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해외법인 이익 두각…삼성 운용보수 늘고 중소형사 영업익도 약진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상반기 한때 500조 원을 넘어서는 등 급성장하고 증시 호조까지 겹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일제히 호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각사 공시와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FISIS), 금융투자업계 취재를 종합한 결과 운용사마다 이익을 만들어낸 방식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법인 등의 지분법이익이 순이익을 크게 끌어올린 반면 삼성자산운용은 펀드·ETF 등 집합투자기구 운용에서 발생하는 보수수익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일부 중소형 운용사는 영업이익에서 대형사를 앞서면서 단순 순이익보다 ‘무엇으로 벌었는지’를 함께 따져봐야 운용사의 수익구조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과 금융통계정보시스템,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906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267억 원보다 177.4% 증가했다. 삼성자산운용은 1293억 원, KB자산운용은 782억 원, 신한자산운용은 474억 원, 한국투자신탁운용은 436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ETF 순자산이 10조 원을 넘는 주요 운용사들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순이익이 늘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년 동기 대비 177.4%, 삼성자산운용은 150.8%, 신한자산운용은 130.3% 증가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54.0%, 한화자산운용은 33.0%, KB자산운용은 5.2% 늘었다.
운용업계 전체 실적도 올해 초부터 빠르게 개선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자산운용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 4664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8.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조 3523억 원, 수수료수익은 1조 8931억 원을 기록했다. 3월 말 운용자산은 2355조 7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66조 7000억 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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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이미지 제작 |
◊ 순익 1위와 ‘본업’은 달랐다…미래에셋 지분법이익 7685억
상반기 순이익만 놓고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압도적이다. 별도 기준 순이익은 9062억 원에 달했고 연결 기준 순이익도 9546억 원을 기록했다.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1조 74억 원으로 반기 기준 1조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영업이익으로 기준을 바꾸면 숫자의 의미가 달라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386억 원이었다. 순이익을 크게 끌어올린 것은 7685억 원에 달하는 지분법이익이다. 영업이익의 3배를 웃도는 규모다. 미국과 홍콩 등 해외법인을 비롯한 관계기업 실적이 반영되면서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2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이런 구조가 더욱 뚜렷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2분기 순이익은 5678억 원이었는데 지분법이익은 4560억 원으로 순이익의 80.3% 수준이었다.
지분법이익은 투자한 관계기업 등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보유 지분에 해당하는 몫을 회계상 이익에 반영한 것이다. 펀드나 ETF를 운용하고 고객으로부터 받는 운용보수와는 이익이 발생하는 경로가 다르다.
그렇다고 미래에셋의 본업 성장세가 약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펀드 수탁고 증가에 따라 보수수익이 확대된 데다 해외법인의 성장세까지 더해지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린 구조다.
따라서 미래에셋의 상반기 실적은 국내외 운용자산 증가에 따른 본업 성장과 글로벌 사업에서 발생한 지분법이익이라는 두 축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지분법이익 비중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실적의 질이 낮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해외 운용사 인수와 글로벌 사업 확장의 성과가 관계기업 이익으로 반영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 삼성은 수수료 중심 성장…1분기 운용보수 84% 늘어
삼성자산운용은 미래에셋과 다른 수익구조를 보였다. 상반기 순이익은 1293억 원, 영업이익은 1608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의 본업 수익 흐름을 확인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의 ‘부문별 손익(수수료)’ 통계도 대조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서 현재 확인 가능한 부문별 손익 통계가 3월 말 기준인 만큼 상반기 전체가 아닌 1분기를 기준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했다.
삼성자산운용의 올해 1분기 수수료수익은 1310억 36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87억 4600만 원보다 66.4% 증가했다.
