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간다"는 아이…알고 보니 도박사이트, 512명 자진신고의 기적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6-05-17 16: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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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부터 석 달, 도박 청소년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 열린다
자진신고, 청소년 도박의 로그아웃

"친구가 옆에서 하길래 호기심에 놀이터에 가입해서 첫충하고 돌렸는데, 계속 돈을 잃었어요. 결국 매충으로 하다가 돈을 잃고, 지금은 꽁머니랑 이벤트로 하고 있어요. 가족방에서는 오늘도 놀이터 가자고 해요."

 

마치 외계어처럼 들리는 이 말은 도박에 빠진 한 청소년이 학교전담경찰관(SPO)에게 털어놓은 실제 고백이다.

▲ 서울경찰청 청소년보호과 경감 김형배


풀어쓰면 이렇다. 호기심으로 도박사이트에 가입한 뒤, 처음 충전한 돈을 잃고도 계속 돈을 넣으며 도박을 이어갔다. 이제는 무료 포인트나 명절 용돈까지 쏟아붓고 있고, 단체 대화방에서는 또래들이 끊임없이 도박을 권한다.


한때 도박은 어른들의 은밀한 세계였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면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놀이'가 되어 청소년들의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 도박은 도박에서 끝나지 않는다


청소년 도박이 더 위험한 이유는 2차 범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필자가 직접 본 사건 중에는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금은방에서 1,500만 원 상당의 순금 팔찌를 훔친 학생도 있었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사채를 경험한 청소년이 12.7%에 달했고, 사기·절도 등 범죄를 직접 저지르거나 목격했다는 응답도 각각 36.2%, 22.2%로 나타났다.


◆ 512명의 자진신고, 재도박은 단 8명


이에 경찰청은 지난해 8개 시·도경찰청을 대상으로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했다. 총 512명의 학생이 발굴됐고, 처벌보다 치유와 선도에 중점을 둔 결과 재도박 사례는 8명에 그쳤다.


자진신고가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아이들을 상담과 치료의 안전망으로 이끄는 첫걸음임을 보여주는 숫자다.


◆ 5월 18일부터 8월 31일, 문이 열린다


경찰청과 관계기관은 전국적으로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기간(5.18~8.31)' 을 운영한다. 만 19세 미만 청소년이나 보호자가 자발적으로 신고하면 도박예방치유센터·청소년복지센터의 상담·치유 프로그램은 물론,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대한법률구조공단의 원스톱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


자진신고 이후의 불이익을 걱정한다면 분명히 말하고 싶다. 이 제도의 목적은 처벌과 낙인이 아니라 치유와 회복이다. 자진신고라는 점을 고려해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는 만큼, 학생과 학부모의 용기 있는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청소년 도박은 결코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분별한 온라인 환경과 유해 콘텐츠를 방치한 어른들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학교와 지역사회는 청소년들에게 도박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는 동시에,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야 한다.


도박 경험이 있는 학생들에게 이번 자진신고 기간이 평범하고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지 않을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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