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억 규모 방산사업 평가 비리 의혹…개인 일탈 넘어 내부통제 책임론 부상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방위사업청(방사청)이 뇌물 제공과 원가 부정 사건에 연루된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에 2년간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최고 수위의 제재를 결정하면서 21일 주가 폭락과 함께 양측의 법적 공방이 격해지는 모습이다.
LIG D&A는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기소 사실만으로 제재를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집행정지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제재 여파는 21일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20분 기준 LIG D&A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약 15%(8만1000원) 급락한 46만8000원에 거래되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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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챗GPT4] |
21일 업계에 따르면 LIG D&A에 대한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단순한 입찰참가 제한을 넘어 신규 수주 차질과 방산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 확대, 기업 신뢰도 하락 등 경영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방사청은 지난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방위사업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LIG D&A에 대해 24개월(2년)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심의·의결했다.
이는 국가계약법에 따른 최고 수준의 제재로 지난 8월 검찰이 발표한 뇌물 및 원가 부정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다.
이와 관련해 LIG D&A는 이번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소 사실만으로 제재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집행정지 신청을 할 것이며, 사업 등에 차질이 없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건이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인지, 회사 차원의 내부관리 및 통제 문제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 915억 방산사업에 뇌물 의혹…평가 결과까지 뒤집혔다
이번 사건은 방사청 공무원과 방산업체 관계자 사이에서 발생한 금품 거래가 무기개발 사업의 평가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방사청 소속 5급 공무원 A씨는 LIG D&A 측으로부터 사업 수주에 유리한 평가를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총사업비 915억원 규모의 방위사업 6건을 부정하게 평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그 대가로 LIG D&A 측에서 3억2000만원과 하청업체 추천권을 받고, 자신이 추천한 업체에서도 사례비 명목으로 1억4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품 수수액은 총 4억6000만원에 달한다.
평가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A씨가 '지능형 신호탐지 기술' 과제 평가항목 20개 중 16개에서 LIG D&A에 최고점을 부여한 반면 경쟁업체에는 모든 항목에서 최저점을 준 것으로 파악했다.이러한 편파 평가로 최종 평가 결과가 뒤집힌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한 기술 경쟁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해야 할 방위사업에서 특정 업체에 유리한 평가가 이뤄졌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A씨와 LIG D&A 임원 등을 뇌물수수 및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다만 관련 혐의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 방사청 "무관용" vs LIG D&A "제재 부당"…내부통제 도마
방사청이 이번 사건을 엄중하게 판단한 배경에는 뇌물 규모뿐 아니라 부정행위가 장기간에 걸쳐 계획적으로 이뤄졌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방사청은 개청 이후 최대 규모의 뇌물 사건이라는 점과 부정한 원가 산정 문제, 방위사업 전반의 신뢰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심의 과정에서는 민간위원(위원회)들이 참여해 업체 측 설명과 진술을 청취했으며, 입찰 제한 대신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그러나 위원회는 비위의 중대성을 고려해 24개월 입찰 제한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LIG D&A가 집행정지를 신청할 경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지가 향후 사업 운영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본안 판단 전까지 제재의 효력이 일시적으로 정지될 수 있지만, 기각될 경우 신규 입찰 참여에 상당한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 법적 공방 속 신뢰 회복도 '숙제'
문제는 법적 다툼과 별개로 회사 내부의 관리·감독 책임을 둘러싼 의문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방위사업은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되고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사업 수주와 계약, 원가 산정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내부통제가 요구된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금품 제공 의혹과 원가 부정 문제가 함께 불거진 경우라면 관련 임직원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부정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내부 검증체계가 작동했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서 조직적 관여 여부나 개별 임직원의 법적 책임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회사 차원의 내부통제 실패 여부 역시 구체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감독 실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일동 방사청 차장은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방위사업에서 뇌물 수수와 원가 부정 등 투명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어떠한 불법행위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제재를 통해 방산업계 전반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앞으로도 방위사업 비리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방사청의 최고 수위 제재가 법적 판단을 거쳐 유지될 지와 함께 회사가 내부통제 논란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면서 "법적 대응을 통해 당장의 사업 차질을 막는 것도 제일 중요하지만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책임 있는 설명과 재발 방지 대책도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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