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장·창고 19만동 실태조사…시설 개선·위험 감소 검증이 관건
안전투자에 보험조건 연계 필요성 부각…금융지원 통한 기업 부담 완화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화재 3만8344건이 발생해 346명이 숨지고 2390명이 다쳤다. 재산피해는 약 2조3502억원에 달했다. 최근 경기 부천 도장공장 화재로 진압 작업에 나섰던 소방관이 순직하면서 산업현장의 화재 예방과 안전관리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정부는 전국 공장·창고 약 19만동을 대상으로 화재안전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점검 확대만으로 반복되는 화재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위험요인을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시설 개선과 안전투자로 이어지는 체계가 필요하다. 사고 이후 손실을 보상하는 보험의 역할도 사전 예방과 피해 회복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메가경제는 한국화재보험협회와 공동기획을 통해 반복되는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한 보험의 역할과 예방 중심 사회안전망 구축 방안을 살펴본다. 1편에서는 산업시설 위험진단과 안전투자, 보험제도의 연계 가능성을 분석한다. 2편에서는 취약계층의 피해 회복과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새로운 화재 위험에 대한 대응 과제를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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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이미지 제작 |
◇ 반복되는 산업현장 화재…19만동 점검 이후가 중요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원인조사와 안전점검, 재발 방지 대책이 뒤따르지만 산업현장에서는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위험요인을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시설 개선과 투자로 이어지는 예방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이후 손실을 보상하는 화재보험의 역할을 사전 위험관리로 확대하고, 안전시설 투자에 따른 위험 감소 효과를 보험조건에 반영하는 방안도 주목받고 있다.
26일 소방청과 한국화재보험협회, 국토교통부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산업현장의 화재 예방체계는 위험진단과 개선 권고, 시설 투자, 사후 평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방향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장·창고 19만동 실태조사 역시 점검 규모보다 확인된 위험요인을 얼마나 개선하느냐가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이 노후 설비를 교체하거나 소방시설을 보강해 화재 위험을 낮췄다면 그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보험 인수조건 등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체계가 중요하다. 안전투자가 기업의 손실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경영비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제도적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경기 부천의 한 도장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산업현장 위험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드러낸 사고다.
당시 오전 8시 30분께 발생한 화재로 진압 작업에 나섰던 김진석 소방위가 순직하고 다른 소방관 5명과 공장 관계자 2명이 다쳤다. 경찰은 지난 21일 해당 공장을 압수수색하는 등 정확한 화재 원인과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인화성 물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용기 약 180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질의 성분과 저장·취급 과정의 적법성, 화재 발생 원인 등은 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이번 사고를 특정 시설의 관리 부실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험물 관리와 화재 확산 방지, 건축물 구조, 소방시설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과제는 분명해졌다.
정부도 산업시설의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전국 공장·창고 약 19만동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화재안전 실태조사 계획을 마련했다. 조사 대상은 연면적 500㎡ 이상 공장·창고를 중심으로 위험물·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과 고위험 사업장 등을 포함한다.
조사는 화재 위험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되며, 건축물 불법 구조변경과 방화시설 관리, 위험물 취급 실태, 산업안전조치 준수 여부 등을 살펴보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공장 화재 안전 강화 방안에서 안전시설 투자에 대한 재정지원과 정책금융 확대도 제시했다. 중소·중견기업의 화재·폭발 예방 장비 구매 등을 지원하는 5년간 2000억원 규모의 재정지원 사업과 1조2500억원 규모의 안전투자 대출 프로그램 등이 포함됐다.
문제는 조사 이후다. 점검 대상이 확대되더라도 노후 전기설비 교체나 스프링클러 보강, 방화구획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예방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공장과 창고는 업종과 생산공정에 따라 위험 특성도 다르다. 가연성 원료를 취급하는 도장공장과 일반 물류창고, 전기설비가 밀집한 생산시설에 동일한 방식만 적용해서는 개별 사업장의 위험을 충분히 평가하기 어렵다.
기업의 투자 여력도 변수다. 특히 중소기업은 안전시설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더라도 비용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설비 교체를 미룰 가능성이 있다.
결국 정부의 실태조사가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위험요인별 개선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제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후속 관리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 한국화재보험협회, 위험진단·사고 데이터 활용 확대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체계를 보완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는 보험산업이 축적한 위험평가 역량과 사고·손해 데이터다.
