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내도 기금 더 낸다…카지노업계 '이러다 투자도 일자리도 끝난다'"

심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6-08-06 15:02:32
노동계 "관광기금 인상, 고용·복지 악화 직결"…정부에 노동자 의견 반영 촉구
롯데관광개발 CB 조기상환·주가 급락…정책 불확실성에 투자시장도 '출렁'
인스파이어·복합리조트 업계 "후속 투자 위축 불가피…관광 경쟁력 저하 우려"

[메가경제=심영범 기자]문화체육관광부가 관광진흥개발기금(관광기금) 부담률 인상과 카지노 면허 갱신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카지노업계와 노동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세에 접어든 복합리조트 산업에 새로운 규제가 더해질 경우 투자 위축은 물론 고용 불안과 관광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카지노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실에 관광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파라다이스노조와 파라다이스 부산·제주·세가사미인천카지노노조, GKL 노조 등으로 구성돼 있다.

 

▲ 문화체육관광부가 관광진흥개발기금(관광기금) 부담률 인상과 카지노 면허 갱신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카지노업계와 노동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계원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에는 관광기금 최고 부담률을 현행 10%에서 15%로 높이는 고매출 구간 신설과 함께 카지노 면허를 5년마다 갱신하도록 하는 제도, 사업권 양도·양수 시 사업자에 대한 사전 심사제 도입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는 관광기금 부담 확대가 기업의 비용 증가를 넘어 노동자의 임금과 복리후생, 고용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광기금은 영업이익이 아닌 매출액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만큼 적자를 기록하는 기업도 높은 기금을 납부해야 하는 구조라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로 인스파이어 카지노는 2024년 1391억원, 2025년 4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매출 기준으로 각각 168억원과 281억원의 관광기금을 납부했다. 업계는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금 부담까지 확대되면 인건비와 복리후생 축소, 신규 채용 감소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강병두 파라다이스카지노 노조위원장은 "정부가 업계 의견은 들었지만 노동자와는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며 "제도 개편 과정에서 노동자의 고용과 처우가 훼손되지 않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번 제도 개편의 영향이 카지노 종사자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복합리조트 내 호텔과 마이스(MICE), 공연장 등은 물론 입점업체와 협력업체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관광산업 전반으로 파급효과가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책 간담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황주호 파라다이스시티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기금 부담이 늘어나면 기업은 비용 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는 신규 채용 축소와 임금·복지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관광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현장에서 일하는 종사자 보호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정책 불확실성이 이미 투자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를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은 관광기금 인상 추진이 알려진 이후 7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투자기관으로부터 350억원의 조기상환을 청구받았다. 회사는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435억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국민연금도 보유 중이던 롯데관광개발 지분을 10% 이상에서 2% 이상 축소했으며, 같은 기간 회사 주가도 14% 이상 하락했다. 업계는 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가 기업 가치와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장성 롯데관광개발 재무담당 이사는 "기관투자자의 조기상환 청구로 예상하지 못했던 자금 부담이 발생했고 금융권에서도 리파이낸싱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관광기금 인상은 단순한 비용 증가가 아니라 신규 투자와 자금 조달을 동시에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역시 후속 투자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약 1조9000억원을 투자해 복합리조트를 조성한 인스파이어는 카지노 수익을 기반으로 2031년까지 비카지노 시설과 관광 콘텐츠 등에 약 1조3000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지만, 기금 부담 확대와 면허 갱신제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해외 투자자 유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스티븐 울스텐홈 인스파이어 카지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복합리조트 투자가 지속돼야 일자리와 세수가 확대되고 관광산업으로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며 "정부가 일관된 정책 기조를 유지해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연 인스파이어 전략담당 이사도 "복합리조트는 카지노뿐 아니라 공연과 문화 콘텐츠, 관광 인프라를 함께 육성하는 사업"이라며 "기금 부담이 커질 경우 문화·관광 분야에 대한 민간 투자 여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와 투자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담 확대보다 산업 현실을 고려한 제도 설계와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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