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인터뷰] “폐암 신호, 눈으로 본다”…이창환 교수의 진단 돌파구

김민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5-12 12:39:41
형광 신호로 암 직접 확인…복잡한 장비 없는 진단 기술 구현
USE1 기반 분자진단으로 영상 한계 보완…정확도 96% 검증
압타머·AI·나노기술 결합…조기진단 넘어 치료제 가능성까지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폐암은 여전히 ‘늦게 발견되는 암’이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어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수술이 가능한 시점에 발견되는 비율도 20%에 못 미쳐 의료계에서는 “조금만 더 빨리 알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계속돼 왔다.

 

최근 이런 고민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창환·진준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팀이 폐암을 유발하는 바이오마커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나노바이오센서 키트’를 개발한 것이다. 쉽게 말해, 몸속에 있는 폐암 신호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이에 메가경제신문은 이창환 교수와 함께 나노바이오센서 키트 개발 계기와 개발 과정, 기존 진단방식과의 차별성, 향후 방향 등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창환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교수. [사진=서울아산병원]
 

◆ 진단 한계 보완 나선 연구팀…“USE1 기반 분자진단 선택”

 

현재 폐암 진단은 보통 흉부 CT(저선량 CT 포함)로 이상 여부를 확인한 뒤, 필요 시 ▲PET-CT ▲기관지내시경 ▲조직검사(생검)등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CT 등 영상 검사는 비교적 간편하지만 혹이 발견되더라도 암인지 아닌지 애매한 경우가 많고, 조직검사는 정확하지만 침습적이고 병변 위치에 따라 시술 난이도와 환자 부담이 커진다.

 

그래서 의료계에서는 두 가지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하나는 저선량 CT(LDCT) 기반의 선별검사를 고위험군에 더 정교하게 적용시키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단백질·DNA·RNA·엑소좀 등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액체생검(liquid biopsy) 기술을 발전시켜 혈액이나 조직 속에서 ‘암 신호(바이오마커)’를 직접 찾아내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AI 기반 영상 판독 고도화와 바이오마커 후보 도출이 결합되면서, ‘영상+분자진단’을 함께 활용해 진단 정확도를 높이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연구는 두 번째 방식에 속한다. 연구팀은 폐암 환자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USE1’이라는 단백질에 주목했다. 이 단백질은 폐암 환자의 92.5%에서 과발현되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이창환 교수는 “USE1은 저희 연구팀이 2017년 폐암에서의 임상적 연관성을 세계 최초로 보고한 바이오마커로, 그동안 축적된 기초·중개 연구 데이터가 있었다”며 “새로운 표적을 처음부터 찾기보다, 이미 의미가 확인된 바이오마커를 실제 임상에서 활용 가능한 검출 기술로 연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임상적 임팩트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압타머·AI·나노기술 결합…“고정밀 폐암 검출 구현”

 

연구팀은 먼저 USE1을 신속·정밀하게 검출해 실제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USE1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고친화도 DNA 압타머를 선별했다. 압타머는 특정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짧은 DNA 조각이다. 기존 항체 기반 분석법에 비해 생산 비용이 낮고 안정성이 높다.

 

이후 연구팀은 유사 단백질과 구분되도록 압타머의 결합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AI 기반 구조 예측을 통해 분자 인식의 타당성을 점검한 뒤, 실험으로 검증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 결과, AI 딥러닝 기반 구조 예측을 통해 압타머가 USE1 단백질의 특정 부위 인근에 결합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실제 실험에서도 압타머가 다른 유사 단백질과 달리 USE1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연구팀은 ‘신호를 크게 키우는 방법’도 함께 설계했다. USE1이 존재할 경우 강한 형광 신호가 발생하도록 설계해, 나노바이오센서 기반 진단 키트를 통해 별도의 특수 장비 없이도 UV 조명 하에서 결과를 판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DNA 증폭 기술인 회전환복제기법(RCA)을 적용해 신호를 극대화하고, DNA 구조에 형광 나노입자인 ‘양자점’을 결합한 신호 증폭 시스템을 구현했다.

 

이 같은 노력은 복잡한 장비 없이도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키트 탄생으로 이어졌다. 성능도 우수하다. 실제 환자 조직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검증에서도 뚜렷한 성능을 기록했다. 폐암 조직과 정상 조직 각 30쌍을 분석한 결과, ▲진단 정확도(AUC) 96% ▲민감도 100% ▲특이도 88.3%를 달성했다.

 

이창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저희 연구실이 오랜 시간 축적해온 기초연구 성과를 실제 진단 도구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기초과학의 발견이 환자에게 닿기까지는 긴 여정이 필요하지만, 이번 성과가 그 여정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조기진단 넘어 치료제 개발 가능성 내포…“환자에게 닿는 기술로 발전 목표”

 

이창환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탄생한 나노바이오센서 키트가 폐암 조기 진단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직검사나 영상검사만으로 애매한 상황에서, 바이오마커 기반 진단 보조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조기 진단 성능을 개선하거나 특정 환자군을 더 정교하게 분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항체 의존도를 낮춘 압타머·나노소재 기반 진단 플랫폼은 표적만 바꾸면 다른 질환·바이오마커로 확장할 수 있는 만큼, 플랫폼 기술로 발전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으며, 장기적으로 환자의 진단 접근성을 높이고, 더 이른 단계에서 치료 기회를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창환 교수는 “압타머가 USE1의 효소 활성 부위 인근에 결합한다는 점은 진단을 넘어 치료제 개발로도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앞으로도 주목해야 할 중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폐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기술로 발전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에는 혈액 기반(액체생검)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검토하고, USE1 과발현 환자를 선별하는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방향도 모색하고자 하며, 기술이전·산학협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창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서울아산병원(울산의대)내 다학제 협업을 바탕으로 임상 검증을 강화한 사례”라며 환자 조직 제공과 임상적 유의성 검토에 참여한 이근동 흉부외과 교수, 면역·실험 설계 및 결과 해석 측면에서 중요한 자문과 지원을 진행한 진준오 미생물학 교실 교수, 구조 예측과 분자동역학 기반 분석에 도움을 준 Lehigh University 임원필(Wonpil Im) 교수님 연구팀, 연구실 수준의 원리 검증을 넘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키트 형태로의 구현 과정에서 제작 및 최적화 측면에서 도움을 준 이종범 서울시립대 교수 등에게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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