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 주식 매도대금 하루 앞당긴다…2028년 결제주기 단축 추진

박선영 기자 / 기사승인 : 2026-11-02 14:46:32
거래소·예탁결제원 등 50여년 만에 개편…8대 분야 22개 과제 마련
미래에셋·키움증권, 매도대금 대출금리 인하…연간 이자 150억원 절감 기대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국내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매도한 뒤 이틀 후 대금을 받는 현행 결제제도를 하루 단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028년 전환을 목표로 증권시장 결제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이에 앞서 개인투자자의 매도대금담보대출 금리를 낮추는 조치도 시행한다. 주식 매도대금 회수 기간이 짧아지면서 투자자의 자금 활용 편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금융투자협회 등 증권유관기관은 증권시장 결제주기를 현행 거래일 이후 2영업일(T+2)에서 1영업일(T+1)로 단축하는 로드맵 초안을 마련하고 시장참가자 의견수렴에 착수했다고 2일 밝혔다.

 

▲ 금융투자협회 로고 [이미지=금융투자협회 제공]



이번 개편안은 1972년 도입된 결제주기를 50여년 만에 변경하는 방안이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매도 주문이 체결된 날부터 2영업일 후 대금이 결제되는 구조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주식을 매도한 다음 영업일에 대금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월요일 주식을 매도하면 현행 제도에서는 수요일에 대금을 받지만, 결제주기가 단축되면 화요일에 수령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시행 시점은 금융당국과 시장참가자 간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번 로드맵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결제제도 변화에 대응하고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미국은 2024년 5월 결제주기를 T+1로 단축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2027년 10월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홍콩은 당초 2027년 하반기에서 2028년 하반기로 시행 일정을 연기했다.

국내 증권유관기관은 그동안 결제주기 단축 워킹그룹을 운영하면서 금융회사와 투자자,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 올해 4월 미국과 유럽 현지조사를 실시했고, 5월과 9월에는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7월부터는 전문 컨설팅도 진행했다.

결제주기 단축은 단순히 투자자의 대금 수령일을 변경하는 문제가 아니다. 매매 확인과 정정, 청산, 배분, 환전, 결제 등 10단계 이상의 업무를 기존보다 하루 빠르게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회사와 증권유관기관의 전산시스템 및 업무 절차 개편이 필요하다.

특히 외국인투자자는 국가 간 시차로 인해 결제업무 처리 시간이 줄어드는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에 원화 환전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도 있어 외환시장 유동성 확보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 역시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외환시장 유동성과 결제업무 자동화, 결제실패 위험에 대한 대응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증권유관기관은 청산결제 인프라 구축과 금융업계 이행 기반 마련, 투자자 편익 확대 등을 포함한 8대 분야 22개 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주권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의 결제주기를 일괄 단축하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결제 승인 마감시간도 조정한다.

외국인투자자의 결제 승인 마감은 현행 T+2일 오후 3시에서 T+1일 오전 9시로 앞당겨진다. 집합투자업자와 일반기관의 승인 마감도 T+1일 오후 4시에서 거래 당일 오후 10시로 변경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외국인투자자의 거래·결제 업무는 예탁결제원 자체 시스템과 미국 예탁결제청산공사(DTCC)의 중앙거래관리시스템(CTM)을 연계해 기존 12단계에서 5단계로 줄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업무 처리 시간을 단축하고 수작업에 따른 오류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결제주기 단축에 앞서 개인투자자의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추진된다. 증권금융이 증권사에 자금을 공급하고, 증권사는 이를 활용해 기존보다 낮은 금리의 매도대금담보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매도대금담보대출은 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한 뒤 실제 결제대금을 받기 전까지 해당 매도증권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상품이다.

현행 대출기간은 통상 1~2일로 짧지만, 지난 6월 말 기준 증권사들이 적용한 금리는 연 7.5~10% 수준이었다.

증권유관기관은 증권금융의 예탁금 운용이율 수준으로 대출 재원을 공급해 증권사들이 중·저금리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대출금리가 연 5%대 중·후반으로 낮아질 경우 투자자당 이자 부담이 약 25%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해당 상품을 취급하는 증권사가 12곳으로 확대되면 전체 투자자의 연간 이자비용 절감 효과는 약 1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은 11월 2일, 키움증권은 11월 20일부터 관련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후 참여를 희망하는 증권사로 취급 대상을 순차적으로 확대한다.

구체적인 대출금리는 각 증권사가 상품 출시 시점에 안내할 예정이다. 기관투자자의 결제 관련 자금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병행한다. 예탁결제원은 11월 결제촉진대금 구조를 개편하고, 거래소는 2027년 1월 결제일 장중 거래증거금 재산출을 추진한다. 2027년 상반기부터는 결제대금 분할결제도 허용할 계획이다.

증권유관기관은 2026년 12월까지 업권별 업무표준안과 이행점검표를 마련해 금융회사에 제공할 예정이다.

2027년 1분기에는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와 전문 사업관리조직(PMO)을 구성해 전산 개발과 제도 개편 일정을 통합 관리한다.

거래소와 예탁결제원 등은 2027년 10월까지 청산결제 인프라 개편을 마무리하고, 금융회사와 외국인투자자는 2028년 1분기까지 전산 개발 및 업무체계 변경을 완료하는 일정이다.

이후 최소 6개월간 통합시험을 실시해 시스템 안정성과 결제업무 처리 능력을 검증할 계획이다.

로드맵에 따른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되면 2028년 중 T+1 결제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증권유관기관은 시행 시기를 확정하기보다 국내외 금융회사와 외국인투자자의 준비 상황을 고려해 최종 일정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외환당국도 외환시장 24시간 개장과 2027년 1월을 목표로 한 역외 원화결제시스템 가동 등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증권유관기관은 오는 12월 18일까지 시장참가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청회와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로드맵을 보완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의 관건은 국내 증권시장의 낮은 결제실패율을 유지하면서 결제 속도를 높이는 데 있다. 투자자의 자금 회수 기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금융회사와 외국인투자자가 새로운 결제체계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기간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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