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불평등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술유출에도 침묵하는 사정

이필원 / 기사승인 : 2017-10-01 09:59:18

[메가경제 이필원 기자] 대기업의 갑질에 여전히 눈치만 보는 중소기업의 관행은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다. 기술유출을 경험한 중소기업 중 72%가 거래관계 유지를 위해 아무런 조처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중소기업벤처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술유출이 발생한 중소기업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이유로 `영업기밀 유출 사실 입증 어려움`이 78%로 제일 많았고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72.3%로 뒤를 이었다. 소송비용 문제와 법률 지식의 부재도 27.8%나 됐다.


현재 대기업과 소송 진행 중인 중소기업의 비율은 71.4%인데 소송 중 취하(중소기업이 스스로 그만 두는 것)가 14.3%, 패소가 14.3%로 나타났고 소송 판결 확정까지 걸린 시간은 3년 이상이 42.9%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소송 결과 만족도는 매우 불만족·불만족이 57.2%나 됐다.


실제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신 모(47)씨는 업다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대기업에서 마음대로 기술을 모방해가서 그대로 베껴 제품을 출시하면 법적 조처를 해야 하는데 사실상 해당 기업과 거래관계가 끊기면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기 때문에 그냥 울며 겨자 먹기로 참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신씨는 기자에게 "지금 이 인터뷰도 대기업 관계자가 보면 많이 곤란해진다"며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소송에 들어가도 소송 기간은 최소 6개월에서 3~5년이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에 대해 대기업이 도용했는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데, 판사들의 경우 기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할뿐더러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핵심 기술이 대기업에 유출됐다는 증명을 재판부에 알기 쉽게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특허등록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고영상 변호사는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권이 등록돼 있으면 특허법상 법적 조처를 할 수 있다"면서 "특허권 등록을 안 했다면 영업비밀에 대한 침해로 봐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법적 조처를 할 수 있지만, 해당 기술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소송을 제기하는 측에서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9월 22일 중소기업벤처부 주최로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을 위한 기술마켓 및 네트워킹' 행사에서 한 중소기업 사장이 변호사에게 법률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곽정일 기자]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서 중소기업 사장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소송과 관련해 수사기관 및 법원에 기술적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었고 증거자료 제시 및 입증의 어려움이 75%, 긴 소송 기간 71.5%, 소송 비용 과대 지출 57.2%, 예상보다 적은 손해배상액이 42.9%로 나타났다.


박정 의원은 "중소기업은 기술유출이 발생해도 거래관계 문제 때문에 조처를 하기가 쉽지 않지만, 소송을 진행해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며 전문성을 가진 정부기관이 기술유출 및 기술탈취 여부를 확인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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