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6주기]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꿔라"…'초일류 삼성' 일군 혁신가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10-23 12:02:28
23일 이재용 회장, UAE 출장 마치고 홀로 선영 참배…사장단 50여명도 고인 추모
신경영 선언·반도체 승부수·글로벌 브랜드 육성…삼성 성장 이끈 경영철학 재조명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울려 퍼진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외침은 한국 기업 경영 철학에 있어 주옥같은 명언으로 통한다. 

 

품질 혁신과 반도체 투자, 글로벌 브랜드 육성으로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낸 그가 세상을 떠난 지 6년. 23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부친의 묘소를 찾아 그가 남긴 경영철학과 발자취를 되새겼다.

 

▲ 고 이건희 선대회장 선영 찾은 이재용 회장. 이 회장이 23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부친 선영에서 열린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선대회장은 생전 기술력만큼 기업의 신뢰와 브랜드 가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 삼성 PR(홍보)을 해야 되겠어"라는 발언에는 세계 시장에서 삼성의 이름을 알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겼다. 

 

과감한 변화와 장기적인 안목을 지닌 투자로 '글로벌 삼성'의 기반을 닦은 그의 경영철학은 오늘날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기술 경쟁에 직면한 삼성에도 중요한 마인드 과제로 남아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 선대회장의 기일인 25일을 이틀 앞두고 경기 수원시 이목동 선영에서 6주기 추도식을 가졌다. 

 

어김없이 이번 추도식은 고인을 기리는 자리이면서도 삼성의 초격차 경쟁력과 미래 성장 전략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재용 회장은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마치고 귀국해 이날 오전 8시40분쯤 부친의 묘를 찾았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홀로 묘소를 참배한 뒤 오전 8시53분쯤 자리를 떠났다.

 

이어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과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사장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 50여명이 선영을 방문해 고인을 추모했다.


◆ 1993년 '신경영 선언'…"양보다 품질" 삼성을 바꾼 그의 한마디

 

이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상징하는 사건은 1993년 6월 신경영 선언이다. 당시 그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생산량 확대에 치중하던 기존의 사고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

 

불량 부품을 임시로 손질해 조립하는 생산 현장의 모습은 경영 혁신 변화의 계기가 됐다. 이 선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품질과 조직문화의 근본적인 혁신을 강도높게 주문했다.

 

이같은 철학은 1995년 구미사업장에서 불량 휴대전화 약 15만대를 폐기한 사건으로 이어졌다.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품질을 타협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였다.

 

삼성의 가장 큰 수훈은 당연 반도체다. 

 

반도체 사업에 대한 장기 투자을 앞세워 기술 개발과 생산능력 확충에 과감하게 투자하며 삼성이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가 강조한 부분은 시장 점유율 확대도 물론 중요하지만 경쟁사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기술과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는 '초격차' 경영이었다. ‘초격차’ 키워드는 여전히 현대 글로벌경영에서 가장 강조하는 단어로 통한다. 


◆ 뉴욕 타임스스퀘어부터 올림픽까지…'삼성'을 세계에 새기다

 

이 선대회장은 제품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없다고 봤다.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기 전에 기업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1980~1990년대부터 해외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계열사별 홍보 조직과 기업 이미지 광고를 강화했다. '또 하나의 가족',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 등 삼성의 대표 광고 캠페인도 이러한 브랜드 전략을 보여주는 사례다.

 

1992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고는 세계 소비자에게 삼성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업이었다. 그는 광고에서 개별 제품보다 삼성 로고를 부각하도록 주문하는 등 기업 자체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올림픽 후원 역시 장기적인 글로벌 브랜드 전략의 한 축이었다. 삼성전자는 199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글로벌 후원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올림픽 무대를 활용해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입지를 확대했다.

 

그 결과 삼성은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의 2025년 평가에서 삼성전자는 브랜드 가치 905억 달러로 세계 5위에 우뚝섰다.


◆ 6년 전 남긴 '도전과 혁신'…이재용의 뉴삼성으로 이어질까

 

이 선대회장은 1987년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한 뒤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 주력 사업을 육성했다. 이후 2014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투병하다 2020년 10월25일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그가 남긴 경영철학은 이제 이재용 회장에게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AI 반도체와 차세대 메모리, 첨단 제조기술 등 새로운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회장이 추도식 이후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별도 회동을 갖고 경영 현안을 논의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삼성 측은 메가경제의 질의에 "경영진 일정을 사전에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과거에도 추도식 이후 사장단과 별도 일정을 진행한 사례가 있어 올해도 오찬 등이 열릴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앞서 이 회장은 2022년 부친의 2주기 추도식 이후 사장단과 만나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어려울수록 미래를 먼저 준비하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삼성을 변화시킨 출발점이었다면, 앞으로 이재용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그 혁신의 정신을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성장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다.

 

6년 전 세상을 떠난 이 선대회장. 그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뿐 아니라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경영의 원칙이 현재도 가장 강조되고 있는 경영 철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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