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30조3000억원…총한도 90%·종목별 비중 15% 관리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관리 강화를 압박하고 있다. 주식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규모가 지난 5월 고점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30조원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들의 자율적인 위험관리가 미흡할 경우 추가 규제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증권업계는 신용공여 한도와 종목별 대출 집중도를 낮추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투자자의 자기자금 부담을 높이는 보증금률 상향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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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이미지 제작 |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금융투자협회와 공동으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10곳의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신용융자 위험관리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6월 24일 이후 증권업계의 위험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지난달 마련한 신용융자 자율관리 강화 방안의 이행을 독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재완 금감원 금융투자부문 부원장보는 증권업계가 자율관리 방안을 마련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시장 상황에 맞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산시스템 구축과 내부규정 반영이 완료되기 전이라도 투자자 보호를 우선해 신용융자를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자율관리가 미흡할 경우 추가적인 규제 수단이 가동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 신용융자 38조원에서 30조원대로…반대매매 위험 관리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업계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4월 말 35조7000억원에서 5월 말 38조원으로 증가했다.
이후 6월 말 37조3000억원, 7월 말 32조1000억원으로 감소했다가 8월 말 33조2000억원, 9월 말 3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2일 기준 잔고는 30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5월 말 고점보다 7조7000억원 감소했지만 여전히 30조원을 넘는 규모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거래다. 자기자금보다 많은 주식을 매수할 수 있어 주가 상승 시 수익이 확대될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도 커진다.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것은 주가 급락에 따른 대규모 반대매매다. 신용거래 투자자는 증권사가 정한 담보유지비율을 충족해야 한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지면 증권사는 추가 담보 납부를 요구할 수 있다.
투자자가 정해진 기한까지 담보를 보충하지 못하면 증권사는 담보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반대매매에 나설 수 있다.
특히 신용융자가 특정 종목에 집중된 상황에서 주가가 급락하면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출회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주가 하락이 확대되고 다른 투자자의 반대매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이 신용융자 총액뿐 아니라 종목별 집중도를 함께 관리하도록 요구하는 이유다.
◊ 종투사 신용공여 총한도 90%…법정 기준보다 낮춰 관리
증권업계는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마련한 자율관리 강화 방안에 따라 신용공여 규모를 조정하고 있다.
우선 종투사는 지난 1일부터 신용융자를 포함한 신용공여 취급 잔액을 자기자본의 90% 이내에서 관리하는 자율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기존 법정 한도인 자기자본의 100%보다 10%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는 개인투자자 한 명의 대출한도를 자기자본의 90%로 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증권사 전체의 신용공여 규모를 자기자본에 연계해 관리하는 조치다.
예를 들어 자기자본이 10조원인 종투사의 경우 법정 한도 100%를 적용하면 신용공여 한도는 10조원이지만 자율관리 기준 90%를 적용하면 9조원으로 낮아진다.
다만 실제 신용융자 취급 가능 규모는 다른 신용공여 항목과 증권사별 내부 위험관리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신용융자 확대에 따른 이자수익을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자기자본 대비 대출 규모와 위험자산 집중도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이 같은 자율관리 기준을 종투사 이외 증권사로 확대하는 방안도 업계와 협의할 계획이다.
◊ 종목별 신용융자 비중 15% 관리…쏠림 투자 제한
특정 종목에 신용융자가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관리도 강화됐다. 종투사들은 지난 19일부터 특정 종목의 신용융자 규모가 해당 증권사 전체 신용융자 총액의 15%를 넘으면 별도의 관리방안을 적용해 비중을 낮추도록 했다.
기준을 초과한 종목에 대해서는 개인별 신용융자 한도를 줄이거나 보증금률을 높이는 방식 등이 활용될 수 있다.
이 조치는 기존 투자분이 아닌 신규 투자분부터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세부적인 한도 축소 수준과 관리 방식은 고객 구성과 신용거래 규모, 위험관리 여건 등을 고려해 증권사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금융당국이 이날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는 신용융자 집중도가 높은 종목의 기본 한도를 기존 3억원에서 2억원으로 낮추고 증액 연장을 제한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국내 주식 전 종목의 신용융자 등급을 하향 조정해 대출한도를 축소한 조치도 소개됐다.
