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연계 프로젝트·공동행사 검토
154개 점포 흑석시장서 민·관·학 협업 실험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코로나19 이후 소비 방식 변화와 온라인 유통 확산 등으로 대학가 상권의 영업 환경이 달라지자 서울시가 대학과 학생을 상권 활성화의 주체로 참여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학의 전문인력과 교육·연구 인프라를 주변 상권에 연결하고 학생들이 직접 현장을 분석해 마케팅과 콘텐츠를 제안하는 민·관·학 협력모델을 마련해 향후 서울의 중장기 정책에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G3 서울플랜 기획위원회 동행성장분과'가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인근 흑석시장 골목형상점가를 찾아 상인과 대학·학생 관계자들과 대학가 상권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2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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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의회 'G3 서울플랜 기획위원회 동행성장분과'가 20일 동작구 흑석시장 골목형상점가에서 상인, 대학, 학생 관계자들과 대학가 상권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서울시청 제공] |
G3 서울플랜 기획위원회는 민선 9기 서울의 미래 전략과 정책과제를 발굴하기 위한 민관협력기구다. 현장에서 나온 정책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과 제도로 연결하고 실행 가능한 계획으로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날 현장에는 이정희 동행성장분과 위원장과 김미정 위원을 비롯해 흑석시장 골목형상점가·상도시장·남성사계시장 상인회장, 중앙대·숭실대 총학생회, 박경환 서울시 민생노동국장 등이 참석했다.
서울시가 대학가 상권에 주목한 것은 코로나19를 거치며 소비·생활 방식이 달라진 데다 온라인 중심의 유통 확대와 경기 여건 변화까지 겹치면서 새로운 상권 활성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학생 유동인구와 음식점·주점 등에 의존해온 기존 대학가 상권의 틀에서 벗어나 대학이 가진 인적·물적 자원을 지역경제와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현장 방문지로 흑석시장 골목형상점가를 선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곳은 지역 주민이 이용하는 전통시장인 흑석시장과 중앙대 학생을 주요 고객층으로 하는 음식점·주점 등이 모인 이른바 '흑리단길'이 결합된 복합 상권이다. 낮에는 생활형 상권, 저녁에는 대학가 상권의 성격이 두드러지는 만큼 상인과 대학·학생 간 협력모델을 적용하기에 적합하다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흑석시장 골목형상점가는 지난해 6월 26일 지정됐다. 지정 당시 기준 154개 점포가 포함됐다. 같은 날 동작구에서는 숭실대 인근 '숭실마루길 골목형상점가'도 120개 점포 규모로 지정됐다.
골목형상점가는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소상공인 점포가 밀집한 구역을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상권이다. 전통시장으로 등록되지 않은 골목상권도 지정 이후 온누리상품권 가맹과 정부·지자체의 상권 단위 지원사업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서울시는 골목형상점가를 제도권 상권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신규 지정된 골목형상점가는 110곳으로 당초 목표였던 100곳을 넘어섰다. 올해 4월 말 기준 서울 전역의 골목형상점가는 225곳까지 늘었다.
지정 이후 실제 상권으로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한 지원도 확대했다. 서울시는 올해 골목형상점가 육성 관련 예산을 당초 12억 9500만 원에서 24억 6800만 원으로 늘렸다. 이 가운데 약 23억 원을 활용해 75개 상권을 대상으로 공동마케팅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상권 규모에 따라 최소 2000만 원에서 최대 4000만 원을 지원하고 이동형 안내판과 포토존, 가로등 배너 등 상권을 알리는 시설 지원도 새로 도입했다.
서울시는 온누리상품권 가맹 점포의 일평균 매출액이 비가맹 점포보다 약 26% 높게 나타난 점을 근거로 골목형상점가 지정과 공동마케팅을 통한 소비 유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상권마다 업종 구성과 유동인구, 소비층 등이 다른 만큼 개별 상권의 지속적인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지는 별도의 성과 점검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번 흑석시장 현장 방문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대학이라는 지역 자원을 상권에 직접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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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의회 동행성장분과 '지속가능한 대학가 상권활성화' 간담회 모습 [사진=서울시청 제공] |
동행성장분과는 흑석시장과 흑리단길을 둘러본 뒤 상인회와 대학 관계자, 총학생회 등과 간담회를 열었다. 서울시가 사업비를 지원하고 상인이 참여하는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대학·학생·상인·서울시가 함께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책까지 마련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우선 대학의 전문인력과 교육·연구 인프라를 상권에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학생들이 직접 상권을 조사해 방문객과 업종 구성, 상권 특성 등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콘텐츠와 개선 아이디어를 내는 방식이다.
대학 수업과 상권을 연계하는 프로젝트도 검토한다. 학생들이 수업 과정에서 실제 지역상권을 분석하고 마케팅이나 디자인, 콘텐츠 등을 제안하면 학생은 현장 경험을 쌓고 상인은 젊은 소비층의 시각을 반영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취지다.
대학생 서포터즈를 활용한 상권 홍보와 대학·상권 공동 행사, 콘텐츠 기획도 논의 대상에 올랐다. 대학생을 단순히 인근 상점에서 소비하는 고객으로 보는 데서 벗어나 상권을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자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이정희 G3 서울플랜 기획위원회 동행성장분과 위원장은 "대학은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대학과 인근 상권이 서로의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이 가진 다양한 자원과 학생들의 아이디어, 상인들의 현장 경험을 연결해 대학과 지역상권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박경환 서울시 민생노동국장은 "대학가 상권은 단순히 학생들이 소비하는 공간을 넘어 대학과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중요한 생활공간"이라며 "서울시가 사업을 지원하고 상인이 참여하는 방식을 넘어 대학과 학생, 상인이 함께 기획한 정책을 서울시가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대학가 상권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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