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희생활과학, 시련까진 빨아들이지 못했느니

박인서 / 기사승인 : 2017-01-13 11:10:31

[메가경제 박인서 기자] 주부들이 원하면 해내는 국내 1호 생활가전 전문 벤처기업 한경희생활과학이었다. 가정주부들 눈높이에 맞춰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생활가전에 작은 혁명을 불러온 한경희생활과학. 주부 출신 CEO 한경희의 이름 석자를 내걸고 살림살이 곳곳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제품을 만들어 급성장해온 한경희생활과학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경희생활과학이 자금난으로 기업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했다. 벤처업계에서는 드문 주부 CEO를 응원해온 주부 소비자들로서는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소식일 수 있다.


미국에서 MBA 과정을 거쳐 교육부 사무관으로 재직하다가 생활가전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연결시키고자 공직 생활을 접고 벤처기업을 설립했던 한경희 대표. 1999년 한경희생활과학을 세운 뒤 3년간 스팀청소기를 연구했다. 무릎이 까져가며 물걸레로 마루나 거실을 뻑뻑 닦아야 하는 주부들의 고충을 헤아린 아이디어 상품은 2001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스팀청소기 발명특허 등록으로 결실을 맺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2003년 ‘한경희 스팀청소기‘를 내놓자마자 1000만 대를 파는 대히트를 쳤다.


물론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 잘 안 팔렸지만 한경희 이름 석자를 집어넣으면서 주부들의 신뢰를 얻은 게 주효했다. 학원이나 의원 등 간판 곳곳에 걸린 게 원장들 이름이지만 가전업계에서는 이런 브랜드 네이밍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신선한 발상으로 받아들여졌다. 평범한 주부가 헤아린 고민을 제품으로 만들어 주부들의 마음에 다가간 브랜드 마케팅 접근은 벤처업계에서 벤치마킹하는 성공전략이 되기도 했다.


국내 1세대 여성 벤처기업인 한경희 대표는 2005년 발명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은데 이어 2008년에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주목할 여성 기업인 5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벤치마킹까지는 좋았지만 '미투' 브랜드와 상품이 나오면서 한경희생활과학은 고전해야 했다. 한경희 이름을 딴 회사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까지 벌여 승소했지만 교묘하게 아이디어를 베낀 제품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한경희라는 브랜드는 중국서도 고급브랜드로 입소문을 탔지만 색상과 디자인까지 베낀 짝퉁제품 때문에 홍역을 치러야 했다.


정수기, 화장품 등 신수종 사업에 대해 공격적인 투자를 펼쳤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것도 위기를 키웠다. 해외로 눈을 돌려 돌파구를 마련했지만 마케팅 비용이 가중되고 소송까지 벌이는 고난이 이어졌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지난해 10월 미국 연방법원을 통해 캡슐음료기업 스파클링드링크 시스템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한경희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평생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름까지 내건 만큼 품질 하나는 자신 있다”고 강조하며 한경희생활과학이 결코 쉽게 쓰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경희 대표는 워크아웃 프로그램 '체인지업' 절차를 밟으며 한경희생활과학의 얼굴인 스팀가전 브랜드를 살리는 것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스팀청소기라는 세계 유일의 발명품을 개발해 생활가전의 새로운 길을 개척했던 한경희생활과학이 재무구조 개선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이뤄낼지 궁금해진다. '체인지업'으로 승부수를 던진 한경희생활과학이 재기의 역전타를 날릴 수 있을까. 한번 떴다 스러지는 중소기업으로 끝날지, 위기를 헤치고 강소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는 뼈아픈 자구노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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