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없는 삼성, 이후…] (상) '리더십 부재' 위기 삼성, 3년 전과 다르다

최낙형 / 기사승인 : 2021-01-19 18: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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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심점 공백…2017년 당시보다 더 심각
대규모 신사업 투자·M&A 결정 불투명
'포스트 코로나' 등 글로벌 경영 환경 엄혹
글로벌 경쟁 대응력 저하·뉴 삼성 도전 발목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은 3년여 만에 리더십 공백을 맞게 됐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미국 바이든 신정부 출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패권전쟁, 여전한 미중 무역분쟁 등 삼성을 둘러싼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중장기적 전략을 수립하고 미래 투자를 결정할 총수의 부재는 삼성의 미래에 치명타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나아가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이재용 없는 삼성의 위기’는 한국경제 전체에 먹구름을 끼게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삼성의 위기를 3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메가경제=최낙형 기자] 삼성이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결국 현실이 됐다. 지난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되면서 이 부회장과 삼성의 경영 시계가 3년여 만에 다시 멈춰서게 된 것.

‘총수 부재’를 피하지 못한 삼성에는 또 위기가 닥쳤다. 삼성가를 감싸는 긴장감과 위기감은 2017년 당시보다 엄중해 보인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내심 집행유예를 기대했는데 실형 선고에 침통함과 허탈함을 감출 수 없다”며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고군분투 했는데 자칫 리더십 공백이 삼성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침통한 분위기를 전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수감에 위기에 빠진 삼성. [사진=연합뉴스]

 

이 부회장의 구속에 따른 삼성전자의 리더십 부재 위기는 3년 전의 상황과 다르다.

삼성 내부적으론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이 있었던 당시보다 구심점에 공백이 커졌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시장환경 변화와 미국 바이든 신정부 출범, 미중 미역분쟁 등 글로벌 경영환경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이에 무엇보다 리더십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돼 1년간 수감생활을 하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3년여 만에 다시 구속됐다.

삼성은 2017년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구속될 당시엔 '총수 부재'의 시련을 견뎌낼 수 있는 플랜B를 마련할 시간이 있었다. 약 4년간 지루하게 이어지는 법정 공방을 통해 그룹 전반의 미래전략계획을 수립할 물리적인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은 2017년 이 부회장 구속이 결정되자 즉각 이사회 중심의 경영환경 수립 등 플랜B를 가동하며 최악의 위기를 피했다.

한 번 경험했던 플랜B를 통해 '현상유지'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당시와 2021년은 상황이 좀 다르다.

과거 삼성의 경영 구조는 총수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 계열사 중심 전문경영이라는 세 축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미래전략실은 해체됐다.

그룹 콘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 사라진 상태에서 삼성전자 이사회와 이 부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정현호 사장이 이끄는 사업지원TF, 사장단 협의체가 각 계열사를 유기적으로 조율하는 전략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 마저도 불확실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포스트 코로나'와 미중 무역분쟁의 줄타기 속에서 발빠른 대처가 절실한 상황에서 총수 중심의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되며 삼성이 택할 선택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1년간 복역 후 출소한 2018년부터야 비로소 미래 성장 동력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업종에서 중국 등 신흥 시장 추격으로 위기에 빠져있던 상황에서 '4대 미래성장 사업'을 제시하며 새로운 먹거리를 제시했다.

삼성을 둘러싼 글로벌 경영 환경 자체도 2017년보다 더 엄혹하게 돌아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해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고 각 국의 '경제 민족주의'도 강화될 조짐이다.

새해부터 한일관계도 최악으로 치닫는 등 올해 경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자인 대만 TSMC도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보일 조짐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대내외적 상황 속에서 당장 이 부회장 구속에 따른 삼성의 대외 브랜드 가치 하락이 우려스럽다.

특히 '뉴삼성'을 선언하고 핵심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신사업 확대 등을 제시한 새해 경영전략은 이 부회장의 공백으로 당장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반도체 비전 2030'으로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달성을 선언한 바 있다.

 

우선 총수 부재로 대규모 신사업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서 과감한 결단이 어렵게 됐다.

실제 삼성의 대규모 M&A는 사법 리스크가 터지기 직전인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 업체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법리스크 영향 등으로 삼성의 대형 투자와 M&A는 주춤했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규모가 작은 투자나 인수는 사업부장 차원에서도 추진할 수 있지만 초대형 투자와 인수합병은 이 부회장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이 부회장 거취와는 관련 없이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라며 “이 부회장과 삼성을 동일 시 해선 안된다”는 주장을 내놓지만 기업의 경영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중론이다.

총수 리더십의 부재는 좋지 않은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한 투자 결정 등은 '오너십'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옥중 경영은 상당한 제약이 있기 때문에 삼성은 계열사 별 전문경영인 체제를 중심으로 최대한 현상을 유지하는 관리형 경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현 상황에서 기업의 중장기 미래를 이끌 혁신과 투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도 지난해 10월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그룹의 총수가 된 이 부회장이 다시 수감되자 회사 내부에서는 중요한 시기에 굵직한 의사결정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12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고(故) 이건희 회장 재산 상속세 재원 마련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부친 별세 이후 상속제 재원 조달을 위해 구체적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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