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美 로비 지출 급증… 영풍·MBK 경영권 분쟁과 맞물린 '워싱턴 행보'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2-06 11:09:19
영풍·MBK와 힘겨루기 본격화 이후 지출 2.5배 급증
"사업 전략인가, 방어 전략?"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고려아연이 2025년 미국 정치권을 상대로 한 로비 활동에 투입한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보가 영풍·MBK파트너스와 이어지고 있는 경영권 분쟁 국면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진=각 사]

 

미국 로비활동공개법(LDA)에 따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로비 업체에 총 253만 달러(약 37억원)를 지급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5배 증가한 규모다. 

 

고려아연은 2024년부터 머큐리 퍼블릭 어페어스(Mercury Public Affairs)를 고용해 왔으며 2025년에는 발라드 파트너스(Ballard Partners)와도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CEO스코어 집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미국 로비 지출 규모는 LG, 포스코, CJ 등 주요 대기업 그룹의 직전 연도(2024년) 로비 비용을 웃돈다. 단일 제조기업이 재계 상위권 대기업 집단보다 많은 비용을 미국 정치권 로비에 투입한 사례는 드물다는 평가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러한 로비 확대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이 2024년부터 본격화된 가운데 고려아연의 대미(對美) 메시지 강화가 동시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단순한 사업 환경 설명을 넘어 글로벌 정치·정책 환경 속에서 회사의 입지를 유리하게 만들려는 전략적 접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고려아연의 로비 활동이 본격화된 이후 회사를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에릭 스왈웰 미 하원의원은 광물 공급망 안보를 이유로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미국 정부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서한을 국무부에 전달한 바 있다. 

 

또 MBK의 고려아연 지분 취득과 관련해 기술 유출 가능성을 제기해 온 전직 하원의원 빈 웨버 역시 고려아연이 고용한 로비 업체의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최 회장 측에 유리한 국제 환경을 조성하려는 시도로 해석한다. 미국의 핵심 광물 공급망 정책과 고려아연의 전략적 가치가 결합되면서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 논리가 자연스럽게 강화되는 효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 이뤄진 미국 정부가 참여한 조인트벤처(JV)를 통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고려아연은 해당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10.6%를 발행했고, 그 결과 영풍·MBK와의 지분 경쟁에서 우호적인 주주를 확보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현지 제련소 투자에 관심이 있었다면 고려아연 본사가 아닌 미국 사업 법인에 직접 지분 투자를 하는 방식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JV(합작법인)→고려아연→미국 현지 사업 법인’으로 이어지는 다소 복잡한 자금 흐름이 선택된 점은 이번 유상증자가 단순한 사업 투자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미국 로비 확대는 불법이나 문제의 소지는 없다”면서도 “다만 최대주주와 경영진 간 분쟁 상황에서 회사 자금이 어떤 목적과 논리로 사용됐는지에 대해서는 주주들의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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