한국화재보험협회는 특수건물 안전점검과 위험관리, 시험·연구, 화재원인조사 등을 통해 화재 위험을 분석하고 보험산업의 위험관리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보험회사는 계약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건축물의 구조와 용도, 위험물 취급 여부, 소방시설 설치 상태, 과거 사고 이력 등을 평가한다. 사고 발생 이후에는 손해 규모와 원인에 관한 자료도 축적한다.
이러한 정보는 보험계약 인수 여부와 조건을 결정하는 데 활용될 뿐 아니라 유사 사고를 예방하는 기초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업종에서 전기설비 관련 화재가 반복되거나 방화구획 미비가 피해 확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된다면 위험진단 과정에서 해당 항목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진단 결과를 실제 개선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을 권고하더라도 기업이 시설을 보완하지 않거나 이후 관리 상태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화재보험협회가 제시하는 위험관리 방향 역시 진단과 개선 권고, 시설 보완, 위험도 재평가를 하나의 관리체계로 연결하는 데 있다.
사업장에서 확인된 위험요인을 개선하고 그 결과를 다시 평가해 이후 위험관리에 반영하는 구조다. 이러한 방식이 정착되면 기업은 위험도가 높은 시설에 안전투자를 집중할 수 있고, 보험회사도 사업장별 위험 수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정부의 법정 안전점검과 민간 보험사의 위험평가는 목적과 적용 기준이 다르다. 평가 결과를 연계하려면 개선 이행 여부를 누가 확인할지, 위험정보를 어느 범위까지 활용할지 등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기업정보 보호와 평가 결과의 신뢰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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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이미지는 한국화재보험협회 자료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현행 체계의 과제를 정리한 것이다. |
◇ 안전시설 투자에 보험료 할인…위험 감소 입증이 핵심
기업의 자발적인 안전투자를 확대하려면 시설 개선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공장 화재 안전 강화 방안을 통해 화재 안전장치를 갖춘 공장에 보험료 할인을 제공하고, 보험계약 체결 이후 소화설비 설치에 따른 할인금액을 환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안전시설 투자를 보험조건과 연결해 기업의 예방활동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한국화재보험협회 역시 위험진단과 시설 개선에 따른 위험 감소 효과가 보험 인수조건 등에 합리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업이 스프링클러를 보강하거나 노후 전기설비를 교체해 화재 발생 가능성과 피해 규모를 낮췄다면 이를 위험평가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회사도 대형 사고에 따른 손해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다.
그러나 안전시설을 설치했다고 해서 모든 사업장의 보험료가 자동으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실제 보험료와 계약조건은 건축물의 구조와 용도, 위험물 취급 여부, 사고 이력, 손해율, 보험회사의 위험평가 기준 등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가 제시한 할인·환급 방안도 구체적인 적용 요건과 시행 범위를 구분해 살펴야 한다.
핵심은 시설 개선으로 위험이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단순히 소방시설의 설치 여부만 확인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유지보수가 적절하게 이뤄지는지, 실제 화재 발생 시 피해 확산을 얼마나 억제할 수 있는지까지 평가해야 한다.
업종과 시설 유형별 사고·손해 데이터도 필요하다. 동일한 설비를 설치하더라도 생산공정과 위험물 취급 규모에 따라 예방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 초기 투자 여력이 부족한 사업장은 장기적인 보험비용 절감 가능성만으로 시설 확충을 결정하기 어렵다. 정부의 재정지원과 정책금융, 전문기관의 기술지원이 함께 작동해야 하는 이유다.
안전투자와 보험의 연계가 실효성을 갖추려면 기업의 투자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시설 개선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 취약계층 화재 55건 보상 절차…피해 회복도 사회안전망
보험의 역할을 사전 예방으로 확대하는 것과 함께 사고 이후 피해 회복 기능을 강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화재 피해를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보험은 일상 회복을 지원하는 사회안전망이 될 수 있다.
경기도의 '화재취약계층 주택화재 안심보험' 사업은 이러한 기능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화재보험협회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이 협력해 추진한 이 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화재 피해에 취약한 주민의 주택화재보험 가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협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 시행 이후 8개월 동안 화재사고 55건이 접수됐으며, 약 10억8000만원 규모의 보험금 지급 절차가 진행됐다.
