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아 사측 임금피크제 손 들어줘…"휴가 줄여도 보상 충분하면 불이익 아니다"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7-14 17:43:48
기본급 인상·정년 2년 연장 인정…퇴직 간부사원 187명 소송서 회사 승소
법원 "근로조건 악화만 따로 볼 수 없어…취업규칙 변경 판단 기준 넓혀"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기아가 퇴직 간부사원을 대상으로 연·월차 휴가제도를 개편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은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제도 개편으로 일부 불이익이 발생했더라도 기본급 인상과 정년 연장 등 이를 상쇄할 보상 조치가 함께 이뤄졌다는 이유 때문이다.

 

▲[사진=챗GPT4]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는 지난 3일 기아 퇴직 간부사원 77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같은 날 선고된 다른 퇴직 간부사원 110명의 동일 쟁점 소송에서도 기아가 승소했다.

 

기아는 2004년 주 40시간제 도입에 맞춰 월차 휴가를 폐지하고 연차 휴가 제도를 개편했다. 

 

당시 회사는 휴가수당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간부 사원의 기본급을 직급별로 연간 112만~172만원 인상했다. 해당 취업규칙 개정에는 간부사원 97.2%가 동의했다.

 

2015년에는 정년을 만 58세에서 60세로 늘리는 대신 임금을 전년도 임금의 90%로 조정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의 66.5%가 변경안에 동의했다.

 

퇴직 간부사원들은 휴가 축소와 임금 감액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이라며 미지급 수당과 임금 차액을 요구했다. 임금피크제 역시 나이를 이유로 한 부당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휴가제도 개편과 기본급 인상 사이에 합리적인 보상 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기본급 인상 효과가 퇴직 때까지 누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휴가수당 감소에 대한 보상이 충분히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임금피크제도에 대한 정당성도 인정됐다. 법원은 정년이 2년 연장되면서 근로자들이 전체 임금 총액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이익을 얻었고, 임금 감액 폭도 과도하지 않다고 봤다. 

 

정년 연장 기간에도 복리후생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추가 임금 삭감을 막기 위해 절대평가를 적용한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이번 판결은 취업규칙 변경의 불이익 여부를 판단할 때 개별 근로조건만 따로 볼 것이 아니라 제도 변경과 함께 제공된 보상 조치의 연계성과 대가성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2023년 대법원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이유로 근로자 동의 없는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을 인정하던 법리를 폐기한 이후에도 충분한 보상 조치가 수반된 경우에는 취업규칙 변경을 유효하게 볼 수 있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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