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돼도 27년째 만든다…매일유업이 ‘특수분유’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6-09-04 08:39:19
선천성대사이상 환아용 특수분유 생산…수요 적어도 공급 지속
환아 가족캠프부터 독거노인 ‘우유안부’까지…본업 기반 돌봄 사회공헌 확대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수요가 적고 대량 생산도 어렵다. 일반 분유처럼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매일유업은 20년 넘게 이 시장을 떠나지 않았다. 선천성대사이상 질환을 앓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특수분유 이야기다.


유업계가 저출생과 흰우유 소비 감소라는 구조적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 가운데 매일유업의 장기 사회공헌 활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제품 기부를 넘어 유제품 제조 기술과 유통망 등 본업의 역량을 활용해 환아와 고령층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 매일유업이 20년 넘게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1999년부터 선천성대사이상 환아를 위한 특수분유를 생산하고 있다. 선천성대사이상 질환은 특정 영양소를 정상적으로 분해하거나 대사하지 못하는 희귀질환으로, 환아는 일반 분유 대신 질환에 맞춰 특정 성분을 조절한 특수분유를 섭취해야 한다.

문제는 시장 규모다. 질환별 환자 수가 많지 않은 데다 각각의 증상에 맞춘 제품을 별도로 생산해야 해 일반 분유처럼 대규모 생산을 통한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매일유업은 환아들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관련 제품 생산을 이어오고 있다.

기업 사회공헌 활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회성 현금 기부와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회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유 제조’라는 본업을 활용하면서 사업성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제품을 장기간 유지하고 있어서다.

매일유업의 지원은 제품 생산에 그치지 않는다. 선천성대사이상 질환 가운데 하나인 페닐케톤뇨증(PKU) 환아와 가족을 위한 가족성장캠프도 꾸준히 후원해왔다. 환아 가족들이 질환 관리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희귀질환 환아에서 시작한 돌봄은 노년층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매일유업은 독거노인 가정에 우유를 정기적으로 전달하면서 안부까지 확인하는 이른바 ‘우유안부’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우유 배달 과정에서 제품이 그대로 남아 있거나 평소와 다른 상황이 확인될 경우 관계기관 등에 알리는 방식으로 독거노인의 고립과 고독사 위험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매일 아침 가정으로 제품을 배달할 수 있다는 유업의 기존 유통망을 사회 안전망으로 활용한 셈이다.

특히 이 같은 활동은 최근 기업 사회공헌의 무게중심이 단순 기부에서 ‘업(業) 연계형’으로 이동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기업이 가진 제품과 기술, 인프라를 활용할수록 사회공헌의 지속 가능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유업의 경우 유아기에는 특수분유로 희귀질환 환아를 지원하고, 고령층에는 우유 배달망을 활용해 안부를 살피는 구조가 형성됐다. 유제품이라는 하나의 본업을 매개로 세대별 사회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유업계의 경영환경은 갈수록 녹록지 않다. 출생아 감소로 핵심 시장인 분유 수요가 줄어드는 데다 우유 소비까지 감소하면서 업체들은 단백질 음료와 성인 영양식,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당장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수분유 생산을 장기간 이어왔다는 점은 매일유업 사회공헌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얼마를 기부했느냐’보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얼마나 오래 지속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는 시각에서도 눈길을 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기업의 사회공헌은 단순한 기부 규모보다 본업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실제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기업이 가진 기술과 제품, 유통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식은 장기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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