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분석] 'R의 공포' 속 '부채 디플레이션' 우려 나온 배경

김기영 / 기사승인 : 2019-08-19 11:12:44

[메가경제 김기영 기자] ‘디플레이션’은 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디플레이션 하에서는 주가는 떨어지고 부동산의 가격도 하락한다. 그래서 현금이나 현금에 준하는 자산이나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빚의 실질가치가 증가하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은 채무자의 적이라고 일컬어진다.


글로벌 경제에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 그림자가 드리워진 가운데 국내 가계대출 잔액이 1470조원에 육박하면서 ‘부채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가계대출 잔액이 머지않아 150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전 분기 대비 15조4천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말 전체 가계대출 잔액이 1451조9천억원이었으므로 2분기 말 잔액은 1467조3천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사진= 연합뉴스]
가계대출 증감 추이. [사진= 연합뉴스]


가계대출에는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의 대출에 학자금대출 등 '기타대출'이 포함돼 있다. 아직 기타대출은 통계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2분기 가계대출 증가세 커진 이유는 아파트 매매량 증가와 기타대출 집중 현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1분기(5450호)의 배 이상인 1만3919호로 늘어났다. 그런데 주택담보대출은 자금 수요 규제가 빡빡해 용이하지 않다. 이런 연유에서 주택담보대출 대신 기타대출로 몰리며 2분기 들어 증가세가 15조4천억원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7월 들어서는 대출 증가세가 더욱 가파르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7월 한 달 새 5조8천억원 늘어 5월(5조원)과 6월(5조4천억원)보다 증가폭이 컸다. 1년 전 같은 기간(4.8조원)보다는 1조원이 확대됐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5천억원 늘어난 3조6천억이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은 7월 가계대출은 은행권 전세자금대출 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증가폭이 다소 확대되긴 했으나 예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가계대출 증가규모도 2017년 이후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2분기 가계대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4.1% 안팎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3.0%)과 가계소득 증가율(3.9%)보다 높은 수치다.


이처럼 경제 성장세보다 가계대출이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자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경기침체의 우려 속에서도 부동산 대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계부채 총량이 이미 상당히 커진 상황에서 추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여기에 자산가격마저 하락하게 되면 장차 우리 경제에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장차 ‘부채 디플레이션’에 빠져들 가능성이다.


우려의 근거는 무엇일까? 고성장·고물가에서는 부채 증가가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자리도 많고 화폐 가치가 계속 떨어져 실질적인 부채 부담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주가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은 하락하고 물가 상승률은 너무 낮아 실질적인 빚의 무게는 상대적으로 커진다. 이것이 이미 침체된 경제를 더욱 짓누르게 된다.


물론 최근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 등을 감안할 때 부채 디플레이션 우려는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는 의견도 있다.



[출처= 금융감독원]
금감원 속보치 기준 가계대출 증감 추이. [출처=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조사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2% 올랐다. 상승세를 보이긴 했지만 상승폭은 전주 0.03%보다 소폭 줄었다.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여파에 주목한다. 지난 12일 정부의 시행 방안 발표에 이어 이르면 10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가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연합뉴스가 전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런 우려를 반영한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가계부채 총량이 이미 많은데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저성장과 겹친 디플레이션에 자산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경제에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도 "성장률이 낮아진 상황에서 2분기에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났다"며 "저성장·저물가에 분양가상한제 도입 영향이 겹쳐 부동산가격이 실제로 내려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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