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시공계약 결렬에 '설계 책임' 공방…대우건설, 한수원 주장 정면 반박

정태현 기자 / 기사승인 : 2026-10-30 09:02:06
추가 공사비 반영액은 견적의 40% 미만 주장…위험예비비 제외 요구도 쟁점
시공역량 우려에 원전 수행 실적 제시…계약조건 변경 후 3주 내 결론 요구

[메가경제=정태현 기자]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대우건설이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시한 계약조건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반박에 나섰다. 설계에 관여하지 않는 시공사에 설계 오류와 공사 물량 증가에 따른 책임까지 부담하도록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추가 공사비도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협상 결렬의 원인이 단순한 계약금액 차이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30일 대우건설이 전날 배포한 체코 원전 시공계약 관련 반박자료에 따르면 양측은 공사비뿐 아니라 설계 변경에 따른 위험 분담과 업무 범위, 계약상 책임 등을 놓고 입장 차이를 보였다. 

 

▲ 대우건설 사옥 전경.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은 한수원이 수행한 설계에서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시공사가 이를 발견하지 못하면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조건이 제시됐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의 설계 오류로 재공사가 발생해도 원청사가 발주처로부터 보상받지 못하면 시공사에도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다른 협력업체의 과실에 대한 한수원의 책임을 명시하지 않거나, 발주사의 부지 미제공으로 공사가 지연되더라도 추가 간접비를 보상하지 않는 조건도 제시됐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체코 원전에 적용되는 APR1000이 세계 최초로 상용 건설되는 노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 원전과 달리 참고할 동일 노형의 선행 발전소가 없는 만큼 설계 변경에 따른 물량 증가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데도 시공사에 관련 위험을 부담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공사비 산정 과정에서도 양측의 설명이 엇갈렸다.

한수원은 최초 입찰 당시 시공사가 물량 증가 등 모든 위험을 반영한 총액확정계약 방식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우건설은 한수원이 위험예비비를 자체적으로 반영하겠다며 시공사 견적에서 제외하도록 공식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관련 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제출했으며, 이러한 내용도 견적산출근거서에 명시했다는 것이다.

추가 공사비 반영 수준도 쟁점이다. 한수원은 최초 입찰 이후 새롭게 확인된 업무를 공사비에 반영하고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적정성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추가 업무에 필요한 비용이 1조원에 가까운 규모로 산정됐지만, 한수원이 반영한 증액분은 실제 견적금액의 4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계약 방식과 관련해서도 대우건설은 설계·조달·시공(EPC)을 모두 책임지는 원청사와 설계에 관여하지 않는 시공 하도급사의 위험 부담 범위는 달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계에 따른 물량 증가를 시공사가 책임지는 총액확정계약 방식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수원이 제기한 시공역량 문제에도 반박했다.

한수원은 대우건설이 신월성 1·2호기 이후 신규 원전 건설 실적이 부족하고, 수행인력의 경력요건 완화를 요구했다며 사업 수행능력에 우려를 나타냈다.

대우건설은 신월성 원전 이후에도 영광 증기발생기 교체공사와 수출형 연구용 원자로 공사 등 원자력 관련 사업을 수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인력 경력요건 역시 단순한 완화 요구가 아니라 원청계약과 한수원의 자체 기준이 중복 적용되는 문제를 협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협상 종료 시점을 둘러싼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15개월 동안 실무회의 78회와 이견조정위원회 11회 등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체 사업 일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추가 협상 없이 종료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우건설은 지난 7일 한수원이 변경된 계약조건을 제시하면서 협상의 전제가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원전 건설사업의 복잡성과 설계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약 3주 만에 새로운 조건을 검토하고 최종 결론까지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대우건설은 협상 마감일인 지난 29일까지 계약금액을 낮춘 수정안을 제출하고 협상 기한을 오는 12월 31일까지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지난 29일 공시에서도 한수원으로부터 협상 종료 의사를 확인했으나 당시까지 공식 서면 통지는 받지 못했다며,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내년 7월까지 경쟁입찰을 통해 신규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은 공사 원가 상승과 현지 사업 여건 변화를 고려하면 시공사 교체가 오히려 비용 증가와 사업 일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우건설은 한수원이 변경된 계약조건에 대한 충분한 검토 기회를 보장하지 않은 채 협상을 종료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원전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 협상을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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