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채무보증 325% 급증…470억→2000억원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6-10-29 10:37:26
신규 대기업집단 지정·수출입 관련 보증 증가 영향…공정위 "법 위반 사례 없어"
금융·보험사 계열사 의결권 행사 399회…파생상품 통한 규제 회피 감시 강화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국내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채무보증 규모가 1년 새 4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대기업집단 지정과 수출입 관련 보증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채무보증 제한제도가 시장 준칙으로 정착되고 있지만 파생상품을 활용한 규제 회피 가능성에 대한 감시는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29일 공정위가 발표한 '2026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채무보증 현황 및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 현황'에 따르면 올해 5월 1일 기준 47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채무보증액은 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 대기업 계열사 채무보증 325% 급증.

지난해 470억원보다 1530억원(325.5%) 증가한 규모다.

채무보증은 계열사가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릴 때 다른 계열사가 상환을 보증하는 행위다.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으로의 여신 집중과 계열사 간 동반 부실을 막기 위해 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올해 채무보증액 가운데 법적으로 해소해야 하는 '제한대상 채무보증'은 6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해당 금액이 없었지만 기존 채무보증을 보유한 기업집단 1곳이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되면서 발생했다.

산업합리화와 국제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제한제외대상 채무보증'은 1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70억원보다 930억원(197.9%) 증가했다.

기존 채무 상환으로 30억원이 감소했지만 수출입 기반 조성 등을 위한 신규 채무보증 960억원이 발생한 영향이다.

다만 공정위는 올해 채무보증 규모가 크게 늘었음에도 장기적으로는 감소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1998년 채무보증 제한제도 도입 이후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채무보증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관련 법 위반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채무보증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점검도 실시했다.

올해 7월 말 기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계열사 간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규모는 1조567억원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거래에 참여한 기업집단은 3곳, 거래 건수는 9건으로 모두 전년과 동일했다.

TRS는 특정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손실을 계약 당사자 간 교환하는 파생상품이다. 거래 구조에 따라 채무보증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어 규제 회피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에 확인된 거래의 기초자산은 모두 주식으로, 신규 계약 없이 기존 계약의 연장만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신용부도스와프(CDS)와 신용연계채권(CLN)의 계열사 간 거래 사례도 확인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제정한 채무보증 탈법행위 관련 고시를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4월 24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TRS와 CDS, CLN 등 3개 유형의 파생상품을 활용한 우회 거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현황도 공개됐다.

공정위가 2024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금융·보험사가 비금융 계열사에 출자한 18개 기업집단을 조사한 결과, 6개 집단 소속 14개 금융·보험사가 20개 비금융 계열사의 주주총회에서 총 399회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결권을 행사한 금융·보험사는 2024년 조사 당시 9개 집단 소속 16개사에서 올해 6개 집단 소속 14개사로 감소했다.

반면 법적으로 예외가 허용되는 의결권 행사 건수는 같은 기간 161건에서 312건으로 증가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증가가 실제 의결권 행사 확대보다는 집계 방식 변경에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정관 변경 등 하나의 안건에 여러 세부 항목이 포함돼 있더라도 1건으로 집계했지만, 올해부터는 세부 안건별로 나눠 집계하면서 건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가 고객 자금을 활용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기업집단의 채무보증과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제재할 방침이다.

특히 파생상품을 활용한 채무보증 규제 회피 등 새로운 유형의 탈법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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