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공방] 전력설비 입찰 담합 수사 '정점' 향하나…전력기기 빅2까지 번진 검찰 칼날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1-09 11:24:57
8년간 6700억원 규모 의혹…중견 넘어 상위권 업체로 수사 전선 확대
임직원 신병 확보 계기로 공정위 제재 체계·입찰 제도 개선론 재점화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검찰이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전력설비 입찰 과정에서 수년간 담합이 이뤄졌다는 의혹과 관련해 전력기기 업계를 대표하는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소속 임직원들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서며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전력기기 관련 중견 업체를 시작으로 시장을 주도해 온 상위권 기업들까지 수사 범위가 확대되면서 전력설비 입찰 구조 전반에 대한 책임 소재 규명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지난 8일 최근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 소속 임직원 각 1명에 대해 약 8년간 한전이 발주한 가스절연개폐 장치(GIS) 구매 입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LS일렉트릭과 일진전기 소속 전·현직 임원 2명을 구속한 바 있다. 

 

이들은 담합 과정에서 낙찰 순서와 물량 배분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력기기 업체를 둘러싼 ‘담합 사건’과 관련해 입찰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커지는 실정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정위의 담합 제재 방식에 대한 제도적 한계를 지적하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검찰이 이번 전력기기 업계 상위권 업체 소속 임직원까지 구속 영장을 청구한 배경에는 이미 신병이 확보된 관련자들의 진술과 자료 분석을 통해 담합의 구조와 역할 분담, 의사 결정 흐름이 상당 부분 구체화됐다는 판단했기 작용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관련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인을 대상으로 고발해 온 기존 관행 속에서 개인(임직원) 책임 추궁이 제한적이었다는 제도적 사각지대가 존재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의 힘이 실리는 것이다.

 

특히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정위 조사관에게 압수수색 등 강제 조사 권한을 부여해 조사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해 12월 9일 국무회의에서 공정위에 강제 조사권 부여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정거래 집행 체계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전력기기 업체들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한전이 발주한 가스절연개폐장치(GIS) 구매 입찰 134건에서 사전에 낙찰 순서와 물량을 서로 합의한 뒤 이를 순차적으로 입찰에 가담한 것으로 판단한다. 

 

GIS는 발전소와 변전소에서 과도한 전류를 차단하는 핵심 전력설비로 국가 전력망 안정성과 직결되는 장비다.

 

현재 검찰 수사팀이 파악한 담합 규모는 약 6700억원으로 앞서 공정위가 판단한 약 5600억원 보다는 훨씬 큰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한전이 입은 재정적 손실 역시 더 커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형사 수사 결과는 향후 진행 중인 민사·행정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전은 담합에 가담한 업체들을 상대로 약 17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며 공정위가 부과한 총 391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둘러싼 취소 소송도 진행 중이다. 

 

두 소송 모두 담합의 성립 여부와 범위, 개별 업체의 관여 정도가 핵심 쟁점인 만큼 형사 수사를 통해 추가 사실관계가 확인될 경우 전체 재정적 영향은 2000억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HD현대일렉트릭 측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 어렵다”며 “사법 절차에 성실히 협조하면서 사실 관계를 충실히 소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효성중공업 역시 "임직원 개인과 관련된 사안으로 회사 차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는 수사를 통해 명확히 가려질 사안"이라며 "법과 절차에 따라 성실히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는 준법경영과 공정거래 원칙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으며 향후에도 내부 통제와 윤리경영을 더욱 철저히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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