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올바이오 '접고' HLB '넓히고'…K-바이오 신약 전략 정반대

김민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9-30 11:09:21
한올 CLE 중단·GD 집중…6개 적응증 5개로 압축
HLB 리픽투 FDA 승인…美 출시·유럽 진출 가속
한올 임상 선택과 집중…HLB 상업화·암종 확장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한쪽은 적응증을 접었고, 다른 한쪽은 허가 이후 확장에 들어갔다. 한올바이오파마와 HLB가 글로벌 신약 사업의 서로 다른 갈림길에 섰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아이메로프루바트의 피부홍반루푸스(CLE) 개발을 중단하고 그레이브스병 등 핵심 적응증에 화력을 집중하는 반면, HLB는 FDA 승인을 받은 리픽투를 앞세워 미국 상업화와 유럽 진출, 암종불문 적응증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 한올바이오는 핵심 적응증에 집중하고, HLB는 FDA 승인 이후 글로벌 확장에 나서고 있다. [사진=AI]

 

3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올바이오파마의 글로벌 파트너 이뮤노반트가 지난 23일 아이메로프루바트(IMVT-1402)의 CLE 개념입증(PoC)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해당 적응증 개발을 중단했다.

 

한올바이오파마에 따르면 성인 환자 57명을 대상으로 12주간 진행한 임상에서 피부 루푸스 활성도 지수(CLASI-A) 변화율이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다만, 이번 결과를 아이메로프루바트의 FcRn 억제 기전 자체 실패로 보는 데에는 신중론이 나온다.

 

다수의 평가지표에서 위약 대비 수치적 개선 경향이 관찰됐으며, IgG 감소 폭이 큰 환자일수록 더 개선된 임상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안전성과 내약성도 기존 임상 결과와 일관된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뮤노반트 측은 이 같은 임상 결과와 시장 경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부홍반 루푸스 적응증 개발을 중단하되, ▲그레이브스병(GD) ▲난치성 류마티스관절염(D2T RA) ▲중증근무력증(MG) ▲CIDP ▲쇼그렌증후군 등 나머지 적응증의 개발 일정은 유지하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 관계자는 "바토클리맙과 아이메로프루바트 개발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Deeper is Better', 즉 보다 깊은 IgG 감소가 더 나은 임상 반응으로 이어질 가능성과도 일맥상통하는 결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CLE 임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한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현재 공개된 임상 결과 이상의 구체적인 원인 분석 등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이메로프루바트의 각 적응증은 개별 임상 데이터와 개발 전략에 따라 독립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CLE 이외의 주요 임상은 기존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CLE 중단 자체보다 남은 핵심 적응증의 성과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키움증권과 IBK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등은 CLE 중단이 아이메로프루바트 전체 신약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면서, 향후 D2T RA 후속 데이터와 2027년 예정된 GD·MG 임상 결과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한올바이오파마 역시 CLE 중단의 계약상·재무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한올바이오파마 관계자는 "아이메로프루바트는 다수의 자가면역질환을 대상으로 동시에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마일스톤 및 로열티 역시 특정 단일 적응증에만 연계된 구조는 아니다"라며 "이번 결정은 핵심 적응증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또한 "향후 임상 데이터와 개발 전략에 따라 타깃 환자군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난치성 류마티스관절염(D2T RA)의 경우 초기 결과 발표 이후 타깃 환자 규모가 확대된 것처럼 다른 적응증에서도 데이터에 따라 개발 범위가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 승부처로는 그레이브스병(GD)이 꼽힌다. 한올바이오파마는 GD를 아이메로프루바트의 우선 상업화 적응증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2027년 두 건의 임상 탑라인 결과를 확보할 예정이다.

 

난치성 류마티스관절염(D2T RA)은 올해 하반기 후속 데이터 발표가 예정돼 있으며, 기존에 확인한 임상 반응률을 바탕으로 향후 후속 임상 설계와 상업화 전략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일각에서도 GD가 상대적으로 큰 시장과 선점 가능성을 동시에 가진 적응증이라는 점에서 향후 파이프라인 가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내 GD 타깃 환자 수가 약 33만명으로 현재 개발 중인 적응증 가운데 시장 규모가 가장 크고, FcRn 억제제 중 아이메로프루바트만이 등록 임상을 진행하고 있어 계열 내 최초 출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HLB는 FDA 허가를 확보하면서 개발 단계에서 상업화 단계로 넘어갔다.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FGFR2 표적항암제 '리픽투(성분명: 리라푸그라티닙)'는 지난 23일(미국 현지시간) FDA로부터 이전 치료를 받은 FGFR2 유전자 융합 또는 기타 재배열을 보유한 절제 불가능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관암 성인 환자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FDA는 공식 홈페이지에도 같은 날 승인 사실을 공개했다.

 

HLB는 미국 시장 출시를 서두르는 동시에 유럽 허가와 적응증 확대를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진양곤 HLB그룹 이사회 의장은 “간암 신약 승인을 기대하며 준비해 놓은 매뉴얼과 조직이 있어 빠른 론칭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 15일 EMA에 허가를 신청했으며, 리픽투를 다양한 암종으로 확대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도 진행 중이다. 회사는 내년 말 주요 평가지표 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 의장은 "리픽투가 공식적인 항암 신약이 된 만큼 환자들의 임상 등록이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암종불문 항암제를 시작으로 리픽투의 적응증 확장에 속도를 내고 빅파마와의 협력을 시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HLB는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간암 1차 치료제 허가 재신청도 준비하고 있다. 앞서 회사는 지난 7월 리보세라닙 원료의약품 제조시설이 FDA로부터 자발적 시정조치 권고(VAI) 등급을 통보받은 뒤 허가 재신청의 핵심 걸림돌이었던 제조시설 관련 이슈가 해소됐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는 재신청 시점까지 추가로 확보된 해외 임상의 최신 안전성 데이터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진 의장은 "항서제약의 CMC 문제로 승인이 지연됐으나 보완사항은 이미 완료됐다"며 "재신청 시점까지 해외 임상시험에서 추가로 확보된 안전성 데이터도 제출해야 해 현재 관련 작업을 빠르게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DA 허가 이후에는 실제 미국 시장에서 처방과 매출로 연결하는 상업화 역량도 새로운 평가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여재천 YJC컨설팅코리아 대표는 "HLB가 지금 만들어야 할 것은 또 하나의 파이프라인이 아니라 이미 확보한 FDA 허가와 글로벌 개발 경험을 현금흐름으로 전환하고, 그 현금흐름을 다음 신약에 재투자하는 반복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리픽투의 의미를 단순한 첫 FDA 승인 신약에 두기보다 미국에서 환자 접근과 보험, 유통, 처방을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첫 상업화 자산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리픽투 상업화 과정에서 축적하는 미국 의료진 네트워크와 시장 접근, 규제·공급망 운영 경험을 리보세라닙과 후속 신약에 반복 적용할 수 있어야 장기적인 사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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