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장기 구매계약·인프라·경제성 확보가 사업 성패 좌우"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수소산업의 경쟁이 기술 개발에서 인프라 구축 단계를 거쳐 수익성 확보로 옮겨가고 있다. 수소 생산량을 비롯해 누가, 어디서, 얼마에 사용할 것인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재생에너지 기업들은 발전과 운송, 저장 인프라를 연결하는 인프라 사업모델을 제시하면서도 높은 생산비용과 불확실한 수요를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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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성중공업 김진성 팀장이 '글로벌 청정수소 대량 수요 창출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사진=메가경제] |
4일부터 6일까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세계수소엑스포(World Hydrogen Expo·WHE) 2026' 콘퍼런스에서도 이러한 현실적 고민이 집중 다뤄졌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효성중공업과 롯데케미칼 인도 재생에너지 기업 ReNew(리뉴), 에너지시장 분석기관 라이스타드에너지(Rystad Energy) 등 관계자들은 수소 발전기술부터 글로벌 공급망, 천연수소 개발, 투자전략까지 수소산업의 상용화 가능성을 진단했다.
◆ 효성중공업 "수소발전, 기술보다 15년간 계약체결로 안정 가동이 관건"
효성중공업은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따른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수소발전을 새로운 기회로 제시했다.
김진성 효성중공업 팀장은 '글로벌 청정수소 대량 수요 창출 전망'을 주제로 발표에서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가와 전력계통 안정화 수요에 주목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기상 여건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반면 수소엔진발전은 연료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면 필요한 시점에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거론했다.
다만 상업성을 확보하려면 발전설비뿐 아니라 수소 공급망과 전력계통 연계, 장기간 안정 가동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CHPS) 참여를 위해서는 장기계약 기간인 15년 동안 연료 공급과 발전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수소 배관과 저장탱크, 암모니아 분해설비 등 인프라 확보는 물론 부하변동 대응과 유지보수 비용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효성중공업은 이를 위한 해법으로 100% 수소를 사용하는 엔진발전기를 제시했다.
회사는 지난 2024년 울산 석유화학단지 등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해 1MW(메가와트)급 수소엔진발전기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약 2400시간의 운전 실적과 함께 3MW급 발전기, 암모니아를 활용한 발전기술 개발 방향도 소개했다.
3MW급 수소엔진발전기는 시간당 약 200kg의 수소를 소비하는 대용량 발전설비로 소개됐다. 효성중공업은 수소 공급 압력과 운전 조건을 최적화해 발전사업의 경제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 "수소는 만들었는데 누가 사나"…글로벌 수소사업, 상용화·수익성 확보 '숙제'
이어진 발표에는 인도의 비베크 자스왈 ReNew 부사장은 글로벌 청정수소 산업의 가장 큰 장애물로 사업성을 지목했다.
수소 생산기술과 재생에너지를 연계한 기술 역량은 발전했지만, 높은 설비가격과 불확실한 구매 수요가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글로벌 수소 프로젝트 가운데 실제 추진 단계에 진입하는 사업은 제한적이라며 기술적 준비와 상업적 실행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산설비를 구축하더라도 장기간 수소를 구매할 고객이 없다면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ReNew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생산부터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 제조, 항만 연계 수출 인프라까지 연결하는 폭넓은 사업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자스왈 부사장은 장기 구매계약과 금융조달 체계 확보가 사업 추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인도 간 청정수소 협력 역시 안정적인 수요와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했다.
◆ 땅속 수소는 1kg에 1달러 미만?…상업성 검증은 숙제
기존 수소 생산방식의 대안으로 천연수소도 주목받았다.
라이스타드에너지의 나이젤 람부준 애널리스트는 '천연수소의 사업성 확보' 관련 주제 발표에서 지하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수소의 경제적 잠재력을 소개했다.
천연수소는 일부 조건에서 생산비용이 kg당 1달러 미만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실제 사업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천연수소가 생성되는 지질학적 조건을 파악하고 수소가 축적된 저류층을 찾아야 한다. 발견 이후에도 생산 가능한 유량과 장기 공급 안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현재 미국과 호주, 캐나다, 프랑스 등 약 30개국에서 탐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 초기 단계다. 아프리카 말리에서는 천연수소를 활용한 소규모 발전 사례가 있으나 대규모 상업생산으로 확대되지는 못했다.
결국 낮은 생산비용이라는 잠재력만으로 사업성을 판단하기 어렵고 탐사 성공률과 실제 생산량, 구매처 확보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롯데케미칼 "수소는 청정 환경사업 넘어 에너지 비용 줄일 전략적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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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케미칼 이그라시아 그룹장이 '수소 프로젝트 개발 및 투자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사진=메가경제] |
국내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수소를 기존에 해오던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 나타났다.
롯데케미칼 이그라시아 그룹장은 ‘수소 프로젝트 개발 및 투자전략’ 발표에서 에너지 비용 부담과 탄소배출 감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수소를 제시했다.
그는 롯데케미칼의 연간 에너지 비용이 약 2조원으로 매출의 18% 수준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인 석유화학 특성상 기존 생산 방식만으로는 탈탄소 목표 달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생수소 생산과 유통, 발전사업을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중이다.
대표적으로 SK에너루트와 협력한 울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소개했다. 부생수소를 전력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연간 약 1500억원의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충남 대산에서는 수소 유통 인프라를 기반으로 산업용과 모빌리티용으로 고순도 수소 공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에는 암모니아 저장·운송과 선박 연료 공급, 청정수소 발전, 지속가능항공유(SAF)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다만 대규모 선행투자보다는 시장 수요와 경제성을 검증하면서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에 무게를 뒀다는 게 이 그룹장의 설명이다.
이 그룹장은 수소를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닌 생산과 저장, 운송, 발전을 연결하는 산업 플랫폼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수소산업의 성장 가능성만큼 상용화를 위한 현실적인 조건이 부각됐다.
효성중공업은 안정적인 발전기술과 연료 공급망, ReNew는 장기 구매계약과 금융조달을 강조했다. 라이스타드에너지는 생산비용과 자원 확보를, 롯데케미칼은 기존 석유화학 및 유통 산업과 연계한 단계적 투자에 각각 무게를 뒀다.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결론은 비슷했다. 수소경제의 본격적인 성장은 생산기술 자체보다 안정적인 수요처와 경제성 있는 사업모델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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