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불황 탈출구 된 데이터센터…MW당 100억원, 56조원 시공전쟁 개막

박성태 기자 / 기사승인 : 2026-07-16 07:09:57
MEP(기계·전기·배관) 비중 70%…단순 시공 넘어서는 ‘하이테크 인프라’ 부상
2030년까지 최대 7GW 증설 전망…대형 건설사 수주 시장 최대 56조원 팽창
GS·삼성·현대 등 그룹사 AI 캡티브 연계 및 디벨로퍼(DBO) 영토 확장 경쟁

[메가경제=박성태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장기 수주 가뭄에 시달리던 건설업계가 AI 데이터센터(AIDC)를 새로운 고부가가치 먹거리로 발굴하며 사활을 건 수주전에 나섰다.

 

단순 토목 및 건축 구조물 시공을 넘어 무정전 전력망, 고밀도 냉각 시스템, 유틸리티 인프라를 통합 구축하는 ‘하이테크 인프라’ 기술력이 건설사들의 미래 생존을 가를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다.

 

 

 

▲ 2028년 가동 목표인 국가 AI 컴퓨팅 센터(한국 AI CC) 조감도 [이미지=전남도]

 

지난 15일 하나증권 리서치센터가 발표한 ‘데이터센터 Overweight’ 보고서(DCC_260716.pdf)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시공 시장은 과거 MW당 50억 원 수준에서 최근 MW당 80억~100억 원 수준으로 단가가 대폭 상승했다.
 

이는 초고집적 AI 연산으로 인한 막대한 발열과 폭증하는 전력 사용량을 제어하기 위해 MEP(기계·전기·배관, Mechanical·Electrical·Plumbing) 공정 비중이 전체 공사비의 60~70%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 MEP 중심의 기술 집약형 시공…일반 건축과 진입장벽 차원 달라
 

데이터센터 공사는 일반 상업용 빌딩이나 주택 프로젝트와 진입장벽의 차원이 다르다. 초거대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을 위해 랙당 전력 밀도가 30kW 이상으로 격상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실시간 열 제어가 핵심 승부처가 됐다.


이에 따라 24시간 무정전 가동을 보장하는 N+1 이중화 구조의 무정전 전원 공급 장치(UPS) 및 수배전반 구축, 고열을 식히기 위한 정밀 공조(CRAC/CRAH) 및 액체냉각 시스템, 고하중 내진 구조 설계와 가스계 소화 설비 등 최첨단 인프라가 통합적으로 설계 및 시공돼야 한다.
 

특히 공사 완료 이후 진행되는 시운전 단계에서 목표 PUE(Power Usage Effectiveness, 에너지효율지표) 산출 및 부하시험, 정전 시나리오 검증을 신뢰성 있게 완수할 수 있는 EPC(설계·조달·시공) 수행 역량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10MW 이상의 대형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공사는 검증된 트랙 레코드를 보유한 대형 건설사들이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는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다.
 

◇ 2030년 최대 7GW 증설 전망…건설업계 최대 56조 원 수주 밭
 

하나증권은 2030년까지 국내에 추가로 필요한 AI 데이터센터 유효수요를 기본(Base) 시나리오 기준 +3.0~4.2GW, 낙관(Bull) 시나리오 기준 +5.1~7.0GW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의 한국 리전 확보와 정부 및 대기업이 주도하는 소버린 AI 인프라 구축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같은 유효수요 증가를 건설업계의 수주 금액으로 환산하면 시장의 파이는 파격적인 규모로 불어난다. MW당 보수적 공사비인 80억 원을 적용하더라도 2030년까지 건설업계가 수주 가능한 금액은 최소 24조 원(3GW 기준)에 달하며, 5~7GW까지 확장되는 상방 시나리오에서는 최소 40조 원에서 최대 56조 원 규모까지 팽창한다.
 

전통 플랜트나 발전소 공사 대비 데이터센터의 공사 기간이 약 2년 안팎으로 비교적 짧다는 점도 건설사들에게는 강력한 유인책이다. 공기가 짧은 만큼 빠른 매출 인식이 가능하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어 자금 선순환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 캡티브 물량 등에 업은 대형사…단순 시공서 ‘디벨로퍼’로 진화
 

수주전의 최전선에는 그룹사의 초대형 AI 인프라 투자 계획 및 자회사 시공 역량을 결합한 대형 건설사들이 서 있다.


GS건설과 자회사 자이C&A는 네이버 춘천·세종 DC, LG유플러스 등 총 24개 이상의 데이터센터 시공 실적을 보유하며 업계 최다 레퍼런스를 자랑한다. 

 

특히 GS그룹이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강원도 동해시 북평제2일반산업단지에 2.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함에 따라, GS건설은 1.2GW 규모의 1차 사업에서만 약 10조 원 이상의 수주를 모멘텀으로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약 20개 시공 이력)과 삼성물산(13개 이력)의 기세도 맹렬하다. 현대건설은 용인 죽전, 안산, 구로 등 수도권 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한 데 이어, 현대차그룹이 새만금에 추진하는 피지컬 AI 및 자율주행 모빌리티 인프라용 데이터센터 구축 연계 수주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물산 역시 삼성SDS의 구미 60MW AI 데이터센터 및 해남 국가 AI 컴퓨팅센터 등 그룹 및 국가 단위 핵심 프로젝트 시공을 주도하고 있다.
 

사업 모델의 고도화도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과거 발주처의 단순 도급 계약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건설사가 직접 부지를 확보하고 인허가를 취득한 뒤 지분 투자와 위탁운영(DBO)까지 총괄하는 ‘디벨로퍼(개발사업자)’로 진화하는 추세다. 직접 사업 참여를 통해 시공 마진 외에도 중장기 자산 운용 수익까지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 시장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확실한 대금 지급과 고마진을 보장하는 데이터센터는 건설업계의 가뭄 속 단비”라며 “초고밀도 AI 랙과 복잡한 MEP 공정을 완벽히 소화할 수 있는 대형 건설사 중심의 수주 쏠림 현상은 향후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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