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루마니아 원전 현장서 한전기술 직원 사망…'재발방지 TF' 꾸린 회사 진상규명 시험대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7-03 11: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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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옥상서 심정지 상태 발견…회사 "장례 지원 완료, 중대재해법 적용 추측은 사실 아냐"
내부선 업무부담·CTRF 사업관리 문제 제기…해외 원전 수출 현장관리 체계 도마 위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주관한 루마니아 원전 사업에서 설비개선 사업으로 현장에 파견됐던 한국전력기술 소속 팀장급 직원이 최근 현지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결국 숨졌다. 이에 회사 측은 현재 유가족 장례 절차 지원을 마치고 추가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기술은 현재 이번 사안과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유가족 보상안과 재발방지 대책안을 강구중이다. 

 

▲[사진=챗GPT4]

 

회사 측이 고용노동부에 보고한 중대재해 발생 내용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6월 22일 루마니아 콘스탄자에 위치한 직원 숙소에서 발생했으며, 팀장급 직원 1명은 숙소 옥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한국전력기술은 사고 다음 날인 23일 고용노동부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으며 사망 사실을 인지한 즉시 비상대응에 착수해 대책반을 현지에 파견했다고 밝혔다.

 

해당 직원은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설비개선사업(Cernavoda Tritium Removal Facility·CTRF)에 파견돼 근무했다.

 

다만 내부에서는 ▲정확한 사망 원인과 업무 연관성 ▲해외 파견 현장의 근무 환경 등을 둘러싼 좀 의문이 돌고 있다. 과도한 업무 부담이 있었는지 아니면 개인적 의료사고인지 등의 확실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전력기술 관계자는 ““일각에서 이번 사안이 자칫 중대재해처벌법에 적용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측은 최근 유가족에 대한 장례 절차 지원을 마친 상태이며, 추가적인 보상과 재발 방지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계획 단계에 들어가 구체적인 실행안을 도출하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루마니아 원전 직원 사망으로 '업무부담·사업관리' 진상규명 목소리

 

일부 직원들은 과도한 업무 부담과 발주처 관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단순히 개인의 비극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해당 직원이 몸담았던 루마니아 CTRF 사업이 수년 전부터 원전업계 내부에서 대표적인 난이도가 있는 사업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한국 원전 수출사업의 구조적 문제와 해외 프로젝트 관리 체계 전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 “악성 사업”으로 불린 루마니아 CTRF

 

CTRF 사업은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의 삼중수소 제거 설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한국형 신규 원전을 수출하는 사업과 달리 기존 원전에 새로운 설비를 접목하는 고난도 엔지니어링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사업 초기부터 설계와 공정 관리 전반에서 혼선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사업에 참여했던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설계 문서에는 사업과 직접 관련성이 적은 내용이 포함되거나 설계 기준과 실제 계통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발견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외에도 설계 문서 간 선후 관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일정 수립으로 사업 진행 과정에서 대규모 수정 작업이 반복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원전 엔지니어링은 하나의 문서가 아닌 수백 개 문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초기 설계 방향과 기술 철학(Design Philosophy)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을 경우 후속 설계와 기자재 구매, 시운전 단계에서 연쇄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CTRF 사업이 시작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주요 설계 승인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 “RCS 숫자 줄이기”에 매몰됐다는 내부 비판

 

사업 수행 과정에서 발주처와 설계사 간 기술 질의응답(RCS·Review Comment Sheet)이 반복되면서 현장 피로도가 극도로 높아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직원들은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보다 승인 건수를 줄이고 일정 지연을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주장한다.

 

설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개별 질의에 대응하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1차 검토가 2차, 3차 질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원전사업 한 관계자는 “복잡한 엔지니어링 사업일수록 기술적 방향성을 먼저 정립해야 하는데 일정 압박이 커질수록 단기 대응에 집중하는 경향이 생긴다”며 “결국 현장 실무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한수원·한전기술, 책임과 권한은 일치했나

 

이번 논란은 국내 원전 수출 체계의 구조적 문제로도 연결된다.

 

현재 해외 원전 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사업을 총괄하고 한국전력기술이 설계를 담당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문제는 사업 성패에 대한 책임은 발주·주관 기관에 집중되는 반면 실제 설계 변경과 기술 검토, 일정 대응은 수행기관이 맡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루마니아와 체코처럼 현지 규제에 맞춘 설계 변경이 필요한 사업은 한국형 원전을 그대로 수출하는 프로젝트보다 훨씬 복잡하다.

 

원전업계에는 이러한 사업일수록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일치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설계 변경이 많은 사업은 사실상 엔지니어링 역량이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며 “사업 관리 체계와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할수록 현장 실무자에게 부담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건이 특정 사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전기술 내부에서는 오래전부터 인력 양성 체계와 조직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설계 전문인력 육성보다 행정적 업무 대응이 우선시되고, 부서 간 협업보다 책임 회피 문화가 만연해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실제로 엔지니어링 기업의 경쟁력은 설비가 아닌 사람에게서 나온다. 숙련된 설계 인력 한 명이 수십억 원 규모의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반면 인재 육성에 실패할 경우 프로젝트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번 CTRF 논란은 결국 한전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원전 수출산업 전체가 안고 있는 과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업계는 평가한다.

 

◆ 남은 과제는 진상규명과 구조개혁

 

현재 원전업계 안팎에서는 무엇보다 철저한 진상조사가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사망 원인과 업무 연관성, 해외 파견 인력 지원 체계, 사업 수행 과정에서의 관리 문제 등이 객관적으로 규명돼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한국 원전 수출이 체코 신규 원전 수주 등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만큼 현장 인력 보호 체계 역시 글로벌 수준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분명한 사실 하나를 남겼다. 세계 시장에서 원전을 수출하는 국가의 경쟁력은 기술과 가격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라며 “그 기술을 실제로 설계하고 현장에서 구현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보호하고 지원하느냐가 결국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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