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심리지원부터 중장년 안부적립금·노년 걷기까지…18개 민관 협의체 세대별 맞춤 복지
고독사 위험 사후 발굴서 ‘일상 관계망’으로 진화…지자체 골목 인적 네트워크 대안 부상
[메가경제=박성태 기자] 90대 홀몸 어르신이 휴대전화에 남긴 부재중 전화 한 통을 놓치지 않은 이웃의 눈썰미가 꺼져가던 생명을 구했다. 행정 관청의 정기 방문이나 복지 매뉴얼 이전, 평소 골목을 오가며 얼굴을 익히고 안부를 챙기던 주민 네트워크가 빚어낸 결실이다.
서울 서대문구(구청장 박운기)는 주민과 가스·수도 검침원, 집배원 등 생활밀접직종 종사자가 동네 안에서 위기 징후를 먼저 발견하고, 공공·민간 복지기관이 맞춤형 돌봄을 연계하는 ‘고립예방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고립 위험에 놓인 주민 2500여 명을 발굴 및 지원했다고 2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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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27일 오후 서대문구청 6층 대강당에서 열린 ‘모두 함께 만드는 따뜻한 연결도시 서대문’ 결의대회에서 박운기 구청장과 고립위험 주민 발굴·지원을 위한 민관 관계자들이 관심, 소통, 돌봄, 나눔, 함께 등의 단어가 담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서대문구 제공] |
실제로 최근 연희동에서는 평소 홀몸 어르신의 안부를 살피던 복지순찰대원 전민정 씨가 어르신의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 곧장 집을 찾아가 방 안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어르신을 구조했다. 전 씨는 119 긴급 신고에 이어 가족과 동주민센터에 상황을 신속히 전파하고, 퇴원 후 연계될 재가 돌봄 서비스까지 요청하며 빈틈없는 조치를 이끌어냈다.
서대문구는 이웃돌봄반과 복지순찰대뿐 아니라 골목을 매일 누비는 집배원, 계량기를 확인하는 가스·수도 검침원,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복지상점 등 생활 최접점 인력을 촘촘한 상시 발굴망으로 엮어 고립 위기 가구를 조기에 포착하고 있다.
위기 가구가 발견되면 단순 생계비 지원을 넘어 연령과 생활 여건에 맞춘 생애주기별 일상 회복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청년층에는 고립·은둔을 극복할 수 있도록 심리 안정을 돕는 ‘청년, 함께 잇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자살이나 자해를 시도한 고위험 청년에게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한 ‘마음키트’를 긴급 지원한다.
고독사 위험에 가장 취약한 중장년 1인가구에는 자기돌봄과 상호돌봄을 결합한 ‘함께삶2’, 취미를 매개로 외출을 유도하는 ‘슬기로운 서대문 생활’과 함께 안부 확인 활동을 독려하는 ‘안부확인 적립금’ 제도를 운용한다. 노년층을 대상으로는 ‘매일 30분 걷기’, ‘이웃에게 안부 전화하기’ 등 스스로 설정한 생활 목표를 실천하는 ‘일상 도전 지원사업’을 펼쳐 사회적 단절을 막는다.
민관 복지 거버넌스 체계도 단단히 구축됐다.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과 홍은종합사회복지관을 고립가구 전담 거점기구로 지정했으며, 경찰과 소방을 포함한 관내 18개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고립예방협의체’가 상시 공조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보건복지부-KMI 후원금 지원 사업에 선정돼 확보한 5000만 원의 민간 자원을 투입, 고립 청년 주거환경 개선과 중장년 치과 진료, 긴급 생필품 패키지 지원 등 실질적 회복 사업을 병행 중이다.
국내 1인가구 비중이 35%를 넘어서면서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는 노인 세대만의 문제를 넘어 청년과 중장년층 전체로 확산하는 구조적 위험 요인으로 굳어졌다. 보건복지부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독사 사망자 가운데 50대와 60대 중장년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웃돌고 있으며, 학업 중단이나 구직 실패로 문을 닫아건 고립·은둔 청년 역시 전국적으로 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지자체 중심의 복지 전달체계는 공공 전산망에 포착되는 단전·단수, 건보료 체납 등 이른바 ‘위기 데이터’를 중심으로 가동돼 왔다. 하지만 시스템에 이상 징후가 잡히는 시점에는 이미 경제적 파산이나 극심한 영양실조, 고독사 직전의 한계 상황에 도달한 경우가 많아 조기 예방에 구조적 한계를 노출했다.
서대문구가 추진하는 골목 기반 민관 협력망은 공공 데이터의 시차를 메우는 실천적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우편물이 쌓이거나 계량기 수치가 멈추는 미세한 일상의 균열을 집배원과 검침원, 이웃 주민이 먼저 감지해 복지 영역으로 끌어올림으로써 비극적인 고립 사망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는 사회적 완충 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편 구는 지난 27일 오후 서대문구청 대강당에서 민관 복지 실무자와 주민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모두 함께 만드는 따뜻한 연결도시 서대문’ 결의대회를 열고 우수 활동 사례를 공유하며 골목 안전망 고도화를 다짐했다.
박운기 서대문구청장은 “위기에 처한 주민을 가장 먼저 발견해 내는 것도, 이들이 다시 건강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것도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 어린 연결”이라며 “주민들의 사소한 관심과 따뜻한 눈길이 실질적인 복지 돌봄으로 직결될 수 있도록 민관 안전망을 한층 더 치밀하게 다져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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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27일 오후 서대문구청 6층 대강당에서 열린 ‘모두 함께 만드는 따뜻한 연결도시 서대문’ 결의대회에서 박운기 구청장(앞줄 가운데 테이블 중앙)과 고립위험 주민 발굴·지원을 위한 민관 관계자들이 관심, 소통, 돌봄, 나눔, 함께 등의 단어가 담긴 손팻말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대문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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