다만 이는 일부 증권사의 위험관리 사례로 모든 증권사가 동일한 한도를 적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같은 종목이라도 거래하는 증권사에 따라 신용융자 가능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시장 상황과 자율관리 방안의 효과를 살펴 필요할 경우 종목별 비중 기준을 15%에서 10%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 보증금률 50% 상향 추진…같은 주식 사도 자기자금 더 필요
증권업계는 신용융자 최저 보증금률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자율관리 강화 방안에는 신용융자 최저 보증금률을 기존 45%에서 50%로 5%포인트 높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이 조치는 전산시스템 개발과 업계 협의 등을 거쳐 연내 시행을 추진하는 사항으로, 27일 현재 모든 증권사에 일괄 적용된 것은 아니다. 보증금률은 신용거래로 주식을 매수할 때 투자자가 자기자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율이다.
예를 들어 신용거래로 1000만원어치 주식을 매수한다고 가정하면 보증금률이 45%일 때는 최소 450만원의 자기자금이 필요하다.
보증금률이 50%로 높아지면 필요한 자기자금은 500만원으로 늘어난다. 같은 금액의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투자자가 부담해야 하는 자금이 50만원 증가하는 것이다.
반대로 자기자금이 500만원으로 일정하다면 보증금률 45%에서는 약 1111만원어치 주식을 매수할 수 있지만 50%에서는 1000만원으로 매수 가능 규모가 줄어든다.
다만 실제 적용 보증금률은 증권사와 종목별 위험등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미 50%보다 높은 보증금률이 적용되는 종목이라면 최저 기준 상향에 따른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또한 신용융자 보증금률과 담보유지비율은 서로 다른 기준이다. 보증금률은 신용거래를 시작할 때 필요한 자기자금 비율이고, 담보유지비율은 신용거래 이후 유지해야 하는 담보가치의 기준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신규 매수에 필요한 자기자금뿐 아니라 주가 하락 시 추가 담보 납부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 증권사 위험관리도 변화…실시간 점검·대출 제한 확대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이 단순히 신용공여 한도를 준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상황에 맞춰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증권사는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활용해 신용융자 현황과 주가 급등락 종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RPA는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기술이다. 신용융자 관리에서는 종목별 잔고와 주가 변동, 대출 집중도 등을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증권사는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해당 종목의 위험등급을 조정하거나 신규 신용융자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 같은 위험관리 강화는 증권사의 수익성과도 연결된다.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신용융자를 제공하고 대출이자를 받는다. 신용거래가 활발해지면 이자수익 확대에 도움이 되지만 대출 규모가 커질수록 주가 급락과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위험도 증가한다.
신용공여 한도와 종목별 집중도 관리가 강화되면 증권사의 신규 신용융자 취급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
반면 특정 종목에 대출이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면 시장 급락 시 발생할 수 있는 반대매매 위험과 증권사의 신용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확대에 따른 단기적인 이자수익과 위험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 투자자 대출조건 변화 주목…4분기 신용융자 관리 시험대
신용융자 관리 강화는 개인투자자의 거래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종목별 신용융자 한도가 축소되면 같은 종목에 투자하더라도 이전보다 적은 금액만 빌릴 수 있다. 보증금률이 높아질 경우에는 같은 금액의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더 많은 자기자금이 필요하다.
여기에 신용융자는 주식 매매손익과 별개로 대출이자가 발생한다.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이자비용을 제외하면 실제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고,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 손실과 이자 부담이 동시에 커진다.
다만 이번 자율관리 강화 방안이 모든 투자자의 기존 신용융자 계약을 일괄적으로 축소하거나 즉시 상환하도록 하는 조치는 아니다. 실제 적용 여부는 증권사별 약정과 종목별 관리 기준, 신규 거래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진다.
금융당국은 증권업계의 자율관리 방안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 점검하면서 추가 규제 필요성을 판단할 방침이다.
신용융자 잔고가 고점에서 감소한 상황에서도 증권사들은 총대출 규모와 종목별 집중도를 함께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4분기에는 증권사별 신용융자 한도 운영과 보증금률 조정, 반대매매 위험관리 수준이 투자자 보호와 증권업계의 건전성을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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