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MRI '맞손'…조울증 발병 단서 발견

김민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8-03 16:20:24
뇌영상 융합 분석…위험인자 규명
발병 예측 정밀화…맞춤 치료 성큼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국내 연구진이 양극성장애 환자의 희귀 유전변이와 뇌 구조 변화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흔한 유전변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발병 위험을 유전체와 뇌 영상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 규명했다는 점에서 조기 진단과 맞춤 치료 연구의 새로운 단서가 될 전망이다.

 

3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 따르면 함병주·한규만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과 한미령 인천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이 양극성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전장 엑솜 시퀀싱과 뇌 자기공명영상 분석을 결합해 새로운 위험 유전자 후보와 뇌 구조 변화를 발견했다.

 

▲함병주·한규만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와 한미령 인천대 교수, 박성우 연구원. [사진=고려대 안암병원]

 

양극성장애는 우울 상태와 조증 또는 경조증이 반복되는 정신질환이다. 유전적 영향이 큰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기존 연구는 일반 인구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변이에 집중돼 발병 위험의 상당 부분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빈도는 낮지만 단백질 기능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희귀 유전변이에 주목했다.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은 양극성장애 환자 93명과 건강한 대조군 161명을 대상으로 단백질 생성과 관련된 유전체 영역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환자 82명과 대조군 154명은 뇌 MRI와 확산텐서영상 검사도 함께 받았다. 연구팀은 유전정보와 대뇌피질 두께, 백질 신경다발 상태 등을 통합해 분석했다.

 

먼저 기존 연구에서 양극성장애 관련성이 보고된 유전자 440개를 추린 뒤 희귀 변이 축적 정도를 살펴봤다. 분석 결과 환자군에서는 SYNE1과 PKHD1L1, FRAS1, ZFHX4 등의 유전자 변이가 상대적으로 자주 관찰됐다.

 

특히 GNB3 유전자에서는 기능 손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희귀 변이가 환자군에 유의하게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GNB3는 신경전달물질의 신호를 뇌세포 내부로 전달하는 G단백질 구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 변이가 신경전달 신호체계에 영향을 주면서 양극성장애 발병 위험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뇌 영상과 유전변이를 함께 분석한 결과에서는 KMT2C 유전자가 주목됐다. 특정 KMT2C 변이를 양쪽 염색체에 모두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측 설상회의 대뇌피질이 유의하게 얇았다.

 

우측 설상회는 시각정보 처리뿐 아니라 기억과 정서 반응에도 관여하는 부위다. 해당 변이를 보유한 사람에서는 뇌의 좌우 반구와 앞뒤 영역을 연결하는 주요 백질 신경다발에서도 미세구조 손상이 함께 나타났다.

 

KMT2C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후성유전 인자로 뇌 발달과 신경회로 성숙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해당 유전변이가 실제 뇌 조직 변화와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양극성장애 환자군 자체에서도 뇌 구조 차이가 확인됐다. 환자들은 건강한 대조군보다 전두극과 안와전두피질, 전전두피질, 전대상피질 등 감정 조절과 판단에 관여하는 49개 대뇌 영역의 피질이 얇았다.

 

우울·조증 삽화가 누적된 기간이 길수록 안와전두피질 등 전두엽 영역의 피질 두께가 더 감소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질환이 반복될수록 감정과 충동 조절에 관여하는 뇌 영역의 구조 변화가 커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번 연구는 희귀 유전변이와 뇌 구조를 하나의 분석 틀에서 살펴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전자 차이가 실제 신경회로와 뇌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함으로써 증상 관찰에 의존해온 기존 진단 방식을 보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이번 연구의 환자 규모가 제한적이고 특정 유전변이가 실제 발병을 직접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만큼, 다양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GNB3와 KMT2C 변이의 재현성을 확인하고, 유전적 차이가 신경전달 과정과 약물 치료 반응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볼 계획이다.

 

연구팀은 “양극성장애 환자의 희귀 유전변이와 대뇌피질·백질 변화 사이의 연결고리를 확인했다”며 “향후 대규모 검증 연구가 축적되면 개인별 발병 위험 평가와 조기 진단, 치료 반응 예측을 보완하는 생물학적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Translational Psychiatry’에 2026년 7월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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