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이 바다를 만든다' 작은 변화 이끈 나비효과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물은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한다.” 작은 시냇물이 모여 강을 이루고, 마침내 광활한 바다를 만들 듯이, 정재훈 KCC 대표는 겸손한 자세로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최고경영자(CEO)로 회사 안팎에서 평가를 받는다.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포용하며, 업계 전체를 풍요로운 생태계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KCC의 눈부신 성과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KCC는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4711억원으로 전년 대비 50.7% 급증했다. 매출액은 6조 6587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늘었고 배당 재원이 되는 당기순이익은 2932억 원으로 무려 217% 증가했다.
이는 정몽진 회장이 그룹의 미래를 걸고 추진하는 ‘트렌드 펄스(Trend Pulse)’와 실리콘 사업 진출 전략이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었다는 방증이란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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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훈 KCC 대표. [사진=KCC] |
◆ 시냇물이 바다를 만든다, 정상영 창업주로부터 이어져 온 ‘함께 하는 혁신’
트렌드펄스는 단순한 색상 트렌드 예측을 넘어, 사회 변화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종합적인 디자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명품 패션 그룹에 비유할 수 있다. 루이비통, 샤넬 등 명품 패션 그룹들의 고유한 브랜드 철학과 디자인 언어 그리고 예리한 현실 감각을 바탕으로 다음 해를 선도하는 트렌드를 제시하는 것처럼, KCC 트렌드펄스 역시 심층적인 분석과 예측, 고객의 니즈를 통한 트렌드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와 고객사가 원하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KCC는 2019년 미국의 실리콘 업체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실리콘 사업을 본격화했다. 정몽진 회장은 전기차, 5G, IT 등 고성장 산업과 함께하는 플랫폼 기업을 꿈꿨지만, “페인트 업자가 4차산업을?”“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 등 비판적인 여론이 많았다. 그러나 정몽진 회장의 신념을 꺾을 수 없었다.
정몽진 회장은 “사람은 오래 지켜봐야 진면목을 안다”는 철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확신이 설 때까지 신중하게 판단하는 타입이다.
정몽진 회장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래를 보는 통찰력과 많은 목소리를 포용할 수 있는 리더십, 그리고 업계의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되는 인물이어서는 안된다.
당장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인재들을 끊임없이 갈아 넣는 성과제일주의로 인사시스템을 바꾸거나 모양만 그럴싸하게 위장한 가상화폐 혹은 사채업, 부동산을 하면 된다.
혁신이 필요하지만, 오다 노부나가와 일론 머스크처럼 그 독선에 의해 조직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닌 도쿠가와 이에야스, 매튜 볼턴처럼 건실한 자세로 작은 혁신을 꾸준히 추구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인물이어야 했다.
마치 냄비 속 개구리처럼, 서서히 온도를 높여가는 방식의 혁신이어야 했다. 급진적인 혁명가는 뛰어난 듯 보이지만, 항상 전쟁을 부른다. 정몽진 회장은 시냇물은 흘러가며 작은 물들을 뭉쳐 강을 이루고 결국 광활한 대해가 되듯이 작은 혁신들이 조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녹슨 기계 한 대와 애사심 강한 직원들을 바탕으로 대기업을 일군 고 정상영 창업주의 뚝심처럼 장남인 정몽진 회장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인물을 원했다.
이런 차에 정몽진 회장이 선택한 인물이 바로 정재훈 대표이다. 1966년생인 정재훈 대표는 1989년 서울대학교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KCC의 전신인 고려화학㈜에 입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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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CC를 혁신 집단으로 변모시킨 작은 물결 '트레드펄스'. 올해 테마는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는 '자유로운 변주'이다. |
◆ 정몽진 회장의 믿음, 정재훈 대표 통해 결실 맺다
과연 정재훈 대표는 “참으로 곧은 길은 굽어 보이는 법이다”라는 사마천의 말처럼 인성과 기다림, 그리고 작은 변화의 조짐을 민감하게 포착하는 안목을 갖췄다.
정재훈 대표는 ‘트렌드 펄스’를 통해 직급에 상관없이 모든 구성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도록 장려했다. 이는 KCC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 조직으로 탈바꿈시켰고, 다양한 의견의 충돌과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마치 헤겔의 변증법처럼, 서로 다른 관점이 만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이끈 것이다.
KCC는 건자재와 도료 전문기업 그리고 첨단 실리콘 기반 B2B 플랫폼 기업이란 혁신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동시에 구축해야 했다.
이를 위해 KCC 건자재와 페인트 사업 분야에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예술과 인테리어를 연계하고, 친근하고 지속 가능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수성 페인트 ‘숲으로’를 활용해 아트월을 운영하고,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의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등의 대대적인 행사를 개최했다. 페인트에 색채, 공간 예술을 더한 것이다.
KCC는 건자재 및 도료 전문 기업에서 첨단 실리콘 소재 기업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루어냈다. 이는 정몽진 회장의 과감한 결단과 흔들림 없는 지지, 정재훈 대표의 고요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실 실리콘 시장은 2024년까지 불황의 연속이었다. 정재훈 대표는 애사심 높은 영업마케팅 및 기술조직과 함께 고부가 실리콘 제품 생산 기술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이를 통해 전기차, 5G, IT 등 첨단 산업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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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CC페인트, 아트를 입다' ESG경영이 시너지를 창출하는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
◆ 모범적인 ESG 경영으로 조직통합… 지속 가능한 미래 가치 창출
KCC는 친환경 건축자재 개발 및 생산, 에너지 효율 개선, 온실가스 감축 등 다양한 환경 보호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페인트 및 단열재 개발에 힘쓰며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외계층 주거환경 개선, 교육 지원, 문화예술 후원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냇물은 결국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이는 리더가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조직을 이끌고, 구성원들에게 목표를 제시하는 것의 중요성을 상징한다. 정재훈 대표처럼 강압적인 통제나 화려한 카리스마가 아닌,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리더십은 조직과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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