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일부 상품 우량차주 비중 상승…900점 초과 최대 15.34%P↑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되는 가운데 신용점수 900점 이상 고신용자의 제2금융권 이용이 늘고 있다. 제2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은 둔화했지만 저축은행·카드사 등에서 고신용자의 대출 실행이 증가하고 일부 저축은행 상품에서도 우량차주 비중이 높아졌다. 제2금융권 역시 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신용자 유입이 지속될 경우 기존 주요 고객층인 중·저신용자에게 돌아갈 대출 공급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위원회와 대출 비교·중개 플랫폼 핀다, 저축은행중앙회 등에 따르면 핀다 이용자 가운데 신용점수 900점 이상 차주가 저축은행·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실행한 건수는 올해 2분기 831건으로 1분기 693건보다 19.9% 증가했다. 신용점수 1000점 차주가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사례도 52건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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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이미지 제작 |
◊ 은행권 대출 문턱 높아지자 우량차주 이동 조짐
고신용자의 제2금융권 이용 증가는 은행권이 가계대출 총량과 신용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시기와 맞물린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를 위해 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은행들도 신용대출 한도와 취급 규모 조절에 나서고 있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신용자는 기본적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차주들인데 은행권 대출 한도가 다 차면 제2금융권으로 넘어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확보된 금융권 총량 통계만으로 제2금융권 대출 증감분에서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가 각각 얼마나 차지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오 연구위원은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났다고 해도 고신용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중·저신용자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현재 자료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은행에서 실제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의 신용점수도 높아지고 있다. 5대 시중은행 마이너스통장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지난 4월 958.8점에서 6월 962.6점으로 상승했다. 특정 신용점수 이하에서는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실제 대출 실행 차주의 평균 신용도가 높아진 흐름은 확인된다.
금융당국 통계에서도 은행권 신용대출 관리에 따른 변화가 나타난다. 지난 6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8조 3000억 원 늘어 5월 9조 3000억 원보다 증가폭이 1조 원 축소됐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같은 기간 4조 원에서 4조 5000억 원으로 확대된 반면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 증가액은 5조 3000억 원에서 3조 7000억 원으로 1조 6000억 원 줄었다. 금융위는 은행권의 신용대출 자율관리 조치 등이 기타대출 증가폭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고신용자의 이용 증가가 제2금융권 전체 대출 급증으로 이어진 것도 아니다. 6월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7000억 원으로 5월 2조 4000억 원보다 크게 줄었다. 저축은행은 5월 2000억 원 증가에서 6월 3000억 원 감소로, 여신전문금융회사는 6000억 원 증가에서 2000억 원 감소로 돌아섰다. 제2금융권 전체 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고신용자의 개별 대출 실행에서는 다른 흐름이 나타난 셈이다.
차주의 신용도와 개별 상품을 들여다봐도 우량차주 비중 확대 움직임이 나타난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전체 신용대출 상품 112개 가운데 61개에서 지난 6월 신용점수 801점 이상 차주의 비중이 전월보다 상승했다.
우리금융저축은행 ‘비타WON프리미엄’의 신용점수 900점 초과 차주 신규 취급 비중은 6월 공시분 50.73%에서 7월 공시분 66.07%로 15.34%포인트 상승했다. 고려저축은행 ‘희망대론’도 같은 기간 10.04%에서 22.50%로 12.46%포인트 높아졌다.
고신용자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기존 제2금융권의 주요 수요층인 중신용자가 실제로 밀려나고 있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핀다 자료에서 700~800점대 차주의 올해 1분기 대출 한도 조회는 약 114만 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85% 증가했고 실제 대출로 이어진 약정건수도 6.35% 늘었다.
