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영풍 측과 주총 표대결, 악재 부상 속사정

이동훈 / 기사승인 : 2024-03-15 10:01:13
  • -
  • +
  • 인쇄
장 고문 대척점 선 국민연금, 중대재해 논란 표심은
고려아연 지난해 실적부진, 장 고문 측 고배당 공약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입지가 영풍그룹 실질적 지배자인 장형진 고문과의 이번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앞둔 가운데 ESG와 지난해 실적 악화 등 악재로 흔들리는 조짐이 보인다.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이자 캐시카우인 고려아연은 오는 19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정기주총을 개최한다.

 

15일 메가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 회장 측은 2대 주주 국민연금의 이탈 여부와 함께 장 고문 측이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고배당을 약속하고 있어 표 대결의 변수로 떠오르는 형국이다.

 

이번 주총에서 고려아연의 지배권을 놓고 다투는 최 회장과 장 고문의 미래를 결정지을 2가지 안건을 다룬다. 우선 배당금을 두고 충돌한다. 고려아연(최 회장 측)은 지난달 19일 이사회에서 지난해 결산 배당금을 1주당 5000원으로 확정했다. 반면 영풍(장 고문 측)은 배당액 1만 원을 주장한다.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경영능력뿐만 아니라 상당한 글로벌 재계 네트워크로 입지를 굳힌 경영자이다. 그렇지만 영풍그룹의 장형진 고문과의 표대결을 앞두고 중대해재, 지난해 실적부진이 발목을 잡을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고려아연]  


또 하나는 장 고문과 최 회장의 이사회 임기가 동시에 만료되면서 재선임 안건이 상정된 점이다. 재계는 첫번째 안건의 표 대결 승자가 두 번째 안건의 승리도 가져온다고 전망한다.

고려아연 지분율을 살펴보면 2023년 12월 5일 기준 ▲장 고문 측 영풍 25.15%, 장 고문과 특수관계인 4.87%, 장 고문 우호세력 1.97%로 31.98% ▲ 최 회장 측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 15.32%, 한화 등 우호세력 17.9%로 33.22% ▲국민연금 8.28% ▲ 소액주주 26.3%이다.

장 고문 측과 최 회장 측 표 차이가 겨우 1.24%인 걸 감안하면 실질적인 캐스팅보트 역할은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에게 달려있는 양상이다. 

 

국민연금은 지금까지 장 고문의 ‘과다겸직’을 이유로 이사 선임안에 대해 2012년, 2014년, 2022년 연이어 반대한 이력이 있다.

장 고문은 고려아연 뿐 아니라 영풍그룹 계열사 서린상사와 영풍정밀에서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또 개인회사인 씨케이와 에이치씨에선 대표이사를 겸임 중으로 총 5곳의 이사회에 이름을 올려 놓은 상태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세부기준 30조는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한 의무수행이 어려운 자’의 경우 이사 후보에 대해서 반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번에도 국민연금이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조가 급변한 것은 지난해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기업에 투자한 것을 두고 정치권의 표적에 오르면서다.

지난 2019년 말 만들어진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원칙은 투자대상 기업과 관련해 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ESG) 등 비재무적 요소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도록 하고 있으며, 적극적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은 대규모 산재를 초래한 기업에 대해 투자철수 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공무원과 법인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의원발의안에서 경영책임자 범위에 포함됐지만 실제 통과안에서 빠졌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국민연금이 투자한 GS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등이 지난해 철근 누락 사태를 야기하고, 또 다른 기업들에서 중대재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김영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국민의힘 소속)은 지난해 국민연금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투자 대상과 ESG를 고려한 책임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실제 투자 집행 과정에서 최다 중대재해 발생 논란을 일으킨 일부 기업에 지속 투자를 해온 것을 비판했다. 

김영주 의원은 “국민연금의 이 같은 행태는 연기금의 손해 뿐만 아니라 기업들에 ‘몇 번의 중대재해 쯤은 괜찮을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개별 종목에 대해 답변하지 않는 것이 당사의 방침”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는 “산업계의 호소에도 중대재해처벌 근절에 속도를 내는 정부 측이 국민연금을 지켜보는 만큼 올해는 사정이 다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와중에 고려아연의 연이은 중대 사고 이력은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20일 울산시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 고려아연 3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추락사고로, 병원에 실려가는 중대사고가 발생했다. 같은해 8월 23일 온산제련소 에너지저장장치(ESS)센터에서 화재가 발생, 2016년부터 최근 5년간 고려아연 사업장에서는 11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그렇다고 장 고문측도 이 같은 문제에서 비껴가진 힘들다. 지난 6일 영풍 석포제련소 50대 하청노동자가 냉각탑 내부 이물질 제거 작업 중 낙하물에 맞아 숨졌다. 석포제련소는 지난해 말에도 탱크의 모터 교체 작업을 하다 1급 발암물질인 비소에 중독돼 60대 하청노동자 1명이 숨지고 3명이 병원에 입원했다.

해당 문제에 능통한 소식통은 메가경제에 “석포제련소 사고가 아니었다면 국민연금이 적어도 중립으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고려아연과 장 고문의 영풍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르면서 국민연금의 입장 변화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 주총 결과를 더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려아연의 부진한 성적표도 최 회장 측으로선 부담스럽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6590억원으로 전년대비 28.2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및 순이익은 각각 9조7000억원, 5330억원으로 전년대비 -13.50%, -33.21%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고려아연은 지난해 4분기에는 아연가격 회복에 힘입어 영업이익 1972억원으로 전년 대비 92.2% 증가하면서 회복세로 돌아섰다. 


현재 소액주주들의 표심은 고려아연이 주주환원율을 73.6%로 유지하자 내실 경영을 믿고 장기투자 중인 최 회장 측 주주들, 배당금을 더 요구하는 장 고문측 주주들로 현재 반반 나뉜 상황이다. 

한 소액주주는 “지난해 실적부진으로 최 회장 측을 지지하는 소액주주 사이에서도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동훈
이동훈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최신기사

1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1.0% 전망…0.3%p 올려"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현대경제연구원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0%로 상향 조정하고, 내년 성장률을 1.9%로 제시했다. 연구원은 14일 발표한 ‘2026년 한국 경제, 어둡고 긴 터널 그 끝이 보이는가?’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의 0.7%에서 1.0%로 0.3%포인트 높였다. 이는 하반기 들어 정부의

2

한국 1인당 GDP, 22년 만에 대만에 추월당한다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2년 만에 대만에 역전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대만이 내년부터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대만의 빠른 성장과 한국의 부진이 겹치면서 그 시점이 앞당겨진 것이다. 14일 정부와 대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7430달러로, 대만

3

생애 최초 주택 매수 비중, 사상 최대 기록…1∼8월 전체 거래 43.2%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올해 들어 전국에서 매매된 아파트 등 집합건물 가운데 생애 최초 매수자의 비중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 정책자금 대출 혜택을 활용할 수 있는 생애 최초 구입자가 매수세를 주도한 결과다. 14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1∼8월 전국 집

HEADLINE

더보기

트렌드경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