이는 해당 금액 전부가 지급 완료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지급액과 시점은 개별 사고의 손해사정 및 보상 절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화재 피해는 주택과 가재도구의 손실뿐 아니라 임시 거주공간 마련, 생활용품 재구입, 주거비 부담 등으로 이어진다. 소득과 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가구일수록 일상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보험 가입 지원이 실질적인 보호로 이어지려면 보장 범위와 보험금 청구 절차, 지급까지 걸리는 시간도 함께 살펴야 한다.
산업현장에서도 피해 회복 문제는 중요하다. 공장 화재는 건물과 생산설비, 원재료, 재고자산의 직접적인 손실뿐 아니라 생산 중단과 납품 지연 등 추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일반적인 화재보험의 재산손해 보장과 달리 영업 중단에 따른 손실은 기업휴지손해 등 관련 담보에 가입하고 약정된 요건을 충족해야 보상받을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보험 가입금액뿐 아니라 보장 범위와 면책사항, 생산 중단 손실의 보장 여부까지 확인해야 한다. 보험의 사회안전망 기능은 가입 대상을 확대하는 것뿐 아니라 사고 이후 피해자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에 따라 평가돼야 한다.
◇ 전기차·ESS·데이터센터…신종 위험에 평가기준 보완
산업현장의 화재 위험은 기존 공장과 창고에 머물지 않는다. 전기차 충전시설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설비와 시설이 확대되면서 화재 예방과 보험 위험평가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배터리 관련 설비는 설치 환경과 운영 방식에 따라 열 확산과 재발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사고 발생 이후 진압과 복구 과정에서도 기존 시설과 다른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는 전력공급설비와 냉각시설, 배터리 등 다양한 설비가 밀집해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직접적인 재산피해뿐 아니라 서비스 중단에 따른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시설은 기존 건축물의 안전점검 기준만으로 개별 위험 특성을 충분히 평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새로운 기술과 설비는 사고 이력과 손해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위험평가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화재보험협회는 화재재현실험과 시험·연구, 실제 사고조사 등을 통해 위험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화재안전기준(KFS)과 현장 안전점검, 보험 위험평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조사 결과를 유사 시설의 설계와 운영, 유지보수 기준에 반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역시 사고·손해 데이터를 인수심사에만 활용하지 않고 예방서비스와 위험관리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화재 위험에 대응하려면 정부와 소방당국의 사고조사, 전문기관의 시험·연구, 기업의 시설 관리, 보험업계의 위험평가가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 점검 건수보다 위험 감소 성과…예방 중심 전환 과제
반복되는 화재를 줄이기 위한 핵심은 안전관리의 성과를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지에 있다. 점검 대상과 횟수를 늘리는 것은 필요하지만 위험요인을 얼마나 개선했는지 확인하지 못한다면 예방정책의 실질적인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기업의 안전투자 역시 시설 설치 실적만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실제 화재 발생 가능성과 예상 피해 규모를 얼마나 낮췄는지 살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안전점검 결과와 전문기관의 위험진단, 기업의 개선 이행 실적, 보험업계의 사고·손해 데이터를 연계해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서로 다른 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활용하려면 자료의 정확성과 평가 기준의 일관성, 기업정보 보호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특히 위험평가 결과를 보험조건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객관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기업의 안전투자를 유도하기보다 보험 가입 부담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화재보험협회가 보유한 위험진단과 시험·연구 역량은 이러한 예방체계를 구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보험업계는 사고·손해 데이터를 바탕으로 위험을 정교하게 평가하고, 기업은 진단 결과를 시설 개선에 반영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정부는 점검 이후 개선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투자 여력이 부족한 사업장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결국 예방 중심 보험체계로의 전환은 보험료 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위험을 발견하고 시설을 개선한 뒤 그 효과를 검증해 다시 안전투자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공장·창고 19만동에 대한 실태조사도 조사 규모를 넘어 실제 시설 개선과 위험 감소로 이어질 때 의미를 갖는다.
반복되는 화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안전점검과 기업의 시설 투자, 전문기관의 위험진단, 보험의 경제적 유인 기능이 하나의 체계로 작동해야 한다. 발견된 위험을 얼마나 줄였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 성과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예방 중심 사회안전망 구축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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