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정유산업, 탄소감축 인프라·R&D 지원으로 탈탄소 돌파구 모색

정진성 기자 / 기사승인 : 2024-10-11 13:24:14

최근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과 정유산업의 탈탄소 돌파구 모색을 위해 산업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댔다. 이들 산업은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 특성상 탄소중립 달성이 어려운 대표적인 업종이다.

 

▲ 제2차 산업부문 탄소중립 정책협의회: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앞줄 왼쪽 네번째)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11일 상의 회관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으로 제2차 ‘산업부문 탄소중립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강감찬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관, 엄찬왕 한국석유화학협회 상근부회장, 유연백 대한석유협회 상근부회장과 함께 강재철 LG화학 부문장, 박인철 롯데케미칼 부문장, 한희민 SK에너지 정책지원실장, 하정재 GS칼텍스 뉴에너지부문장, 이춘배 S-OIL 대외부문장, 황인진 HD현대오일뱅크 지원부문장 등 관련 업계 임원들과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 이상준 서울과기대 교수 등 관련 전문가도 참석했다. 

 

석유화학·정유산업은 석유를 원재료로 하는 특성상 제품생산과 연료연소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많은 산업이다. 석유화학산업과 정유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각각 4690만톤(2위)과 1590만톤(4위)으로 산업 부문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수출주력산업인 두 산업은 주요국 탄소규제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은 현재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유기화학,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제품과 원유정제 분야로 확대 논의 중이다. 향후 도입 가능성이 높은 미국의 청정경쟁법(CCA) 역시 탄소조정세 부과대상으로 화학제품·화학비료, 석유정제품, 에탄올 등 12개 품목을 정조준하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이상준 서울과기대 교수는 “국내 석유화학·정유산업은 산유국이 아님에도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주력수출산업으로서 국가경제를 이끌어왔지만, 주요국의 탄소규제에 발맞추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며, “석유화학·정유산업은 확실한 탄소감축 기술이 아직 없기 때문에, 여러 대안을 함께 모색하면서 성공적인 대안으로 좁혀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석유화학·정유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한 정부지원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업계는 탄소감축을 위해 CCUS 기술 상용화, 재생에너지 도입 확대, 저탄소·고기능 소재 기술개발 지원 등 구체적인 정책과제를 제시하며, 특히 탄소감축 투자의 경제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집중적으로 제기되었다.

 

첫 발제에 나선 박인철 롯데케미칼 부문장은 석유화학산업은 업종 특성상 탄소경쟁력이 취약하지만 태양광, 풍력,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사업들이 모두 석유화학제품에 의존하고 있어 제품수요는 2060년까지 3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 부문장은 “석유화학제품이 기후대응의 핵심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수소, 재생에너지, CCUS 등 인프라를 구축해 연·원료 대체와 간접배출 감소 등을 지원하고 탄소차액계약제도 등 기업들이 탄소감축에 더 적극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건의했다. 

 

정유업계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가 산업의 구조적 한계와 기술적 어려움을 고려해 현실적인 목표가 되어야 하고, 탄소감축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안국헌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정유산업은 원료와 제품이 모두 탄소기반이라 감축기술이 매우 제한적으로, 구조적 한계를 감안해 2035 NDC는 기술개발 속도와 경제성을 반영한 현실적인 경로로 설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실장은 “정유업계가 SAF(지속가능항공유), CCUS, e-fuel 등 감축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경제성이 낮고 초기단계에 있어 널리 적용하기 어렵고, 저탄소제품과 석유대체연료 생산에 필요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폐식용유 등 원료확보도 쉽지 않다”면서 “정부가 국가과제로서 감축기술 개발 및 상용화, 대체원료 공급체계 마련 등 정책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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