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줄고 신용융자 33조 원대…레버리지 규제·美 FOMC 변수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9월 국내 증시가 모험자본 확대와 투자규제 강화, 미국 통화정책이라는 세 번의 시험대를 맞는다. 8월 들어 투자자예탁금은 100조 원 아래로 감소한 반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 원대로 늘면서 증시 주변자금의 흐름부터 엇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권업계가 향후 3년간 약 1조 원 규모의 벤처 세컨더리 투자를 추진하고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3분기 중 예정된 6000억 원 규모 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도 대기하고 있다. 반대편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미국 고용·물가 지표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어지면서 개인과 외국인의 돈이 어디로 움직이는지가 9월 증시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증권업계는 이날 벤처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향후 3년간 약 1조 원 규모의 세컨더리 투자를 추진하는 계획을 내놨다. 금융위원회가 3분기 중 출시를 예고한 6000억 원 규모 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도 시점을 감안하면 9월 자본시장의 주요 대기 일정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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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이미지 제작 |
◊ 예탁금 줄었는데 신용융자는 늘었다…엇갈린 증시 자금
여기에 코스닥 시장 활성화 관련 정책과 고위험 투자상품 규제 변화가 이어진다. 미국에서는 고용과 물가 지표를 거쳐 오는 15~16일 FOMC가 열린다. 국내에서 정책과 규제로 자금 이동의 경로가 바뀌는 가운데 미국 통화정책이 외국인 수급을 움직일 수 있는 구조다.
9월 증시가 출발하기 전부터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에서는 엇갈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에 따르면 8월 말 투자자예탁금은 100조 원 아래로 내려온 반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 원대로 증가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 놓거나 주식을 판 뒤 남아 있는 돈으로 증시 주변 대기자금을 가늠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다.
두 지표의 엇갈림을 단순히 증시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다만 증시 주변 대기자금은 감소하는 가운데 차입을 활용한 투자는 늘고 있다는 점에서 9월 규제 변화 이후 개인자금이 어떤 투자처를 선택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장 거래 활력도 이전보다 둔화했다. 8월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25조7568억 원으로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일평균 거래량도 3억2179만주 수준으로 줄었다. 일평균 상장주식 회전율은 6월 0.82%에서 7월 0.72%, 8월 0.54%로 낮아졌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흐름도 달랐다. 8월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상승세를 보인 데 비해 코스닥은 더 강한 흐름을 나타내면서 대형주와 성장·중소형주 시장의 차별화 여부도 9월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다만 투자자예탁금 감소를 해외주식 투자 증가와 곧바로 연결하거나 신용융자 증가를 특정 테마·종목에 대한 과열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자금의 행선지를 판단하려면 투자자별 순매수와 종목별 신용잔고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 1조 원 세컨더리 투자 시동…한꺼번에 풀리는 돈은 아니다
첫 번째 시험대는 모험자본 공급과 회수시장의 연결이다. 금융투자협회는 31일 증권업계가 향후 3년간 약 1조 원 규모의 벤처 세컨더리 투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초대형 투자은행(IB) 7곳이 약 6185억 원을 개별 투자하고 2025년 영업이익 상위 15개 증권사와 금융투자협회가 3000억원 규모의 공동펀드를 별도로 조성하는 방식이다.
1조원은 9월에 한꺼번에 증시에 투입되는 자금이 아니다. 향후 3년에 걸쳐 벤처 회수시장에 투자하기로 한 계획 규모다. 공동펀드 역시 운용기관 선정과 출자약정 등을 거쳐 실제 투자에 들어가게 된다.
이번 계획의 핵심도 벤처기업에 처음 돈을 넣는 신규 투자와는 다르다. 세컨더리 투자는 기존 주주나 벤처캐피털(VC) 등이 보유한 비상장기업 주식이나 벤처펀드 지분 등을 다른 투자자가 사들이는 방식이다.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까지 기다리지 않고 기존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회수한 자금을 새로운 기업에 다시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9월 이후 확인해야 할 것은 1조 원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실제 집행 속도와 회수된 돈의 재투자 여부다. 증권사별 투자가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는지, 3000억 원 공동펀드가 언제 투자에 들어가는지, 세컨더리 시장에서 회수된 자금이 다시 신규 벤처기업으로 유입되는지를 봐야 한다.
여기에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맞물리면 벤처기업에 들어간 돈이 성장과 회수를 거쳐 새로운 기업으로 재투자되는 ‘투자→성장→회수→재투자’ 구조가 실제 작동하는지도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 6000억 원 성장펀드 대기…1차 완판 열기 이어질까
개인투자자의 돈을 성장기업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진다. 금융위원회는 3분기 중 6000억 원 규모의 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1차와 마찬가지로 국민 모집금액의 20%인 재정 1200억 원이 후순위로 출자될 예정이다.