이 가운데 펀드와 ETF 등 집합투자기구를 운용하고 받는 집합투자기구 운용보수는 586억 1700만 원에서 1080억 1200만 원으로 84.3% 늘었다. 투자손익이나 관계기업 실적과 달리 운용자산에서 발생하는 보수수익 자체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다만 집합투자기구 운용보수에는 ETF뿐 아니라 다른 공·사모펀드에서 발생한 보수도 포함된다. 증가분 전체를 ETF 시장 성장의 결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상반기 전체 수수료수익과 집합투자기구 운용보수는 6월 말 통계가 확인된 뒤 다시 비교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1분기 수치를 통해 운용자산 확대가 실제 보수수익 증가로 이어진 흐름은 확인할 수 있다.
◊ DS·한투밸류, 영업익서 삼성 추월…순위 뒤집힌 중소형사
대형사 중심의 순이익 순위만 보면 놓치기 쉬운 부분도 있다. 일부 중소형 운용사가 영업이익에서 대형사를 앞섰기 때문이다.
DS자산운용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352억 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2090억 원으로 삼성자산운용의 1608억 원을 모두 웃돌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영업이익 2386억 원과 비교하면 DS자산운용은 불과 34억 원 차이다.
순이익에서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2746억 원, DS자산운용은 1773억 원을 기록해 삼성자산운용을 넘어섰다.
3월 결산법인인 타이거자산운용투자일임은 4~6월 한 분기에 영업이익 2283억 원, 순이익 1838억 원을 기록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도 같은 기간 1561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중소형 운용사의 본업 경쟁력이 대형사보다 높다고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모운용사 등은 일반적인 운용보수 외에 성과보수와 투자손익 등에 따라 실적 변동폭이 커질 수 있어서다.
타이거자산운용투자일임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3월 결산법인이어서 다른 운용사의 1~6월 상반기 실적과 비교 기간도 다르다. 따라서 중소형사의 높은 영업이익은 규모 자체보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운용보수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성과보수·투자손익 등이 각각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 ETF 500조 찍었지만…덩치와 수익성은 별개
운용사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ETF를 중심으로 한 인덱스 투자의 급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상반기 한때 500조 원을 넘어섰다.
주식형 공모펀드에도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 14일 기준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112조 9965억 원으로 연초보다 46조 8811억 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인덱스 주식형 증가액은 44조 1378억 원으로 전체 증가분의 94%를 차지했다.
운용사에는 운용자산 증가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의 확대를 의미한다. 보수율이 낮더라도 운용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 전체 보수수익을 늘릴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ETF 순자산 증가율과 운용사 이익 증가율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상품마다 보수율이 다른 데다 시장점유율 경쟁 과정에서 보수 인하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ETF 순자산이 늘어나는 원인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가 새로 돈을 넣어 자금이 순유입될 수도 있지만 ETF가 보유한 주식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별도의 자금 유입 없이 순자산이 커질 수도 있다.
따라서 시장 규모가 얼마나 커졌는지만으로 운용사의 경쟁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늘어난 운용자산을 실제 수수료수익과 영업이익으로 얼마나 전환했는지가 수익성을 가르는 핵심이다.
◊ ‘얼마 벌었나’보다 ‘무엇으로 벌었나’
올해 상반기 운용업계는 같은 시장 호황을 누렸지만 수익을 만들어낸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운용사업 성장에 해외법인과 관계기업의 지분법이익이 더해지면서 순이익 규모를 크게 키웠다. 삼성자산운용은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서 확인 가능한 1분기 집합투자기구 운용보수가 전년 동기보다 84.3% 증가했다. 일부 중소형 운용사는 대형사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회사별 수익원과 결산기간이 다른 만큼 단순 순위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ETF 시장이 500조 원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상황에서는 운용자산 규모만으로 경쟁력을 평가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시장 상승으로 자산이 불어나면 운용보수 기반이 자연스럽게 커지는 반면 지분법이익이나 성과보수, 투자손익 등은 회사별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운용사의 상반기 성적표를 제대로 읽으려면 ‘누가 가장 많이 벌었느냐’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한다. 반복적으로 들어오는 운용보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운용자산 증가를 실제 수수료수익과 영업이익으로 얼마나 전환했는지, 지분법이익과 성과보수 등 다른 수익원이 실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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