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삼성·현대·아워홈·풀무원 안전 인프라 부각…영세 납품업체 비용 부담 촉각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업체에 대한 위생·원산지 규제가 강화되면서 식자재 유통업계의 경쟁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대규모 콜드체인과 식품안전 검사, 원산지·품질관리 시스템을 이미 구축한 대형 식자재 유통업체에는 기존 인프라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반면, 관련 시설과 전문인력 확보 여력이 부족한 중소·영세 납품업체에는 규제 준수 비용이 사실상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학교급식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지난 2월 개정된 학교급식법이 오는 20일 시행되는 데 따른 후속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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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급식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의결됐다. |
핵심은 학교급식 식재료 업체가 식품위생이나 축산물 안전관리, 원산지 표시 의무 등을 중대하게 위반할 경우 학교장이 해당 업체를 식재료 구매계약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위해식품 판매나 축산물 기준·규격 위반, 원산지 거짓표시 등의 위반 내용과 경중에 따라 1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입찰 참가를 제한하거나 수의계약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학생 먹거리 안전을 높인다는 게 제도 도입의 취지지만 식자재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향후 학교급식 수주 경쟁의 기준을 바꾸는 계기가 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가격과 납품 능력뿐 아니라 원산지 추적, 냉장·냉동 유통, 식품 검사, 협력업체 관리 등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J프레시웨이와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뿐 아니라 학교·어린이집 식재 시장을 직접 공략해 온 아워홈과 풀무원푸드머스 등 대형 업체의 식품안전 인프라가 부각될 전망이다.
특히 아워홈은 학교급식 시장과의 접점이 뚜렷하다. 회사는 식재 유통을 담당하는 ‘Total Food Solution(TFS) 사업부’ 아래 수도권·중부·경북·경남·호남·강원 영업조직과 별도로 ‘학교영업팀’을 운영하고 있다. 식자재 공급 대상에도 학교와 어린이집을 별도 영역으로 두고 있다.
물류·위생 인프라도 강점이다. 아워홈은 현재 전국 14개 물류센터와 9개 제조공장을 운영하며 전국 24시간 공급망과 콜드체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식재료 입고부터 보관·배송까지 저온 유통을 적용하고 배송차량 위치와 운행 중 온도를 실시간으로 관제한다. 전국 사업장과 고객사에는 HACCP 위생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아워홈의 식재사업은 단순 제품 공급을 넘어 고객사를 대상으로 급·외식 위생관리 진단과 전문 연구원의 식품 분석검사, 시설·동선 개선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학교급식 안전규제가 강화될수록 이처럼 식재료 공급과 위생관리 서비스를 묶어 제공할 수 있는 사업구조가 차별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풀무원도 이번 제도 변화의 영향권에 있는 대표 사업자다. 풀무원 계열 식자재 유통기업 풀무원푸드머스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산업체, 복지관, 군부대, 외식업체 등 전국 약 2만7000곳에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올해 7월에도 영유아 급식 사업장을 대상으로 식단 개발과 위생관리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키즈·급식 시장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학교급식 시장을 겨냥한 상품 공급도 이미 진행 중이다. 풀무원푸드머스는 어린이집과 학교 급식용 제품을 별도로 공급하고 있으며, 학교급식지원센터와의 협력도 지속해왔다. 지난 6월에는 포항시육아종합지원센터·학교급식지원센터와 협약을 체결하는 등 지역 급식시장과 연계한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풀무원은 특히 콜드체인과 협력사 품질관리 분야에서 규제 강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풀무원기술원은 2022년 식품 냉동·냉장업 HACCP 인증을 획득한 데 이어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물류센터 온도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법적 기준보다 강화된 자체 정온관리 기준도 운용하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이 같은 관리시스템을 자체 물류망에만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풀무원은 스마트 HACCP 기반 냉동·냉장 온도 모니터링 체계를 협력기업에도 확대해 현재 66개 협력기업이 관련 시스템을 도입했다. 대기업과 중소 공급업체 간 식품안전 인프라 격차가 이번 규제 강화의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하나의 상생 모델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자체 식품안전 조직이나 대규모 저온물류 설비를 갖추기 어려운 영세 납품업체에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학교급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업체의 경우 중대한 법령 위반으로 수개월간 입찰 참가가 제한되면 단순 과징금이나 행정처분을 넘어 매출 자체가 끊길 수 있다. 규제 위반을 예방하기 위해 냉장·냉동 설비 개선과 검사 인력 확충, 원산지 증빙, 식재료 이력관리 시스템 등을 강화할 경우 추가 비용도 불가피하다.
특히 대기업은 기존에 구축해 둔 시설과 인력을 여러 거래처에 공동 활용할 수 있지만 영세업체는 학교급식 납품을 위해 발생하는 추가 관리비용을 자체적으로 떠안아야 한다. 안전성이라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기업 규모에 따라 실제 규제 대응 비용에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제도가 장기적으로 학교급식 식자재 시장의 ‘옥석 가리기’를 넘어 공급업체 대형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안전관리 체계가 취약한 업체가 시장에서 퇴출되고 검증된 공급망을 갖춘 업체의 입지가 커지는 과정에서 지역 중소·영세 식자재 업체의 설 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위생·원산지 규제 강화가 곧바로 대기업의 학교급식 시장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농산물 우선 사용과 지역별 학교급식지원센터, 계약방식 등 학교급식 특유의 조달 구조가 존재하는 데다 대기업 역시 실제 학교와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에 따라 이번 제도의 직접적인 적용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정책의 성패는 ‘불량 업체를 얼마나 퇴출시키느냐’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중소·영세업체의 안전관리 수준을 어떻게 끌어올릴지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이 보유한 콜드체인과 검사·추적관리 시스템을 협력업체와 공유하거나 정부·교육당국이 영세업체의 시설 개선과 디지털 이력관리 구축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학교급식 시장의 경쟁축이 가격에서 ‘가격+안전’으로 이동할 경우 대형 식자재 업체들의 공급망 관리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규제 대응 능력 차이가 시장 점유율 격차로 이어지는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업체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유해한 식재료 납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품질과 안전성이 확보된 식재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며 “성장기 학생들의 건강 보호 및 증진과 학교급식의 질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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