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 줄고 비용은 뛰고…티메프 정산금 사태에 여행업계 '주름살' 늘어

심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6-08-10 10:37:22
하나투어 2분기 영업익 43.6% 급감…패키지 수요 줄고 개별여행은 증가
모두투어 적자 전환 전망…비상경영 돌입하며 임원 보수 최대 20% 삭감
티메프 여행상품 환불 소송 장기화…노랑풍선 항소로 여행사 법적 부담 확대

[메가경제=심영범 기자]고환율과 국제유가 상승, 중동 정세 불안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여행업계의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해외여행 비용 상승으로 패키지 여행 수요가 둔화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개별여행 선호가 강해지면서 전통적인 여행상품의 성장세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와 관련한 민사소송까지 장기화하면서 여행사들은 실적뿐 아니라 법적 리스크까지 떠안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고환율과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여행 수요 자체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여행업계가 고환율과 국제유가 상승, 중동 정세 불안 등 대외 악재와 티메프 소송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진=챗GPT]

 

10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5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6억원과 비교해 43.6%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11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줄었다.

 

매출 감소 폭보다 영업이익 감소 폭이 훨씬 컸다는 점에서 여행 수요 둔화뿐 아니라 수익성 악화가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것은 해외여행 비용 상승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항공사의 유류할증료가 상승했고, 이는 여행객이 부담해야 하는 항공권 가격과 패키지 상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서 해외 현지에서 발생하는 숙박비와 식비, 교통비 등 체류 비용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특히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된 것도 여행업계에는 부담이다. 항공유 가격이 오르면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결국 유류할증료 등을 통해 여행객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같은 여행지를 방문하더라도 과거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가격 민감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여행사 입장에서도 가격을 무작정 올릴 경우 예약 취소나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가격 인상분을 상품 가격에 온전히 전가하기 어려운 구조다.

 

하나투어의 2분기 실적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확인된다. 2분기 해외여행 전체 송출객 수는 약 89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다. 특히 핵심 수익원 가운데 하나인 패키지 여행 이용객은 약 45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줄었다.

 

여행객 수가 크게 급감한 것은 아니지만 비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상품 가격을 전략적으로 조정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것이 하나투어 측 분석이다. 여행 수요가 유지되는 가운데 비용 부담과 가격 경쟁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매출보다 이익이 더 크게 감소한 셈이다.

 

반면 소비자들의 여행 방식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항공권과 호텔, 현지 투어 및 티켓 등을 직접 예약하는 개별여행(FIT) 이용객은 111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패키지 여행의 경우 여행사가 일정과 숙박, 교통 등을 일괄적으로 구성해 판매하는 만큼 편의성이 높지만 가격 측면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조합하는 것보다 비쌀 수 있다. 고환율과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여행객들이 직접 항공권과 숙박시설을 비교하고 필요한 서비스만 선택하는 방식으로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 모두투어, 비상경영으로 비용 절감

 

아직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모두투어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모두투어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2분기 27억원 흑자에서 올해 30억원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출액 역시 28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며 전년 동기 대비 감소 폭은 29.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모두투어는 악화된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경영 정상화 시점까지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등기임원 보수는 20%, 본부장은 15%, 미등기임원은 10% 각각 삭감하기로 했다.

 

조직 개편과 보직 조정 등 내부 효율화 작업도 함께 추진한다. 여행 수요 회복만을 기다리기보다 비용 구조를 선제적으로 줄여 수익성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움직임이 여행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외형 성장에 집중했던 여행사들이 이제는 비용 관리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여행업계는 당분간 대외환경과 소비 패턴 변화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해외에서 지출하는 비용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여행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항공권 가격과 유류할증료 부담이 커지고, 이는 여행상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상품 가격을 인상하면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지만 예약 감소라는 또 다른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가격을 유지하면 여행객의 부담은 낮출 수 있지만 여행사의 마진이 줄어드는 구조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단순히 송출객 수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객단가와 수익성이 높은 상품을 확대하는 전략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하나투어에서 프리미엄·중고가 패키지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여행 소비가 단순히 '저가 상품 선호'로만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개별여행 수요 증가 역시 여행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소비자가 항공권과 호텔을 직접 구매하더라도 여행사가 현지 투어, 티켓, 액티비티, 패키지형 콘텐츠 등을 결합해 판매할 경우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여행업계의 하반기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여행객을 확보하느냐에서 얼마나 높은 수익성을 가진 여행객을 확보하느냐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 티메프 사태, 여행사에 또 다른 부담

 

여행업계가 직면한 문제는 대외환경과 실적 악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24년 발생한 티메프 사태와 관련한 법적 분쟁이 이어지면서 여행사들의 부담이 계속되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여행·숙박상품을 구매한 뒤 플랫폼의 미정산 사태로 대금을 돌려받지 못한 소비자들은 여행사와 전자결제대행사(PG)를 상대로 환불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공동소송은 피해자 규모에 따라 총 5개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2그룹에서 가장 먼저 1심 판결이 나왔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는 티메프 여행·숙박상품 피해자 598명이 노랑풍선 등 여행사와 PG사를 상대로 제기한 대금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 592명이 여행사를 상대로 청구한 금액은 인용했지만 PG사를 상대로 한 청구는 기각했다. 나머지 원고 6명은 계약 당사자로 인정되지 않아 패소했다.

 

이번 판결은 향후 이어질 다른 그룹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2024년 12월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가 최대 90%, PG사가 최대 30%까지 연대해 환불하도록 하는 조정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일부 간편결제사와 환불액이 적은 일부 판매사를 제외하면 상당수 사업자가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았고, 결국 피해 소비자들이 법원 판단을 받기 위해 소송에 나섰다.

 

당초 피해자들은 티메프가 환불 능력을 상실한 만큼 계약 당사자인 여행사와 PG사가 결제대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행사들은 플랫폼의 정산 지연으로 인해 여행사 역시 대금을 받지 못한 피해 사업자라는 입장이다.

 

◇ 노랑풍선 항소…법적 책임 범위가 쟁점

 

1심 판결 이후 노랑풍선이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법적 공방은 상급심으로 넘어가게 됐다. 선민투어 등을 포함해 2그룹에서 항소한 여행사는 모두 5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노랑풍선 측은 항소가 소비자에 대한 환불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티메프 플랫폼의 정산 지연에서 문제가 시작된 만큼 여행사 역시 정산금을 받지 못한 피해 사업자라는 점을 상급심에서 판단받겠다는 것이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항소를 결정한 배경과 관련해 "여행사도 정산금을 받지 못한 피해 사업자다. 따라서 법적 권리와 책임 관계에 대한 보다 명확한 판단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2그룹 전체 원고는 599명이며, 이번 항소로 항소심에 대응하게 되는 피해 소비자는 약 45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그룹 전체 원고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른 그룹의 재판은 아직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지 않은 곳이 많다. 업계에서는 향후 다른 그룹에서도 2그룹과 유사한 판결이 나올 경우 여행사들이 항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향후 재판에서는 티메프와 여행사 간 계약 관계에서 발생한 환불 책임을 여행사에 어느 범위까지 부담시킬 것인지, 그리고 플랫폼 미정산으로 여행사 역시 피해를 본 상황에서 소비자 보호와 사업자 책임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직 다른 그룹은 기일이 잡히지 않은 곳이 많아 현재로서는 큰 변화가 없다"면서도 "다른 그룹에서 2그룹과 같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항소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 판단을 받기 위해 소비자원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만큼 최종적인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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