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시력의 함정…침묵의 실명 '녹내장' 경고

김민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7-30 17:30:49
내 환자 꾸준히 증가…조기 발견 관건
시신경 손상 진행…"안압 믿으면 위험"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겉으로는 시력이 멀쩡해 보여도 녹내장이 진행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환자 스스로 질환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30일 고려대 안산병원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 기준 국내 녹내장 진료 환자는 2021년 108만여 명에서 2025년 127만여 명으로 약 17.6% 증가했다. 고령화와 함께 환자가 꾸준히 늘면서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박지혜 안과 교수. [사진=고려대 안산병원]

 

녹내장은 눈에서 뇌로 시각 정보를 전달하는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병이 진행되면 주변 시야부터 서서히 좁아지지만 중심 시력은 상당 기간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자각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불편함을 느낄 무렵에는 이미 시신경 손상이 상당 부분 진행된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국내에서는 안압이 정상 범위임에도 시신경 손상이 발생하는 '정상안압녹내장'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녹내장 환자의 약 70~80%가 이에 해당한다. 안압 수치만으로 녹내장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질환이 진행되면 계단이나 문턱을 헛디디거나 옆에서 접근하는 사람이나 차량을 늦게 인지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이상을 느낄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주변 시야가 대부분 소실되고 중심부만 남는 이른바 '터널 시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반면 급성 폐쇄각녹내장은 만성 녹내장과 달리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안압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심한 안구 통증과 충혈, 시야 흐림, 시력 저하가 나타나며 두통이나 메스꺼움, 구토가 동반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이 발생하면 응급질환으로 보고 즉시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녹내장은 이미 손상된 시신경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치료 목표는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안압을 낮추는 안약을 우선 사용하며, 환자 상태와 질환 진행 정도에 따라 레이저 치료나 수술이 시행될 수 있다. 증상이 없더라도 임의로 약물 치료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박지혜 고려대 안산병원 안과 교수는 "건강검진에서 안압이 정상으로 나왔다고 해서 녹내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시신경 상태와 망막신경섬유층, 시야검사 등을 함께 확인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녹내장은 조기에 발견하면 시야 손상을 최대한 늦추고 남은 시력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40세 이상이거나 가족력, 고도근시, 당뇨병 등 위험요인이 있다면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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