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연차 사용했더니 '진단서' 제출하라는 '당근마켓' 고객센터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5-06-23 10:34:34
'진단서 없는 연차=무단결근' 시대역행... '인사관리'기준 도마 위
트럭 시위 공론화에 사측 "해당 제도 폐지"..."브랜드 이미지 타격 불가피”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고객센터 직원들의 ‘연차 사용 제한 정책’을 둘러싼 논란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연차 사용에 진단서 제출을 요구한 인사정책이 문제의 발단이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조직문화와 인사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이 사태를 촉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당근마켓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사측의 인사 부당함을 알리고자 트럭시위를 벌였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 고객센터 직원, “연차 써도 이유를 증명하라”는 문화에 집단 반발

문제는 연차 사용과 관련된 일관되지 않은 기준과 과도한 서류 요구에서 시작됐다. 당근마켓 고객센터 상담직원들은 “아파서 연차를 썼다”는 이유로 2만~3만 원 상당의 유료 진단서를 요구받았고, 제출하지 않을경우 무단결근 처리를 통보받았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가족이 아픈 경우에도 진단서 제출을 요구받는 등, 개인 사생활 침해 수준의 관행도 드러났다.

이 같은 상황은 결국 트럭 시위라는 집단행동으로 이어졌고, “연차를 왜 쓰는지 설명하라”, “진단서 없으면 사유서”, “반복 시 징계”라는 강경한 운영방식이 공개되면서 사내외 여론은 급속히 악화됐다.

■ “관리자 연차는 자유, 직원 연차는 통제”…조직 내 이중잣대가 신뢰 무너뜨려

상담직원들은 특히 관리자와의 이중잣대 적용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직원들에게는 진단서 제출을 강요하면서, 일부 관리자들은 “코피가 났다”는 이유만으로 진단서 없이 자유롭게 연차를 사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 이러한 차별적 기준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조직 내 공정성과 신뢰 시스템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동일일자 복수 연차 금지, 월요일·금요일·공휴일 다음날 연차 금지 등의 규정 역시 지나친 통제 시스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 상담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특정 인사와 갈등이 생기면 자리 이동·업무 배제·퇴사 유도로 이어지는 비공식적 ‘찍기 문화’도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당근마켓 고객센터는 입사자보다 퇴사자가 많으며, 남은 인력은 과중 업무로 인해 연쇄 퇴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 당근마켓 “2023년 도입한 정책…지금은 폐지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당근마켓 측은 “해당 제도는 고객 응대 업무의 특성상 업무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2023년 한시적으로 도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본사에서 제도의 문제를 인식하고 더 이상 진단서 제출 제도는 운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제도운영 당시의 현장 불만과 상처가 외부로 노출되면서, 단순 제도 폐지로는 조직 내 불신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 문화 전반에 대한 근본적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조직 관리 리스크로 ‘ESG 시대’ 역행 우려 ‘솔솔’

이번 사안은 단순한 연차 승인 논란을 넘어, 조직 내부 인권 감수성과 소통 역량의 부족은 물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조직 운영 시스템이라는 비판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사내 목소리를 외면한 채 일방적인 운영 기준을 고수하고, 내부 갈등이 외부 시위로 이어지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은 리더십 부재와 조직문화 경직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특히 고객센터처럼 플랫폼 신뢰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조직에서 이러한 인사 관리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은 브랜드 리스크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당근마켓은 ‘지역 커뮤니티’와 ‘신뢰 기반의 거래’를 표방하는 브랜드인데, 내부 조직에서 발생한 신뢰 훼손 사례는 그 정체성과 충돌한다”며 “구성원의 피로감이 브랜드 이미지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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