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넘어 전신질환 유발”…전자담배 연기 독성 ‘확인’

김민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4-09 13:35:10
전세계 140여편 문헌 분석…혈관 손상·인지 기능 저하 확인
혼용 흡연 여성 중성지방 최대 3.9배↑…심혈관질환 위험↑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전자담배가 폐를 넘어 뇌·심혈관·대사계 등 전신 장기에 독성을 유발한다는 대규모 문헌 분석 결과가 나왔다. 나노 입자 형태의 에어로졸이 혈관과 장기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대사증후군 위험 증가, 혈관 손상, 인지 기능 저하 등 복합적 건강 영향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변민광 호흡기내과 교수가 미국 전자담배 연구 그룹인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의과대학 로렌 E. 월드(Loren E. Wold) 교수, UC 샌디에고 의과대학 로라 E. 크로티 알렉산더(Laura E. Crotty Alexander) 교수와 함께 전자담배가 인체 여러 장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변민광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사진=강남세브란스병원]

 

변민광 교수팀은 전세계 140여 편의 핵심 연구 사례를 종합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전자담배 기기로 가열된 액상은 미세먼지보다 작은 나노 입자 형태의 에어로졸로 변환되며, 에어로졸에 있던 나노 단위의 니코틴·중금속·독성 물질들이 대기오염을 일으키고, 흡연 시에는 폐포와 혈관에 더욱 깊숙이 침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담배 노출에 의한 가장 흔한 영향은 산화 스트레스 증가와 염증 반응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전자담배가 단순히 폐 건강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뇌와 심혈관, 대사 시스템 등 거의 모든 장기에서 독성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자담배 사용자는 비흡연자 대비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최대 1.4배 높았으며,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를 혼용하는 여성의 경우 중성지방 수치가 3.9배까지 치솟는 사례가 보고됐다. 

 

또한 니코틴과 나노 입자가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시켜 동맥경화와 혈압 상승, 동맥 경직도 증가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도 뇌의 에너지 대사를 방해하고 직접적인 염증을 유발해 인지 능력을 떨어뜨리는 한편, 뇌의 포도당 이용률을 떨어뜨려 뇌졸중 발생 시 뇌 손상을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이 확인됐다.

 

전자담배 에어로졸이 벽지나 가구에 달라붙는 ‘표면 침착’으로 인한 3차 간접흡연의 위험성도 제기됐다. 이는 환기 후에도 수개월간 남아, 영유아나 반려동물에게 직접적인 독성 노출을 일으킬 수 있다. 

 

아울러 연구팀은 전자담배 에어로졸이 야기하는 대기오염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현재의 대기 오염물질 배출 시나리오가 지속될 시,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205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네이처(Nature)지의 전망을 인용해 경각심을 더했다.

 

변민광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자담배가 단순히 폐 건강에만 국한되지 않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에 걸쳐 여러 장기에 독성을 유발한다는 학계의 공통된 결론을 도출해 낸 것”이라며 “달콤한 향기에 가려진 전자담배의 위험성을 일반 대중과 정책 입안자, 의료 전문가 모두가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문은 약리학 분야의 최신 지견을 다루는 연간 리뷰 저널 ‘연간 약리학 및 독성학 리뷰(Annual Review of Pharmacology and Toxicology, IF 13.1)’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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