융당국 인가를 통해 발행어음 업무가 가능해졌지만 실제 상품 판매 시점과 금리 등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단기금융상품이다. 증권사가 고객에게 약정한 원금과 수익을 지급하고 조달한 자금은 기업금융 등에 운용한다.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기존 7개 발행어음 사업자의 발행어음 잔액은 55조 9291억원으로 56조원에 육박했다. 3월 말 54조 4277억원에서 석 달 만에 약 1조 5000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영업에 뛰어들고 메리츠증권까지 사업 인가를 받으면서 고객 자금을 확보하려는 증권사 간 경쟁 구도도 한층 넓어졌다.
투자자가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실제 적용받을 수 있는 금리다. 발행어음은 필요할 때 자금을 찾을 수 있는 수시형과 일정 기간 돈을 맡기는 약정형으로 나뉜다. 약정형은 3개월·6개월·1년 등으로 기간이 다양하며 통상 만기가 길수록 높은 금리를 제시한다.
신규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과 함께 특판 상품도 등장했다. 삼성증권은 신규 또는 일정 잔고 미만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2~90일물에 세전 연 5.5%를 적용하는 특판을 진행하고 있다. 1인당 가입금액은 100만원이다.
별도로 종합계좌를 보유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세전 연 4.3%의 1년물 특판도 판매하고 있다. 가입금액은 100만원 이상 3억원 이하다. 두 상품 모두 한도가 소진되면 판매가 조기 종료될 수 있으며 시장금리 상황 등에 따라 수익률도 변동될 수 있다.
따라서 ‘최고 연 5.5%’라는 숫자를 일반 발행어음 금리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일반상품인지 특판인지, 가입 대상은 누구인지, 얼마까지 해당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지 등을 함께 확인해야 실제 수익을 비교할 수 있다.
◊ 금리 0.5%포인트 차이, 1억원이면 연 50만원
작은 금리 차이도 투자금액이 커지면 실제 수익 차이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1억원을 1년 동안 연 3.5% 상품에 넣으면 세전 이자는 350만원이다. 연 4.0%라면 400만원으로 50만원 차이가 난다.
일반적인 이자소득세율 15.4%를 적용하면 세후 이자는 각각 약 296만원과 338만원으로 차이는 약 42만원이다. 금리가 0.1%포인트만 달라도 1억원을 기준으로 1년 세전 이자가 10만원 달라진다.
실제 수익은 상품별 가입한도와 투자기간, 중도해지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진다. 특판 상품은 높은 금리를 제시하더라도 가입금액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어 일반상품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 높은 금리보다 먼저 볼 것은 ‘언제 쓸 돈인가’
발행어음을 선택할 때는 금리와 함께 자금을 언제 사용할지도 따져봐야 한다. 주식 매수 등을 기다리는 대기자금이나 언제든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여유자금이라면 수시형을 고려할 수 있다. 반대로 6개월이나 1년 동안 사용할 계획이 없는 돈이라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약정형을 비교해볼 수 있다.
약정형은 중도해지 조건도 중요하다. 만기 전에 돈을 찾으면 당초 제시된 금리보다 낮은 중도해지 금리가 적용될 수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약정·특판 발행어음을 만기 전에 중도상환하면 가입 당시 약정수익률의 50%가 적용된다. 일부 상품은 부분 해지가 제한될 수도 있어 자신의 자금 사용 계획과 상품 만기를 맞춰 선택할 필요가 있다.
◊ 은행 예금과 결정적 차이는 ‘예금자보호’
은행 정기예금과 발행어음을 비교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차이는 예금자보호 여부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해 약정한 원금과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지만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호 대상은 아니다.
발행사가 정상적으로 원리금을 지급하면 약정한 수익을 받을 수 있지만 부도나 파산 등 신용사건이 발생하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
은행 정기예금과 발행어음을 단순히 금리만 놓고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다. 발행어음의 금리가 더 높더라도 투자자는 발행 증권사의 신용등급과 재무건전성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여러 증권사가 비슷한 금리를 제시한다면 0.1~0.2%포인트 차이만 좇기보다 투자기간과 중도해지 조건, 발행사 신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할 필요가 있다.
◊ 발행어음과 IMA, 어떻게 다를까
올해 투자자가 함께 비교해볼 상품으로는 종합투자계좌(IMA)가 있다. 발행어음과 IMA는 대형 증권사가 고객 자금을 조달해 기업금융 등에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만기와 수익 구조는 다르다.
발행어음은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상품으로 가입 시 약정수익률이 정해지는 상품이 일반적이다.
IMA는 증권사가 고객 자금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 등에 운용한 뒤 운용성과에 따라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다. 발행어음보다 투자기간이 길어 상품별 운용전략과 목표·기준수익률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단기간 여유자금을 굴리면서 가입 시점에 정해진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와 일정 기간 자금을 맡기고 운용성과에 따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IMA 역시 은행 예금과 동일한 예금자보호 상품은 아니어서 상품 구조와 위험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증권사가 왜 고객 돈 확보에 나설까
발행어음 9개사 시대는 투자자의 상품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을 넘어 증권사의 수익구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증권사는 발행어음으로 고객 자금을 조달한 뒤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등에 공급해 운용수익을 얻는다. 주식 거래 수수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안정적인 자금조달 기반을 확보해 기업금융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구조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모험자본 공급의무가 있는 7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모험자본 공급액은 한도 적용 기준 11조 6184억원으로 1분기보다 20.4% 증가했다.
발행어음과 IMA 조달액 대비 모험자본 공급 비율은 평균 19.5%로 올해 의무비율인 10%를 웃돌았다. 의무비율은 2027년 20%, 2028년 25%로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2분기 모험자본은 자산별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에 3조 4000억원이 공급됐고 중소·벤처기업 2조 5000억원, 신기술사업금융회사·벤처캐피털(VC) 2조 3000억원, 중견기업 1조 3000억원, A등급 이하 채무증권 1조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증권사가 발행어음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기업과 자본시장으로 다시 공급되는 구조다. 금융당국도 발행어음과 IMA로 확보한 자금의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향후 공급 규모뿐 아니라 투자 위험도 등을 고려한 질적 개선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발행어음 사업자가 9개사로 늘면서 투자자에게는 선택지가 많아졌지만 비교해야 할 조건도 늘었다.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으로 특판 경쟁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서 ‘최고 연 ○%’라는 숫자만 보기보다 자신이 실제 적용받는 금리와 가입한도, 만기, 중도해지 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권사 간 경쟁으로 선택지는 넓어졌지만 높은 금리가 곧 유리한 상품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는 실제 적용금리와 가입한도, 자금이 묶이는 기간, 중도해지 조건과 발행사의 신용위험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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