700~800점대 차주의 대출 상품은 일반 신용대출이 33.3%로 가장 많았고 자동차담보대출 22.6%, 사잇돌대출 16.1%, 햇살론 13.9%, 주택담보대출 5.9% 순이었다. 중신용자의 자금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고신용자의 제2금융권 이용까지 늘면서 비은행 대출시장의 차주 구성에 변화가 나타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고신용자 유입 지속되면…중·저신용자 공급 여력은
관건은 제2금융권도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신용자 유입이 지속될 경우 기존 중·저신용자에게 돌아갈 대출 공급 여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중·저신용자 민간 신용대출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은행과 상호금융은 민간 신용대출에서 고신용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제2금융권에서는 캐피탈을 제외한 대부분 업권에서 중·저신용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캐피탈의 고신용자 비중도 30% 후반 수준으로 분석됐다.
신용도가 낮아질수록 제2금융권 의존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신용자의 대출은 상대적으로 소액이면서 긴급한 자금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성격이 강해 금리 수준뿐 아니라 제도권 신용에 접근할 수 있는지 자체가 중요하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 같은 시장 구조에서 고신용자 유입이 이어진다면 한정된 대출 공급 여력을 어떤 신용도의 차주에게 배분할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오 연구위원은 “총량 규제를 적용받는 상황에서 고신용자를 많이 받으면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공급 여력은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은행권에서 넘어온 고신용자를 계속 많이 받는다면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은행권에서 넘어오는 고신용자의 제2금융권 유입이 지속된다는 전제 아래 제기되는 가능성이다. 현재 통계에서는 고신용자 유입으로 중·저신용자의 승인율이나 대출 한도가 실제 감소했다는 인과관계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 건전성 개선 가능성 있지만…중·저신용자 공급 역할도 과제
제2금융권 입장에서 고신용자 유입은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낮은 차주의 비중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회사의 역할을 건전성 지표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 연구위원은 “자산건전성을 무조건 낮추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며 “금융회사가 감내할 수 있는 자산건전성 수준에서 최대한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공급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산건전성 자체만 가지고 좋다,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중·저신용자의 신용 접근성이 지나치게 낮아질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저신용자가 제도권 금융 이용에 제한을 받을 경우 비슷한 특성을 지닌 신규대출 발생 차주보다 연체에 진입할 확률이 4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공급 축소가 취약차주의 자금 사정을 악화시켜 오히려 연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에도 제2금융권의 대출 공급 여력이 줄면서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이 약화된 사례가 있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저축은행과 캐피탈은 2021년 8월 이후 기준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이 높아졌지만 법정최고금리 제약으로 대출금리에 비용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워지자 신규 신용대출 영업을 축소했다.
다만 당시와 현재는 대출 공급을 제약하는 요인이 다르다. 당시에는 조달비용 상승과 법정최고금리 문제가 핵심이었다면 현재는 강화된 가계대출 관리 아래 고신용자의 제2금융권 이용 증가가 새로운 변수다. 따라서 과거 사례를 최근 고신용자 유입에 따른 중·저신용자 구축효과의 직접적인 근거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금융당국도 제2금융권을 포함한 가계대출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금융위는 보험계약대출과 카드론 등 제2금융권 기타대출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은행뿐 아니라 보험·여신전문금융·상호금융 등 전 금융권에 연간 가계대출 관리 목표에 맞춰 영업전략과 월별·분기별 관리계획을 재점검하도록 주문했다.
현재 확인된 통계만으로 고신용자의 제2금융권 이용 증가를 은행권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라고 확정하거나, 중·저신용자의 대출 감소를 초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은행권 대출 한도가 제약될 경우 고신용자가 제2금융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고, 총량관리를 받는 제2금융권에서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면 중·저신용자에게 돌아갈 대출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향후 관건은 제2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감보다 신용점수 구간별 신규 취급액과 승인율, 평균 대출 한도가 어떻게 움직이느냐다. 고신용자의 제2금융권 이용 증가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지, 제한된 대출 공급 여력을 둘러싼 차주 구성 변화로 이어져 중·저신용자의 신용 접근성까지 영향을 미칠지가 가계대출 총량관리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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