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 유통업계, 호르무즈 봉쇄에 유가·환율 급등 직격탄 '노심초사'

정호 기자 / 기사승인 : 2026-03-05 11:29:28
국제유가 4.8%↑·환율 1500원 돌파…원가·물류비 상승에 수익성 압박
중동 공략 속도 내던 K 푸드·뷰티 '비상'…장기화 시 공급망 재편 불가피

[메가경제=정호 기자]유통업계가 원가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로 인한 긴장 상황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환율·유가·물류비 등 주요 변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업계 전반에도 위기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원유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물류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20~25%를 담당하는 핵심 항로로, 중동산 원유 운반선이 필수적으로 거쳐 가는 길목이다. 해협이 막힐 경우 에너지 비용에 영향을 줘 생산 라인 운영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 <사진=연합뉴스>

 

이는 전반적인 소비재 가격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해 생활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무역로 봉쇄가 계속 될 경우 한류 열풍에 힘입어 성장해 온 K-푸드와 K-뷰티의 해외 시장 확대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긴장이 고조되며 유가는 이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기준 국제유가는 평균 4.8% 상승했고,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도 2.9% 올랐다. 리터당 1700원 수준이던 휘발유 가격이 하루 만에 50원가량 상승했다. 긴장 상태가 이어지면서 가격 인상 요인이 상존하는 점도 부담이다.

 

3일(현지시간)에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을 넘어서는 등 원재료 수입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커피 원두, 맥주 원료인 홉, 카카오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재료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일부 원료 운송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운송비 상승이 원가 부담으로 이어져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비용 구조 관리와 가격 정책 조정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은 원유 생산·수출을 기반으로 한 막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유망 시장으로 평가돼 왔다. 유통기업들은 '할랄 인증' 확대 등 현지화 전략을 통해 시장 진출에 공을 들여왔다.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던 K-뷰티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아랍에미리트의 화장품 수출 규모는 2억9000만달러(약 4264억원)로, 2023년 대비 222% 증가했다. 이스라엘 수출은 3000만달러(약 441억원)로 전년 대비 109.8% 성장했다.

 

특히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에이피알 등 주요 뷰티 기업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은 DHL 중동 항공 특송이 3일부터 전면 중단되자 해당 지역 주문을 일시 중단했다. 항공 특송이 재개되면 주문도 재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중동 시장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지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운송비 증가와 공급망 차질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뷰티업계는 이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에 나선 상황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전쟁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한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며 "단기적 영향보다는 중장기적 파급 효과에 무게를 두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교촌치킨의 피해 가능성이 거론된다. 교촌치킨은 2021년 중동 1호점을 연 이후 두바이에만 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교촌치킨 측은 "현재 두바이 매장은 정상 영업 중"이라며 "현지 MF사와 함께 관련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중동 지역에 진출한 기업으로는 본죽으로 알려진 본그룹의 '본월드',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 등이 있다.

 

유통업계 전반의 물류 차질과 소비 둔화 가능성은 기업 재무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가격 인상 압력과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이 높게 평가되던 중동 시장과 글로벌 물류망이 동시에 위축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유통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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