앞서 1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지난 5월 22일 출시된 뒤 같은 달 29일 모집금액 6000억 원을 모두 채웠다. 가입자는 3만258명으로 은행을 통해 1만5207명, 증권사를 통해 1만5051명이 참여했다. 1인당 평균 가입액은 약 1983만 원이었다.
2차 펀드에서는 1차에서 확인된 개인투자자의 수요가 다시 나타나는지가 관심사다.
증권업계의 세컨더리 투자와 국민참여성장펀드는 모두 모험자본 확대라는 큰 방향에서는 연결되지만 돈의 역할은 다르다. 증권사 자금이 기존 벤처투자의 회수시장을 넓힌다면 국민참여성장펀드는 개인의 자금을 성장기업 투자로 연결한다.
결국 증권사 자금은 회수시장으로, 개인 자금은 성장기업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실제 만들어지는지가 9월 전후 정책 효과를 가늠할 첫 번째 기준이 될 전망이다.
◊ 레버리지 규제 강화…빠져나온 개인 돈 어디로
두 번째 시험대는 고위험 상품에 대한 규제 강화 이후 개인자금의 이동이다. 올해 국내 증시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개별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등장하면서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후 투자자 보호장치는 단계적으로 강화됐다. 신규 투자자에게 교육과 모의거래 의무 등이 적용되면서 이전보다 투자 문턱이 높아졌다.
관건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거래대금이 얼마나 감소하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해당 상품에서 빠져나온 개인의 위험투자 자금이 어디로 이동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8월 말 투자자예탁금이 100조 원 아래로 내려간 상황에서도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33조 원대로 증가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고위험 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는 것과 개인투자자의 위험선호 자체가 낮아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에서 이탈한 자금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기초자산 현물이나 신용거래, 지수·업종 레버리지 상품으로 이동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코스닥이나 성장기업 관련 투자상품으로 이동한다면 고위험 단기투자의 문턱을 높이는 규제와 모험자본으로 자금을 유도하려는 정책이 맞물리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9월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대금뿐 아니라 신용거래융자 잔고와 코스닥 개인 순매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초자산의 신용거래, 지수·업종 레버리지 상품의 자금 유출입을 함께 비교해야 개인의 실제 자금 이동을 확인할 수 있다.
◊ 美 고용·물가 거쳐 FOMC…외국인 돈 움직이나
세 번째 시험대는 미국 통화정책과 이에 따른 외국인 자금 흐름이다. 9월에는 미국 고용과 물가 관련 지표가 차례로 발표된 뒤 15~16일 FOMC가 열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정책금리 결정과 함께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담은 경제전망요약(SEP)도 공개된다.
고용과 물가 결과에 따라 연준의 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 기대가 달라지면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가 움직이고 원·달러 환율과 국내 증시 외국인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 정책과 미국 통화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에서 모험자본 공급을 늘리고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더라도 미국 금리 부담이 커지면 성장주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금리 부담이 낮아지는 방향으로 시장 기대가 움직인다면 성장주와 코스닥 투자 여건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책에 따른 자금 이동과 미국 금리 변화에 민감한 외국인 수급이 어떻게 맞물리는지가 9월 코스피·코스닥 흐름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 9월 증시, 지수보다 ‘돈 어디로 가나’ 봐야
결국 9월 국내 증시는 모험자본으로 돈을 끌어들이고 회수 통로를 넓히는 정책과 고위험 투자의 문턱을 높이는 규제, 글로벌 자금 흐름을 좌우하는 미국 통화정책이 동시에 맞물리게 된다.
출발점부터 자금 흐름은 엇갈리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100조 원 아래로 감소한 반면 신용거래융자는 33조 원대로 증가했다. 여기에 증권업계의 1조 원 규모 벤처 세컨더리 투자와 6000억 원 규모 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코스닥 관련 정책이 새로운 변수로 들어온다.
따라서 9월 증시에서는 코스피·코스닥 지수 등락만큼 세컨더리 자금이 실제 투자와 재투자로 연결되는지, 개인자금이 코스닥과 성장기업으로 이동하는지, 레버리지 규제로 이탈한 돈은 어디로 향하는지, FOMC를 전후해 외국인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8월 말 나타난 예탁금 감소와 신용융자 증가라는 엇갈린 흐름이 정책·규제·FOMC를 거치면서 어느 방향으로 재편되는지가 9월 국내 증시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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