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어두운 밤하늘이 미사일과 드론으로 뒤덮일 때, 뉴욕 증시의 전광판은 묘한 긴장감 속에 엇갈린 숫자를 내뱉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면서 실물 경제는 ‘오일 쇼크’와 함께 ‘공급망 마비’라는 공포에 직면한다. 하지만 월가의 특정 섹터들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이른바 ‘전쟁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는 지정학적 비극이 수익률로 치환되는 시장의 잔혹한 디커플링, 즉 따로 노는 탈동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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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생산=AI(나노바나나) |
영국 국제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 FT)’는 지난 12일 “지정학적 불안이 고착화되면서 전 세계 국방 예산이 통제 불능의 증액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뉴욕 증시에서 록히드마틴과 노스롭그루먼 등 주요 방산주들은 최근 1년 사이 평균 25~30%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수익률(S&P 500)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나스닥이 고금리 압박에 신음하면서 변동성을 키울 때도 이 기업들은 시장이 안보를 가장 확실한 수익담보물로 보는 ‘안보 밸류에이션’이라는 새로운 평가 잣대를 적용받으며 독주 중이다.
에너지 시장의 숫자는 더욱 노골적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는 지난 14일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의 ‘라스트 마일(Last Mile)’을 방해하는 최대 걸림돌이 되었지만, 에너지 공룡들에게는 유례없는 이익 가시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엑슨모빌과 같은 슈퍼 메이저 기업들은 최근 분기마다 수백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주가가 역대 최고가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가계 경제를 위협하는 고유가가, 자본시장에서는 배당 확대를 약속하는 축포가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쟁 섹터’의 호황이 실물 경제의 고통을 자양분 삼아 자라난다는 점이다. 미국 금융 시장 내의 섹터별 양극화는 실물 경기 침체와 금융 자산의 호황이 따로 노는 괴리를 심화 시킨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이중고 속에서 서민들의 가처분 소득은 줄어드는데, 방산과 에너지에 베팅한 자본은 사상 최대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풍경은 언론인을 떠나 하나의 인간으로서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잔혹한 흐름은 태평양을 건너 우리나라 시장에도 상륙했다.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안보 수요 급증은 이른바 ‘K-방산’에 유례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폴란드발 대규모 수주에 이어 중동의 긴장감은 국내 방산 기업들의 수주 잔고를 100조 원 시대로 밀어 올렸다. 수출 전선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지구 반대편의 포성과 맞바꾼 결과라는 점은 인정해야 되는 사실이다.
결국 지금의 시장이 보내는 신호는 명확하다. 인류의 비극이 멈추지 않는 한, 자본은 가장 잔인한 곳에서 가장 달콤한 열매를 찾을 것이라는 것이다. 숫자로 가득 찬 전광판 뒤편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경제적 정의’는 무엇인가? 비극을 수익률로 계산기에 두드리는 시대,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지속 가능성에 대해 다시금 무거운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메가경제 경제금융부 박성태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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