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는 뛰고 유한은 가르치는데…삼양엔 여전한 ‘친일 창업주’ 그림자

김민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8-20 12:31:52
한세실업, 독립유공자 후손 위해 '815런'…유한양행, 유일한 박사 독립운동 어린이 만화로 계승
삼양 창업주 김연수 '친일반민족행위자' 판정·재산 국가귀속 전례…후대의 역사 인식도 주목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광복 81주년을 맞은 재계에서 선대의 역사를 계승하는 기업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한세실업은 독립운동가였던 선대의 정신을 독립유공자 후손 지원으로 이어가고 있고, 유한양행은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독립운동과 사회적 책임 정신을 어린이 교육 콘텐츠로 확산시키고 있다. 반면 삼양그룹은 창업주 고(故) 김연수 회장의 친일반민족행위 판정과 친일재산 국가귀속 전례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 광복 81주년을 맞은 재계에서 선대의 역사를 계승하는 기업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AI]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세실업은 한국해비타트가 주최한 기부 마라톤 ‘2026 815런’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후원 기업으로 참여했다. 임직원들도 직접 8.15㎞를 달리며 독립유공자 후손 주거환경 개선에 힘을 보탰다.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의 외조부이자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의 진외증조부인 남저(南樗) 이우식 선생은 일제강점기 백산무역주식회사를 통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지원하고 조선어사전 편찬에도 재정을 보탠 독립운동가다.

 

한세실업은 이 같은 선대의 역사를 현재의 사회공헌으로 연결하고 있다. 김익환 부회장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위해 임직원들이 한마음으로 땀 흘릴 수 있어 뜻깊었다”며 “진정성 있는 나눔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 유한양행은 ‘유일한 정신’ 어린이에게

 

유한양행도 창업주의 독립운동 역사를 다음 세대에 전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생애를 다룬 어린이 역사 학습만화가 다산북스를 통해 출간됐다고 밝혔다. 책에는 유 박사의 유한양행 창업과 국민 보건 활동뿐 아니라 한인 자유 대회 결의문 낭독, 미국 전략사무국(OSS)의 ‘냅코 프로젝트’ 참여 등 독립운동 행적이 담겼다.

 

유한양행은 해당 도서를 전국 초등학교와 공공도서관에 배포할 계획이다. 독립운동가이자 기업가였던 창업주의 삶을 어린이들이 역사와 사회적 책임을 배우는 교육 콘텐츠로 확장하겠다는 취지다.

 

한세실업이 선대의 독립운동 정신을 ‘행동’으로 이어가고 있다면, 유한양행은 창업주의 삶을 ‘교육’으로 다음 세대에 넘겨주고 있는 셈이다.

 

◆ 삼양 창업주에는 ‘친일’ 꼬리표

 

반면 삼양그룹 창업주 김연수 전 회장은 정부 산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한 인물이다.

 

김 전 회장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자문기구인 중추원 참의와 국민총력조선연맹 이사, 조선임전보국단 상무이사 등을 맡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유족 측은 관련 처분 취소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산 문제도 국가귀속으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 과거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는 전북 고창군 일대 김 전 회장 관련 토지를 친일재산으로 판단해 국가에 귀속했고, 법원도 해당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오는 12월 2기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출범하면 과거 조사되지 않았던 관련 재산 흐름이 다시 검토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재 삼양그룹의 주식이나 기업자산이 곧바로 환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추가 환수를 위해서는 해당 재산이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됐거나 그 처분 대가에서 비롯됐다는 별도의 입증이 필요하다.

 

◆ “선대 책임보다 후대의 태도”

 

기업의 현재를 선대의 행적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창업주의 친일 행적을 현재 경영진이나 임직원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 역시 적절치 않다.

 

다만 선대가 남긴 역사를 오늘의 기업이 어떻게 기억하고 설명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세실업은 독립유공자 후손 지원으로, 유한양행은 역사 교육으로 선대의 독립운동 정신을 현재와 연결하고 있다. 이에 친일 행적이 공식 확인된 창업주를 둔 기업도 과거사를 넘어 독립유공자 후손 지원이나 역사 연구·교육 등 보다 적극적인 사회공헌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선대의 잘못을 후손에게 승계시키자는 게 아니라 장수기업일수록 불편한 역사까지 설명하는 것이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방법”이라며 “결국 현재 기업이 어떤 태도와 행동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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