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감] “계약서에 사인했으니 끝?”…국감서 드러난 CJ ENM·완구사 분쟁

심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6-10-27 14:13:16
민병덕 의원 “매출 5조 공룡과 매출 100% 의존 중소기업”…선사업·후계약 관행 지적
개발자료 넘긴 뒤 보증금 없는 공동사업이 14억4000만원 부담으로 변경

[메가경제=심영범 기자]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비아파트 완구 계약 분쟁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계약서대로 했느냐가 아니라 계약서가 만들어진 과정이 공정했느냐를 봐야 한다”며 CJ ENM과 중소 완구사 간 거래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그것도 중요하다”고 답하면서 계약 체결 과정에 대한 공정위의 판단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비아파트 완구 계약 분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CJ ENM]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장.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던진 질문에 회의장에 오른 쟁점은 익숙한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이름이었다. 주 위원장이 모른다고 답하자 민 의원은 “전국의 아이들은 다 안다. 4세부터 13세 아이들은 모두 아는 애니메이션”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니메이션 지식재산권(IP)을 둘러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계약 분쟁을 꺼내 들었다.

 

국민적 인지도를 가진 콘텐츠의 이면에서 벌어진 거래 관행이 국감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쟁점은 단순히 계약서에 적힌 조건을 지켰느냐가 아니었다. 중소기업이 불리한 계약 조건을 거부할 수 있었는지, 계약이 체결되기까지의 과정이 공정했는지가 핵심으로 부상했다.

 

민 의원은 신비아파트의 제작·방송·광고를 아우르는 CJ ENM과 해당 애니메이션의 완구를 기획·개발·제작해 판매한 중소기업의 관계를 문제 삼았다. 그는 CJ ENM을 매출 5조원 이상의 대기업으로, 완구사를 매출의 100%를 특정 거래처에 의존하는 ‘을 중의 을’로 표현했다.

 

양측의 거래는 2021년 7월 CJ ENM이 신비아파트 시즌5 완구 공동사업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민 의원에 따르면 당시 사업 구조는 별도의 보증금 없이 양측이 투자하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었다. 중소 완구사는 이 제안을 바탕으로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2022년 5월까지 핵심 개발자료를 제작해 전달했다.

 

문제는 개발자료가 넘어간 뒤 불거졌다. 민 의원은 “자료를 전달받고 나서 6일 후에 계약 구조를 변경하자고 했다”고 지적했다. 당초 보증금 없이 수익을 나누기로 했던 사업이 판매 실적과 관계없이 CJ ENM에 14억4000만원을 지급하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 4억8000만원은 CJ ENM 계열 어린이 채널 투니버스의 광고 구매에 배정됐다.

 

완구 판매 성과와 별개로 일정 금액을 지급해야 하는 데다 자사 채널 광고까지 구매하도록 하는 조건이 붙으면서 거래의 공정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중소 완구사는 변경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사업을 중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민 의원은 완구사가 약 7개월간 계약 조건을 거부했지만, 방송을 한 달가량 앞두고 제품 생산까지 완료된 상태여서 결국 계약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계약은 시즌5 방영을 한 달여 앞둔 2023년 2월 체결됐다.

 

이후 시즌5의 흥행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민 의원이 제시한 닐슨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최고 시청률은 시즌3의 1.1%에서 시즌5 0.5%로 하락했다. 극장판 관객 수도 89만명에서 3만명으로 줄었다. 완구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사업 위험이 중소기업에 집중됐고, 해당 업체는 존폐 위기에 놓였다는 게 민 의원의 주장이다.

 

국감 질의의 초점은 계약서의 존재에서 계약 체결 과정으로 옮겨갔다. 민 의원은 CJ ENM이 계약 내용에 따라 의무를 이행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하면서 주 위원장에게 공정위의 조사 방향을 물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할 일은 계약서대로 했느냐가 아니라, 계약서가 만들어진 과정이 공정했느냐를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주 위원장은 “예, 그것도 중요합니다”라고 답했다.

 

이 발언은 이번 분쟁을 바라보는 관점이 계약상 의무 이행 여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부각했다.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사실과 당사자가 실질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계약 조건을 선택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주 위원장의 답변만으로 공정위의 조사 착수나 위법 판단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민 의원은 이어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공정위의 대응을 비판하며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주 위원장은 “본업에서 혁신하고 공급망을 더 혁신적으로 만드는 대기업은 발전해야 하고, 그에 반하는 대기업이 불공정한 이익으로 성장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고 구매 조건도 별도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중소 완구사 측은 투니버스 광고비로 4억8000만원을 부담했지만 광고 편성표인 큐시트를 한 차례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광고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집행됐는지, 기대한 효과를 거뒀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관련 사안을 들여다볼 경우 핵심은 대형 IP 보유사가 상품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사 채널의 광고 구매를 사실상 강제했는지 여부다.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특정 상품이나 용역의 구매를 요구했는지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이나 구입강제 관련 규정이 쟁점이 될 수 있다. 구체적인 위법성은 계약 내용과 거래 경위, 당사자 간 협상 과정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이번 사안은 신비아파트 한 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완구와 캐릭터 상품 등 콘텐츠 IP를 활용한 상품화 사업에서는 본격적인 계약에 앞서 상품 기획과 개발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IP 보유사가 개발을 요청하면 협력업체는 인력과 비용을 먼저 투입하지만, 정작 계약 조건은 개발자료가 전달된 뒤에야 구체화될 수 있다.

 

상품 개발과 양산이 상당 부분 진행된 시점에는 협력업체가 불리한 조건을 거부하기 어려워진다. 업계에서 이 같은 거래 방식을 ‘선사업·후계약’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계약 체결 전부터 비용과 위험을 부담한 중소기업이 협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한국완구협회 등 4개 협회로 구성된 콘텐츠 상품화 공정상생위원회는 이 같은 관행과 광고 구매 조건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IP 상품화 계약을 상생협력법의 규율 대상에 포함하는 법 개정과 문화체육관광부의 표준계약서 제정도 주요 요구 사항이다.

 

이병우 콘텐츠 상품화 공정상생위원장은 이번 국감 질의와 관련해 “국회가 계약서의 문구가 아니라 중소기업이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봐 주었다”며 “공정위가 이 과정을 제대로 심사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CJ ENM 측은 "양사가 합의해 정상적으로 계약을 체결했으며 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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