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109조 육박…5대 銀, 가계대출 건전성 관리 부담↑

이상원 기자 / 기사승인 : 2026-11-06 11:02:08
신용대출 증가율 3.7%…주택 관련 대출 1.9%의 두 배
신용대출 금리 6.49%·주담대 4.88%…고금리 차입 확대에 상환 부담
한은 연구, 대외 충격 시 가계 연체율 상승 위험…취약차주 관리·충당금 부담 변수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국내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109조원에 육박하면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둔화한 반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차주의 상환능력과 부실 위험에 대한 점검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주담대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대외 충격 발생 시 가계 부문의 신용위험이 상대적으로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이 나왔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10월 말 신용대출 잔액은 108조899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9305억원(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택 관련 대출 잔액은 623조988억원으로 11조4907억원(1.9%) 늘어나는 데 그쳐 신용대출 증가율이 주택 관련 대출 증가율의 약 두 배에 달했다.
 

▲ 가계 대출 증가 이미지. [사진=챗PGT]

특히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신용대출 증가율은 주택 관련 대출 증가율의 약 5.6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에도 신용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6687억원 증가하며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주택담보대출 공급이 제한되는 가운데 신용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신용대출이 주택담보대출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데다 담보가 없어 차주의 소득과 신용상태 변화에 더욱 민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6.49%로 전월보다 0.16%p 상승했다. 지난해 말 5.87%와 비교하면 0.62%p 높아졌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연 4.88%로 신용대출과 1.61%p 차이가 났다. 동일한 1억원을 각각의 평균금리로 빌리고 원금을 상환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신용대출의 연간 이자 부담이 주담대보다 161만원 많은 셈이다.

고금리 대출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9월 신규 취급된 가계대출 가운데 연 5% 이상 금리가 적용된 대출 비중은 31.6%로 전월 20.0%보다 11.6%p 상승했다. 연 4.5% 이상 금리가 적용된 대출 비중은 70.1%에 달했다.

대출금리 상승과 고금리 차입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향후 소득 감소나 경기 둔화가 발생할 경우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연체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8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통계를 보면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연체율은 0.91%로 전월보다 0.07%p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1%로 두 대출 부문 간 연체율 격차는 약 2.9배다.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은 0.45%로 전월보다 0.03%p 높아졌다. 다만 주담대를 제외한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8월 0.92%보다 0.01%p 낮아 최근 상승세를 장기적인 건전성 악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은행별 가계대출 건전성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3분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NH농협은행이 0.48%로 가장 높았으며 하나은행 0.33%, 우리은행 0.32%, KB국민은행 0.27%, 신한은행 0.26% 순이었다. 5대 은행 단순평균은 0.33%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3%p 높아졌다.

건전성 위험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박으뜸 과장과 고려대학교 강규호 교수가 발표한 ‘은행권 가계 및 기업대출 연체율 전망과 위기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금리와 물가 등 차입비용 관련 변수는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연체율과 양의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기본 시나리오에서 가계대출 연체율은 2025년 4분기 0.38%에서 4개 분기 후 0.41%로, 기업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59%에서 0.68%로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서 1550원으로 상승하고 금융시장 변동성을 나타내는 미국 변동성지수(VIX)가 25에서 30으로 높아지는 대외 충격 상황에서는 가계대출 연체율 전망치가 0.47%로 상승했다.

이는 기본 전망보다 0.06%p 높은 수준이다. 같은 상황에서 기업대출 연체율은 기본 전망인 0.68%보다 0.03%p 높은 0.71%로 나타나 가계 부문의 신용위험 확대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주택시장 침체 상황에서는 기업대출 연체율이 0.89%까지 상승해 가계대출 연체율 전망치인 0.51%보다 상승 폭이 크게 나타났다. 건설업과 부동산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위험이 기업 부문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시나리오별로 취약 부문이 달라지는 만큼 연체율 전망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선제적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손충당금 적립과 자본적정성 점검, 취약차주에 대한 미시적 분석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신용대출 증가가 은행의 자산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신규 대출자의 신용점수 분포와 대출 실행 이후 연체 발생률, 다중채무자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도가 낮거나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차주를 중심으로 이자 부담이 누적될 경우 은행의 부실채권 관리와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도 대출 규모를 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주의 신용도와 상환능력, 대출금리 수준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정교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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