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대한민국건축문화제’ 부산 벡스코서 개막…산복도로·해양 품은 도시 미래 조망

박성태 기자 / 기사승인 : 2026-10-27 08:11:34
31일까지 ‘다·양·체: 포용과 회복의 도시’ 주제로 전시·학술포럼·건축영화제 개최
통합 첫해 맞은 ‘부산건축상’ 시상…동래구 ‘로띠 포레스트’ 금상 수상
산복도로·해안 등 입체적 지형 대응 건축학적 실험…원도심 재생과 기후위기 해법 모색

[메가경제=박성태 기자] 산과 바다, 급경사지와 원도심 골목이 얽힌 부산 고유의 도시 공간 구조를 바탕으로 기후위기와 도시 소멸 시대의 지속가능한 건축적 해법을 모색하는 국내 최대 건축 행사가 막을 올렸다. 부산시(시장 전재수)는 27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닷새간 벡스코(BEXCO) 제1전시장 3A홀에서 ‘2026 대한민국건축문화제 & 부산 건축기획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 2026 대한민국건축문화제 & 부산 건축기획전 포스터 [부산시 제공]


올해 행사는 ‘다·양·체(MULTIPLICITY): 포용과 회복의 도시’를 주제로 기획됐다. 사단법인 한국건축가협회가 주최하고 한국건축가협회 부산건축가회가 주관하며, 부산시와 문화체육관광부,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공동 후원한다. 

 

급격한 사회 변화와 기후재난 속에서 도시의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확보하고 모든 세대를 포용할 수 있는 공간 복지를 논의하기 위해 전문가 전시와 국제 교류전, 학술포럼,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결합된 종합 축제로 치러진다.

핵심 전시 공간에는 ‘국제건축가연맹(UIA) 세계건축대회’ 부산관에서 호평을 받았던 콘텐츠를 재구성한 ‘부산관 특별기획전시’가 배치됐다. 3년마다 열려 ‘건축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UIA 대회의 성과를 시민과 공유하는 자리다. 

 

굴곡진 산복도로 계단과 해안 매립지, 협소한 골목 등 부산 특유의 험준한 지형과 생활환경이 도시 형성에 미친 궤적을 대형 입체 모형과 이미지 콜라주, 영상 매체로 풀어냈다.

특히 ‘부산건축 17선’을 통해 열악한 경사지와 해양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해 온 지역 건축가들의 구조적 해법을 집중 조명한다. 관람객들은 경사지와 도심 해변의 실제 보행 동선을 감각적으로 재현한 미디어 영상관을 통해 부산이라는 도시가 품은 입체적 공간미를 체감할 수 있다.

개막 첫날인 27일에는 ‘2026 부산건축상’ 시상식이 함께 열렸다. 부산시가 추진해 온 ‘부산다운 건축상’과 지역 건축가회의 ‘부산건축상’이 통합 운영된 첫해로, 엄격한 현장 심사를 거친 최고 영예의 금상은 역사적 장소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동래구의 근린생활시설 ‘로띠 포레스트’에 돌아갔다. 은상은 도심 속 공공 배려 공간을 창출한 중구 ‘레이어드 모놀리스’와 기존 노후 건물을 주민 공유 인프라로 탈바꿈시킨 수영구 ‘망미 문화쉐어센터’가 각각 차지했다.

지역 건축 발전에 헌신한 강대화 건축사(토탈 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올해의 건축가상’을, 이기철 건축사(아키텍케이 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신진건축가상’을 받았다. 행사 기간 수상작 모형 전시와 더불어 설계자가 직접 동행해 공간의 철학을 설명하는 ‘시민투어’가 함께 진행된다.

학술 행사와 문화 프로그램도 축제 전반을 채운다. 28일에는 유현준 홍익대 교수가 ‘부산의 공간과 미래’를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서 부산 수변 공간과 입체 도시로서의 잠재력을 짚는다. 29일에는 대한건축학회 부울경지회 주관으로 프랑스 사회주택 모델을 접목해 산복도로 노후 주거지의 정비 방향을 논의하는 ‘부산형 노후주거지 공동주택의 미래’ 포럼이 열린다.

30일에는 부산시 주최, ㈜상지이앤에이·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주관으로 ‘제57차 열린부산·도시건축포럼’이 열려 윤일이 일리건축사사무소 대표와 박미경 상림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초기 정책이주지와 부산 아파트 변천사를 통해 공공 주거 정책의 명암을 짚는다. 아울러 영화의전당 소극장에서는 27일부터 30일까지 4일간 총 12회에 걸쳐 건축 다큐멘터리와 예술영화를 선보이는 ‘제6회 부산건축영화제’가 열린다.

부산의 건축 환경은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과 압축 성장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산비탈을 깎아 일군 판자촌에서 기원한 산복도로 주거지와 1970~1980년대 수출 경제를 뒷받침한 항만 물류 인프라는 부산만의 독특한 고저 차와 수직적 도시 경관을 형성했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따른 인구 유출과 초고령화, 산지 노후 불량 주거지의 슬럼화가 가속화되는 국면에서 이번 건축문화제의 논의는 단순한 미학적 전시를 넘어선다. 획일적인 초고층 재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험준한 지형 조건을 지형 순응형 테라스 하우스나 수직 입체 보행로 등 지역 맞춤형 건축 자산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지방 소멸 위기에 직면한 전국 연안·산지 도시들의 공통된 정책 과제와 맞닿아 있다.

김효숙 부산시 주택건축국장은 “대한민국건축문화제가 부산에서 열리는 것은 지역 고유의 입체적 지형과 해양 경관이 지닌 도시건축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중요한 계기”라며 “전문가들의 혜안과 시민들의 일상적 시선을 결합해 기후위기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도시 공간 복지를 구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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