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7명 중 6명에서 5분의 3으로 완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통과시켰다.
지난 7월 15일 공수처법이 시행된 지 148일 만이다.
전날(9일) 공수처법을 상정한 직후 국민의힘이 신청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가 정기국회가 끝나는 밤 12시까지 진행됐고, 임시국회 첫날인 이날 표결이 이뤄져 결국 국회 문턱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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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당의 비토(거부)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기립해 항의하고 있는 가운데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날 오후 9시 정각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시작했으나 ‘3시간짜리’ 시한부였다. 정기국회 회기가 이날 자정에 끝나면서 필리버스터가 자동 종료됐기 때문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같은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한 차례밖에 할 수 없다.
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체로 자리에서 일어서서 "문재인 독재자",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고 외치는 등 고성으로 항의했다.
공수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추천위원 7명 중 야당 추천 몫이 2명이어서 야당이 반대해도 공수처장 추천이 가능해진다.
앞서 여야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4차례 열어 후보를 도출하고자 했으나 야당의 '비토권'으로 끝내 불발됐었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은 비토권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절차를 강행하며 대립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개정법은 제안이유에서, 공수처가 신속하게 출범할 수 있도록 공수처장 후보추천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공수처가 수사인력을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수사처 검사의 임용요건을 정비하며, 현행 법제도와의 정합성(논리적 모순이 없는 것) 등을 고려해 공수처장의 재정신청에 관한 특례 규정을 삭제한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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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구성 절차. [그래픽= 연합뉴스] |
개정법에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절차 지연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야당이 위원 선정부터 보이콧해 추천위 구성 자체가 안되는 상황을 미리 막겠다는 것이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구성시 국회의장이 추천기한을 10일 이내로 정해 각 교섭단체에 추천위원의 추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추천기한 이내에 추천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사단법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추천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개정법은 공수처 검사의 요건도 완화했다.
수사처 검사의 변호사 자격보유 요건을 10년 이상에서 7년 이상으로 완화하고, 재판이나 수사 또는 조사업무 실무경력 요건은 삭제하는 내용이다.
기존 규정은 ‘변호사 자격을 10년 이상 보유한 자로서 재판·수사·조사 업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 대상이었으나, 개정법은 변호사 자격 보유기간을 7년으로 낮추고 재판·수사·조사 실무 경력 부분은 아예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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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의원들이 10일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본회의에 입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위선정권 막장정치 민주당에 경고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개정법에서는 또한 공수처장의 재정신청(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그 불기소처분의 당부(옳고 그름)를 가려 달라고 직접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에 관한 특례 규정도 삭제했다.
이는 공수처장에게 재정신청권을 주는 특례조항이 '독소조항'이라는 야당의 주장을 수용한 결과다.
기존 규정에는 고위공직자범죄 등에 관한 수사 서류와 증거물을 지방검찰청 소속 검사에게 송부한 뒤 그 검사로부터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공수처장은 그 검사 소속의 지방검찰청 소재지를 관할하는 고등법원에 그 당부에 관한 재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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