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중기→대기업 이직 5~6% 불과"…청년 직접 지원·일자리 질 개선 필요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청년들의 첫 취업 시점을 늦추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소기업에 먼저 입사한 뒤 대기업으로 옮기는 사다리가 좁아진 상황에서 청년들이 생애 소득 격차를 의식해 노동시장 진입 자체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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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업 중소기업간 월평균 임금 추세[그래프=산업연구원] |
취업난을 넘어 기업 규모에 따라 임금과 경력 전망이 갈리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청년 고용의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은 28일 발표한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청년 취업-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양쪽의 임금 격차가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소기업 상용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351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716만원이었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 그친 셈이다.
비율만 놓고 보면 격차가 일부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 비율은 2015년 0.43배에서 2024년 0.49배로 상승했다.
하지만 실제 체감 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명목 임금 차이는 2015년 298만원에서 2024년 365만원으로 확대됐다. 중소기업 임금도 올랐지만 대기업 임금 상승 폭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절대 격차는 더 벌어진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이러한 임금 격차가 청년들의 취업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최근 반도체 등 일부 관련 대기업에서 성과급 규모가 크게 부각하는 상황도 청년들에게 대기업의 중요성을 더 크게 인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첫 직장의 선택이 향후 생애 소득 차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임금 격차가 근속 연수가 쌓일수록 더 빠르게 벌어진다고 분석했다. 대기업에 입사한 근로자가 중소기업 입사자보다 장기적으로 10억원 이상의 생애 소득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망설이는 배경에는 ‘일단 중소기업에 들어간 뒤 나중에 대기업으로 옮기면 된다’는 경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현실도 있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이직 비중은 대기업 근로자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지만, 대부분은 다른 중소기업으로 이동하는 데 그쳤다. 노동시장 이동이 가장 활발한 20대에서도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옮기는 비중은 5~6% 수준에 불과했다.
결국 청년 입장에서는 첫 직장 선택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 입사에 실패해 중소기업으로 들어가면 이후 임금과 경력 격차를 만회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취업 준비 기간을 늘리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2024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졸업 시점을 약 1개월, 노동시장 진입 시점을 약 3.6개월 늦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민순홍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년들이 취업 준비 기간을 늘리는 것은 단순히 노동시장 진입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일자리에 들어가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청년 고용 정책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근로조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기업에 지원금을 주는 방식보다 청년에게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 초기 입직을 유도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봤다.
민 부연구위원은 “청년일자리 도약장려금과 같은 기업 지원 중심 프로그램은 청년의 실질 임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보조금을 청년에게 직접 지급하면 중소기업 입직 유인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청년 지원 정책의 지속성도 과제로 지적됐다. 비슷한 성격의 청년 지원 사업이 이름만 바뀐 채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 정책 신뢰와 체감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청년층이 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 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청년 취업 지연 문제를 개인의 눈높이나 취업 의지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임금 격차, 제한적인 이직 사다리, 생애 소득 차이가 맞물리면서 청년들은 첫 직장을 더 신중하게 고를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청년에게 직접 돌아가는 지원을 강화하지 않는 한, 청년 고용 시장의 지연 현상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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