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억 증여세’ 한진家 결국 패소…조양호 해외신탁에 칼 빼든 국세청

심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6-09-23 09:55:55
조양호 생전 해외 신탁 1000억여원…법원 “사망 시점 증여” 과세당국 손 들어줘
과거에도 조중훈 해외재산 둘러싸고 852억원 상속세 부과…한진家 세금분쟁 이어져
2019년 조양호 별세 당시 주식 상속세만 1700억원대 추산…상속·증여세 부담 쟁점

[메가경제=심영범 기자]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을 둘러싼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세금 문제가 다시 법정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조 전 회장이 생전에 해외에 보유했던 1000억원대 신탁자산을 두고 국세청이 부과한 약 670억원의 증여세가 대상이다. 법원은 1심에서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이번 사건은 조 전 회장 일가가 과거에도 해외재산 상속을 둘러싸고 수백억원대 세금 문제를 겪었던 전례와 맞물리면서 한진가의 해외자산 과세 이슈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 [사진=챗GPT 생성]

 

23일 법조계와 세무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는 최근 조 전 회장의 배우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자녀 조현아(개명 후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에서 다뤄진 증여세는 약 670억원이다. 국세청은 조 전 회장이 2019년 4월 별세한 뒤 상속세 조사를 진행하면서 싱가포르에 1000억원이 넘는 신탁자산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세당국은 조 전 회장의 사망 시점을 사실상 증여가 이뤄진 시점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명희 고문과 조승연 전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해당 신탁의 실질적인 수익자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했다. 조현민 한진 사장은 미국 국적을 이유로 수익자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일가 측은 신탁자산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실제 수익을 배분받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맞섰다. 해외 수탁사가 신탁재산을 관리하고 있는 만큼 실제 자산을 이전받는 시점에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법원은 1심에서 과세당국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국세청이 싱가포르 과세당국과의 정보교환을 통해 신탁계약서를 확보한 뒤 이를 과세 근거로 활용한 점도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과거에도 ‘해외재산 상속세’로 한진家와 국세청 충돌

 

조양호 전 회장 일가의 세금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국세청은 조양호 전 회장 등 범한진가 2세 5명에게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해외재산과 관련해 총 852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여기에는 해외재산에 대한 상속세와 신고 지연에 따른 가산세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도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조양호 전 회장이 부친으로부터 프랑스 현지 부동산과 스위스 은행 계좌 잔액 등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약 610억원의 상속세를 포탈했다는 혐의가 제기된 바 있다.

 

다만 이 상속세 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검찰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별도로 조 전 회장 등이 선친의 스위스 예금 채권 약 450억원을 상속하고도 상속분을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을 적용했다.

 

이후에도 국세청은 조 전 회장과 조중훈 창업주의 해외자산을 계속 들여다봤다. 2020년에는 국세청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동원해 조 전 회장과 조중훈 창업주가 스위스 등 일부 국가에 남긴 계좌와 부동산 자산을 추적·조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조양호 사망 당시에도 ‘상속세 1700억’ 추산

 

조 전 회장이 2019년 별세했을 당시에도 상속세 부담은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주요 변수로 거론됐다.

 

당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조 전 회장이 보유한 유가증권 가치가 약 3454억원이라는 점을 바탕으로 상속세가 약 1727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이 나왔다. 주식담보대출과 배당 등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번 해외 신탁자산 증여세 사건은 이 같은 기존 상속세 문제와는 법적 성격이 다르다. 과거에는 조중훈 창업주로부터 조양호 전 회장 등이 해외재산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상속세가 핵심이었다면, 이번 사건에서는 조 전 회장이 사망할 당시 해외 신탁의 수익권이 가족에게 귀속됐는지를 놓고 증여세가 부과된 것이 핵심이다.

 

다만 두 사건 모두 해외에 존재하는 자산의 실질적인 소유관계와 과세 시점, 신고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이번 판결은 해외 신탁처럼 국내에서 자산의 실체와 수익자 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에 대해서도 과세당국이 국제적인 조세정보 교환 등을 활용해 과세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조양호 전 회장 일가를 둘러싼 세금 문제는 부친으로부터의 해외재산 상속 → 조양호 전 회장 사망에 따른 상속세 → 생전 해외 신탁자산에 대한 증여세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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