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THE100리포트 131호 발간…퇴직연금도 ETF 직접투자 확산

박선영 기자 / 기사승인 : 2026-08-21 14:29:07
퇴직연금 500조 시대…원리금 보장에서 투자상품으로
TDF도 25조 6000억 원으로 성장…1년 새 55% 증가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퇴직연금 시장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직접투자가 빠르게 늘면서 가입자의 자산운용 방식도 원리금보장 상품 중심에서 투자형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다만 노후자금까지 테마·섹터형 ETF를 단기 매매하는 투자 행태가 나타나면서 은퇴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의 장기 자산배분 기능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한국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과 TDF의 기능 재조명’을 주제로 한 ‘THE100리포트’ 131호를 발간했다고 21일 밝혔다.

 

▲ NH투자증권에서 발간한 'THE100리포트' 131호 표지 [이미지=NH투자증권 제공] 


연구소는 최근 ETF 중심의 직접투자가 확산되면서 퇴직연금 적립금 가운데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 비중이 30%를 넘어선 점에 주목했다. 이를 미국 퇴직연금 시장에서 TDF가 성장한 과정과 비교해 국내에서도 TDF가 수행할 수 있는 장기 자산배분 기능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 자체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2025년도 퇴직연금 적립 및 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말 431조 7000억 원보다 69조 7000억 원(16.1%) 증가했다. 400조 원을 넘어선 지 1년 만에 500조 원을 돌파했다.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과 동시에 가입자의 운용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예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자금을 두는 데서 벗어나 ETF와 펀드 등 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상품을 선택하는 가입자가 늘어나는 흐름이다.

NH투자증권이 이번 보고서에서 주목한 것도 이 지점이다. 실적배당형 투자가 확대되는 것 자체는 장기간 쌓이는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ETF 직접투자가 반드시 장기 자산배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동익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한국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실적배당형 투자상품으로의 적극적인 자산배분이라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그 이면에는 테마형·섹터형 ETF 위주의 단기 매매에 가까운 모습도 상당히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TF와 TDF의 가장 큰 차이는 누가 자산배분을 결정하느냐에 있다. ETF 직접투자는 가입자가 투자할 상품과 비중, 매매 시점을 스스로 결정한다. 낮은 비용으로 국내외 주식과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것도 투자자의 몫이다.

반면 TDF는 투자자가 예상하는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예컨대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투자자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게 가져가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위험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이 같은 운용경로를 ‘글라이드패스’라고 한다.

따라서 ETF 자체가 단기투자 상품이고 TDF가 장기투자 상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ETF로도 장기·분산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문제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특정 테마나 업종 ETF를 시장 상황에 따라 빈번하게 사고파는 경우다.

퇴직연금은 수십 년간 적립한 뒤 은퇴 후 사용하는 자금인 만큼 일반 투자계좌와 목적이 다르다는 게 연구소의 문제의식이다.

ETF 직접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TDF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말 국내 TDF 순자산은 25조 6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55.2% 증가했다. 최근 8년간 18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TDF 순자산의 95.3%를 차지하면서 TDF가 사실상 연금 중심의 투자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TDF 전체 수익률은 13.7%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퇴직연금 전체 수익률 6.5%의 약 2배 수준이다. 다만 이는 지난해 시장 상황에서 나온 과거 실적으로 향후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TDF 시장은 2016년 본격적으로 형성된 이후 퇴직연금 시장 성장과 함께 규모를 키웠다. 특히 사전지정운용제도인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장기 자산배분 상품으로 TDF 활용이 확대됐다.

미국에서는 TDF가 퇴직연금의 주요 운용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미국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인 401(k)에서도 TDF가 장기투자와 자동 자산배분을 위한 수단으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 같은 미국 시장의 성장 과정과 국내 상황을 비교해 ETF 직접투자 확대와 별개로 TDF가 퇴직연금에서 담당할 수 있는 기능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ETF와 TDF 가운데 어느 상품이 더 낫다는 식으로 접근하기는 어렵다. ETF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과 다양한 투자 선택지가 강점이다. 투자자가 스스로 장기 자산배분 원칙을 세우고 시장 변동에도 이를 유지할 수 있다면 퇴직연금에서도 활용도가 높은 수단이다.

TDF는 투자자가 직접 자산배분과 리밸런싱을 반복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반면 상품마다 자산배분 전략과 위험 수준, 투자지역, 비용 등이 달라 투자자가 이를 비교해야 한다.

최근에는 두 상품의 경계도 희미해지고 있다. TDF의 자산배분 전략을 ETF 형태로 구현해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TDF ETF'도 등장했다. 일부 적격 TDF ETF는 퇴직연금에서 100%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따라서 퇴직연금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ETF냐 TDF냐의 선택 자체보다 노후자금이라는 목적에 맞게 장기·분산투자 원칙을 유지하느냐다.

김 소장은 “연금자산 관리는 장기 투자라는 본질을 고려해야 한다”며 “저비용으로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ETF 활용도 유효하지만 라이프사이클 투자의 대표적 수단인 TDF의 기능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도 개선과 함께 TDF 활용도가 높아진다면 연금자산 관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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